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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서정민 ‎- [YOUtopia]

빨간부엉이 2021. 12. 14. 08:58

 

서정민 ‎- [YOUtopia] / 2021 / Sound Press


List

1. Intro
2. Everything Glitters
3. Homed Holly
4. GOLD
5. Cosmic Tree
6. YOUtopia
7. ONE
8. YOUtopia (Radio Edit Version)


보헤미안의 정서로 세상을 물들였던 1집과 국악인이라는 정체성으로의 회귀로 공간 울림을 만들었던 2집. 그 모든 것에서 서정민의 음악은 늘 올곧고 반듯한 그녀만의 심지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나 싶다. 기다림 끝에 그녀의 세 번째 소리가 세상에 남겨졌다. 시작과 끝은 소리꾼 김율희의 목소리와 함께 하고, 오롯이 25현 가야금으로 채우는 서정민의 소리가 존재하고, 타악이 함께 하는 소리가 존재하는 세 개의 영역으로 세 번째 앨범은 이야기를 전한다. 

세 번째 앨범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혼돈과 실험의 미지수에 대한 답 없는 공식에 대한 질문지... 그리고 그 답 없는 답을 해야 하는 나를 비롯한 청중의 지난한 감정들에 대한 아우성들. 사이키델릭한 정서 안에서 서정민은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의 세상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구가 없을 것만 같은 이 미로와도 같은 소리들 안에서 서정민의 가야금이 전하는 가끔씩의 위로와도 같은 서정성과 그녀의 시그니처 같은 선율들은 그녀가 직조해낸 미노타우르스의 미궁을 빠져나갈 한 올 가느다란 실타래와도 같지 않을까? 그 안에서 어두운 소리의 동굴 안에서 나는 질문을 한다. 농현이 만드는 이미지의 메아리가 감각을 현혹하고 분절되듯이 뮤트를 통해 후음을 끊어내는 'YOUtoia'의 사운드 안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존재하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빛이 없을 것만 같은 심연의 울림 속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간다. 바늘 끝이 보이지 않는 나침반의 미세한 떨림을 감각하며.. 그것이 연주자 서정민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우리에게 주는 경각의 바늘이며, 'GOLD'를 통해 물질만능의 세상에 비수를 꽂는 그녀의 이야기이며 그녀의 눈물로 만들어낸 곧 녹아버릴 혼돈의 미궁을 탈출할 얼음 열쇠임을 깨닫는다. 물론 어쩌면 깨달음은 허상이고 낭떠러지로 뒷걸음질 치는 우리들의 모습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창작자의 자기 검열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이 항상 있다. 나는 심지어 아무도 오지 않는 이 블로그에 쓰는 짧은 내 감상글에도 누군가의 감정을 생각하고, 내게 닥칠 위해를 생각하고, 공격 당할 우려가 있는 표현에 대해서 늘 생각하는데... 대중 앞에 어떤 매체로 내어 놓는 창작물의 주체들은 얼마나 많은 스스로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검열 기재들과 투쟁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늘 가지고 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내어놓는다는 것의 힘겨움은 살면서 누구나 겪기 마련인데, 그것이 직업이 되는 사람들이 갖는 내면의 혼돈이 어느 정도일지는 사실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들 또한 대중의 칼날을 피해야 하고, 자본의 저인망식 쌍끌이 어업의 좁디좁은 그물코를 통과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아무 제약도 없을 것만 같은 일개 개인인 나도 뭔가를 얘기할 때 이럴진대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 물질적 매체를 지금 이 시공간에 내어놓는 일은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사실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면에서 연주 음악이 갖는, 연주 음악이 주는 희열 같은 게 분명히 있지 않은가 싶다. 가사를 얹음으로 인해 규정되고 제한되는 이야기들, 듣는 이의 감각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주마의 눈가림같은 것들. 그러함에서 창작자의 내면 속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음에 연주 음악은 한계를 지닌 듯 하지만 무한하며 다양성으로의 창조성 안에서 자유롭다.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희열이 분명 청자인 내게는 존재한다. 창작자는 간혹 음악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방향성을 제시하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주곡은 열린 텍스트다. 창작자가 제시하는 방향은 길을 잃었을 때의 참고용일 뿐 이야기 없는 소리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오롯이 나의 이야기로 기록된다. 그것이 나는 좋다. 

서정민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함은 어쩌면 맥거핀일 수도 있고, 숨겨둔 의도를 숨기기 위한 의표일 수도 있다. 또는 진실된 속내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어떠랴. 어디서 어떻게 내가 그것을 만나고 그것을 내면에 기록하고 먼 훗날 이랬었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를 선물 받는다는 것. 그 기쁨의 순간이 서정민의 이번 이야기에도 고스란히 존재한다. 좋고 훌륭함이 가지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서 내가 느끼는 이 음반 감상의 감정들 안에서, 이 음반의 소리 안에서 나는 오늘 행복하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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