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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김이슬 트리오 ‎- [True Me]

빨간부엉이 2021. 9. 25. 08:42

김이슬 트리오 ‎- [True Me] / 2021 / 자주제작?

List

1. Hidden Moon
2. The Sahara part2
3. True Me
4. 2020
5. Peace in Chaos
6. Hang
7. Danza
8. Astoria Waltz


이른 새벽에 깬 영혼을 달래주는 음악으로 얘기하기엔 너무 열정적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새벽에 잠들었다가 새벽에 깬 이런 주말 아침에는 이런 음악도 좋겠다 싶어서 또 김이슬 트리오의 음반을 튼다. 음반이 플레이되는 40여분 동안 세탁기 안에 가득 든 자취방의 빨래를 돌리고 온전히 음악에 집중하는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어쨌거나 이 혼돈의 시대에 아직 시대가 주는 질병으로 아프지 않았고, 밥벌이를 한다고해도 일단 미래를 도모하지는 못하는 삶이지만 현재는 유지할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겨본다. 

카페 회원분의 소개로 알게된 김이슬 트리오의 <True Me> 음반은 리더인 김이슬의 피아노와 베이스의 김인영, 드럼에 이재원으로 구성된 3인조 재즈 밴드의 첫 음반이다. 레이블도 없고 김이슬님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는 음반으로, 아마도 자체제작 및 유통을 하고 있는듯하다. 세션으로 반도네온과 기타 연주자를 영입하여 앨범을 완성했고, 첫 음반이라고는 하지만 리더인 김이슬님이 여타의 다른 프로젝트 밴드를 통해서 음반과 음원을 내놓고 있기에 딱히 첫 음반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매우 세련된 사운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현대의 멀끔한 라운지 음악같은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다. 기술적으로 아날로그 레코딩이나 디지털 레코딩의 차이가 뭔지는 전혀 모르지만 음반 소개글에서 보면 아날로그 레코딩을 통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소개된 걸로 기억된다. 이 음반의 소리를 정의한다면 그건 아마도 '현장감' 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저기 무대가 있고 내가 객석에 앉아서 보는 그런 느낌도 아니고, 연주자들의 연주 모습을 바로 그 중심에서 쳐다보면서 듣고 있는 듯한 리얼한 사운드. 그것이 이 음반의 핵심적인 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신의 오디오 시스템이 조금만 소리를 받쳐준다면 나를 소규모 무대의 중심에 놓여질 수 있게끔 해주는 그런 소리. 

거기에 더해지는건 먼 이국땅의 여행과 삶에서 얻은 영감으로 만들어진 음악의 영혼이다. 연주자들의 플레이는 그 영감의 실타래를 풀어서 하나의 니트를 직조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지 모른다. 그 끝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음악이라는 옷을 내가 내 몸에 걸칠지 그저 옷장에서 잠들게 할지는 모두 청자의 몫이다. 음반을 구입하고 꽤 오랫동안 이 음반을 플레이하면서 내 맘 속에 드는 생각은 이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옷을 내가 아주 오래 즐겁게 입고 지내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날것처럼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소리의 느낌은 창작자의 영혼으로 만들어낸 멜로디와 리듬라인을 단연 돋보이게 한다. 한때 빠져들었던 RVG 에디션 사운드의 조금은 빈티지한 느낌을 재현하는 듯하지만 거기에 좀 더 시대의 막을 걷어낸 반듯함이 있다. 건반의 강한듯 미려한 터치감과 베이스와 드럼의 상호 유기적인 조화는 누군가 자신의 연주와 악기를 좀 더 도드라지게 고집하지 않는 배려와 어울림 속에서 매우 훌륭하게 하나의 음반을 만들어간다. 특히 음반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True Me'에서 연하늘이라는 반도네온 주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이 너무 반가웠다. 방송에서 반도네온이 등장하는 걸 보는게 쉽지도 않지만 어쩌다 등장을 해도 반도네온 주자는 모두 고상지 한분으로 귀결되는 음악 시장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왔기에 다양한 연주자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것, 그리고 그 연주가 마음을 당기는 흡인력이 충분하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다음을 만나는 것도 좋고, 김이슬님이 생각하는 다른 그림의 사운드를 만나는 것도 좋겠다. 다만 그 좋음이 이번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유지되는 그런 정서였으면 좋겠다. 소리의 정경은 시대와 시절에 무뎌지지 않고 그렇게 유지되는 어떠함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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