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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지은이 : 장세아
펴낸곳 : 아프로스미디어
분량 : 491쪽
2023년 3월 22일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웹소설에서 출발한 장세아 작가의 한국형 고딕소설을 표방한 작품 「런어웨이」를 읽었다.
사놓은 중고도서를 다 읽기 전까지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서 보는 걸 중지하기가 올해의 계획이었는데.. 이 책의 정보를 접하고선 홀린 듯 그 계획을 무시하고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책 소개에 나오는 도입부의 내용만 보더라도 이 책이 얼마나 독자를 단숨에 끌어당길지 알 수 있었는데.. 직접 전체를 읽고 나니 스릴러 분야에서 한국 작가의 이야기 직조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으며, 결말을 중반부터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에 의해 관성적으로 끌려가는 의식은, 작가라는 주인의 글에 노예가 되는 독자의 심리가 이런 것이구나 싶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동거남으로부터의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폭력이 행사되던 어느 날 본능적으로 우발적 방어를 하게 되고 남자가 죽었을 거라는 불안감 속에서 도망을 쳐서, 새벽 첫 기차에 몸을 싣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한 갓난아이를 안은 젊은 여성을 만난다. 여성은 남자가 집을 나가서 소식이 없고 아이는 어느 지방 도시의 부유한 집에 손자라고 얘기하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아이를 위해 용기 내 찾아가는 길이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여성은 사라지고 아이만 남는다.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고 그 부유한 집에 찾아가는데, 그 집은 단순 부유함을 넘어서는 집이었고 그 집에서 환대를 받으면서 아이만 전달해 주고 오겠다는 계획대신에 그 집의 며느리처럼 행세하며 눌러앉게 되고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 상류사회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점점 이 집의 이상함을 감지하게 되는데..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현대판 성채와 같은 저택에서의 주인공의 변화하는 심리를 쫓아가는 이야기는 한국형 고딕소설의 범주에 넣기 전혀 모자람 없는 도입부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가져서는 안 되는 공간과 시간을 욕심내게 된 주인공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위기를 겪고, 어떻게 이야기의 끝을 맺어가는지를 읽어볼 기회가 된다면 그건 온전히 독자의 행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단숨에 글로써 사람을 사로잡고, 글로써 사람의 심박수를 가열차게 올라가게 만들며, 글로써 주인공이 된듯한 착각 속에서 주인공의 시간을 살아가게 만든다.
자 나도 이제 이렇게 떡밥을 깔았으니, 누군가 이 글을 읽어보게 되어 이 책을 손에 잡고 읽어보게 될 그 시간을 가지길 바래본다. 몇 시간의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이 당신과 함께 할 것이라 얘기하고 싶다. ‘아무도 도망칠 수 없는 집’ 이라는 공간에서 주인공은 도망을 쳤을까, 먹혀버렸을까, 살아남긴 했을까... 모든 이야기의 진실은 무엇이며 결말을 무엇인지 상상해본 후 읽어보고 작가가 내민 결말의 카드패를 마지막으로 뒤집어 확인하는 순간의 즐거움.. 그리고 짜릿함을 경험해 보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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