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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H2O ‎- [안개도시]

빨간부엉이 2021. 9. 26. 11:43

H2O ‎- [안개도시] / 1987 / 지구레코드


List

A
1. 안개도시 (L.A. Night)
2. 두근두근
3. 몰라주네
4. What I See (외국곡)
B
1. 비야
2. 사랑찾아
3. 멀리서 본 지구
4. 눈물 (물방울)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음반 중에 가치가 있는 음반을 생각해본다면 이 음반을 꼽는다. CD로 발매된 적이 없기 때문에 들어보기 쉽지 않은 음반이라 그리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에 아마 있겠지만) 
이 음반은 91년 즈음에 전주 백화점 옆 골목으로 들어가던 길에 있던 음악사에서 샀던 음반인데 (물론 지금은 없어졌다) 91년도에 방영한 드라마 <고개숙인 남자>에 당시 2집을 내고 활동중이던 H2O의 기타리스트 박현준씨가 최불암의 아들로 나오는걸 보고 그 스타일에 반해서 좋아하게 됐었기에 구입. 당시 다른 멤버들도 밴드하는 친구들로 드라마에 출연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안 팔리는 판을 사는건 수월치 않았던 시대였던만큼 2집 음반은 발매 당시여서 구입을 했지만 1집은 전주 모든 음악사를 돌아다녀도 발견하지 못하다가 위의 음악사에서 1장 구입을 했던 음반이어서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다. 2집도 사실 처음에 LP를 샀었는데 판이 튀어서 교환을 했고, 교환한 판도 같은 지점에서 판이 튀는 현상이 있어서 더 이상 교환하지 않고 Steel Heart 2집 판으로 교환받은 생각이 난다. 

음반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1집은 이 후 H2O의 모든 음악과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H2O하면 가장 대중에게 기억되는게 2~3집 시절의 보컬 김준원, 기타 박현준, 베이스 강기영, 드러머 김민기를 기억할텐데 1집 활동 당시에는 보컬 김준원을 제외하면 전혀 다른 인물들이다. 기타에 오묵, 키보드 장영, 베이스 김무남, 드럼 김철완으로 H2O가 내 기억에 미니 앨범 포함하여 대략 6장 정도의 앨범을 내고 아직도 활동중인데 헤비 메탈이라는 포멧에서의 음반은 1집 뿐이다. 이후에는 모던록, 펑키, 얼터너티브라는 카테고리에서 움직였던것 같다. 
음반은 마스터링과 레코딩을 LA에서 진행을 했는데 (Rock Steady Recording Studio) 확실히 동시대의 국내 록 음반에 비해 좋은 질의 사운드로 레코딩되어 있어 들을 맛이 난다는 기분이다. 물론 이런 느낌은 수십년만에 이 판을 다시 들으면서 들게 된 느낌이고 당시에는 메탈 음악을 들어본 적도 거의 없고 오디오 시스템이 제대로 된 게 있었던 적도 개인적으로 없었던 탓에 이 음반의 가치를 이제서야 알게 된 상황이랄까.. 
여담이지만 예전에 샀던 CD나 LP판 몇 장은 돌아가신 형님이 제대후에 막노동해서 번 돈으로 집에 사다놓았던 금성사의 콤포넌트 (더블데크 카세트에, CD플레이어, 상단에 일체형의 조악한 턴테이블이 붙어있던) 가 생겨서 뭔가 매체를 들을 수 있게 됐던 것과, 대학때 학교 근처 정말 작은 방에서 정읍 사는 과 친구와 월세 5만원의 방을 얻어서 살 때 친구가 샀던 콤포넌트에 붙어있던 턴테이블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샀던 판 몇 장이고, 당연히 관리라던가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시절의 음반들이라 막 굴려서 지금 꺼내보면 상처 투성이에 판 상태도 엉망이다. 
헌데 다행히도 수십년만에 들어보려고 꺼낸 H2O의 1집 앨범은 판 상태가 깨끗해서 깜짝 놀랬다. 아마도 당시에 음악이 너무 별로라고 생각해서 한두번 듣고 쳐박아뒀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다행스럽다고나 할까..ㅎㅎ

초기 H2O는 LA 메탈을 했던 밴드로 대중에게 각인된 것으로 기억된다. 타이틀 곡이였던 '안개도시' 의 느낌 때문이었겠지만 (심지어 '안개도시'의 부제는 LA의 밤이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이들의 1집 앨범의 음악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었구나 하는걸 2021년이 되어서야 깨닫고 있다. 활동 당시의 사진을 보면 80년대의 헤비메탈 밴드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Kiss나 X-Japan 또는 글램록 밴드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이다. 거기다 시대상은 LA메탈이 대세였던 시절이었던데다가 타이틀곡의 이미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밴드의 정체성이 그렇게 각인된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된다. 
30년 가까이 묵혀두었던 음반을 꺼내서 닦고 들어본 소감이라면 이들은 제대로 된 헤비메탈을 했던 팀이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물론 A면의 세 곡은 (한곡은 자작곡이 아닌곡이라) 좀 가벼운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B면으로 넘어오면서 이들의 사운드는 상당히 묵직해지면서 심지어 프로그래시브한 면목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판을 몇 차례 다시 감상하면서 이 음반이 이렇게 좋았었구나 하는 여라가지 마음의 교차 속에서 이런 음반이 재발매가 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80년대 후반에 신중현씨가 브라스 세션에 끈적한 여성 코러스를 도입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록밴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H2O의 음반에서도 '비야'나 '멀리서 본 지구' 에서의 여성 코러스의 도입에서 그런 시대적 음악상을 들여다 본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의 백미는 7분에 육박하는 연주곡인 '눈물'의 출중함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연주곡임에도 지루하지 않은 곡 전개와 헤비함과 서정성을 고루 갖춘 곡 진행의 훌륭함은 단연 이 음반의 가치를 가장 대변하게끔 하는 곡으로 얘기하고 싶다. 

보컬 김준원은 H2O라는 밴드의 이름을 아직 이끌고 있는 리더인데, 물론 많은 멤버들의 변화와 음악적 표현의 변화도 많이 꽤하면서 밴드를 사멸시키지 않은채 유지하고 있음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14년의 마지막 음반 이후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또 한번 변모한 모습의 신보를 기대해 본다. 


'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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