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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밤인 세계 」
지은이 : 하지은
펴낸곳: 황금가지
분량 : 425쪽
2022년 5월 18일 1판 2쇄본 읽음
뭐라고 정의하기 참으로 힘든 작품을 읽은 것 같다. 오컬트, 고딕, 스릴러, 판타지, 초현실, 신화, 종교... 그 모든 것에 글의 영역을 확장하여 두는 놀라움.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만 같은 이 작품은 작가의 영역 안에서만 유의미할 한계를 가지기도 하는 듯해 보인다.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의 흐름은 인간이 지닌 세월과 학습의 기억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또한 이 글의 한계다. 창조의 영역으로 글을 끌어가야 하는데 창조하는 듯 보이지만 인류의 선험적 시간들이 학습된 우리들 뇌리에서 창조의 영역은 조금씩 읽혀져 나간다. 그것이 신화와 종교 (특히 기독교)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금만 더 독자에게 숨은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글에서 벗어나 오히려 정말 알 수 없는 초월적 세상과 기묘한 세계에 대한 알 수 없고 읽을 수 없고, 그래서 놀랍고 두렵고 의식을 잠식할 그런 이야기를 적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지만 어쨌든 참으로 놀라운 글 읽기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거의 단숨에 읽어갔고, 몰입도는 최상이었다. 이야기 안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책을 선택하고 읽게 한 건 굉장히 자극적인 소설의 초입부 플롯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변형되고 확장되어 읽는 시간을 지배하는지 한 번쯤 모두가 그 체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득력 있게 포장할 글재주가 전혀 없음을 새삼 자각한다. 참으로 감탄할만한 글이고 소개할만한 작품이라 여기는데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읽은 후 감상을 적지 못하는 것일까 한심스럽다. 점점 더 나빠지고 있기에 좋아질 거라는 희망은 이제 없다. 세월이 흘러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이미 많은 세월을 보냈음에도 나아지지 않기에 헛된 바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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