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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Art Rock」 창간호

빨간부엉이 2023. 5. 7. 19:42

 「Art Rock」 창간호

발행인 : 성시완
1992년 창간호 읽음


계간 음악 전문지를 표방했던 잡지 [Art Rock]은 국내 프로그레시브 음악의 시작이자 끝과 같았던 성시완님이 만들었던 잡지로, 1992년 봄에 창간호가 발간되었다. 

어찌 보면 자신이 만들었던 아트락 전문 레이블인 시완레코드의 음반들을 홍보하기 위한 매체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은 잘 들지 않기도 한다. 

31년 전의 잡지를 이제야 접하다니.. 감개무량하다. 군대 있을 때 내무반에 사병들이 가져와서 보던 걸 얼핏 보면서 표지가 신기한 책이구나 했었던 기억과 난생 처음 보는 음반들의 자켓과 해설들에 감탄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제대를 하고 음반들을 사기 시작하면서 서울 홍대에 있는 시완레코드의 오프 매장인 마이도스에서 잡지를 발견했고 구독을 시작했는데, 과월호부터 산 게 7호부터였던 듯하다. 국내 음악지로는 전설에 가까운 잡지인 만큼 스캔본이나 복사본등의 해적판본들이 각종 장터등에 출물하곤했지만 접할 기회가 잘 닫지 않았던 것 같다. 인맥도 없었기에 책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빌려 보는 것도 불가능했던 책.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제 이 책들을 보고 싶었다는 기억도 가물가물해지는 나이가 됐는데, 온라인 오디오나 음반 좋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이 책을 가지신 분을 알게됐고, 빌려 주실 수 있는가 여쭤봤더니 흔쾌히 빌려주셨다. 그렇게 31년이 지나서야 나는 아트락 창간호를 만날 수 있었다.

30년전에 제대로 출판을 해본 경험도 없었을 음악 애호가, 음반 사업가가 만들어 낸 잡지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온통 반품과 환불 요청이 이어질 퀄리티였다..ㅎㅎ
수많은 오타와 페이지 뒤바뀜, 관련 사진의 순서 바뀜, 한 페이지 내에서도 몇 열로 나눠진 내용이 순서가 뒤바뀌어 있기도 하고, 제본을 함에 있어 내용이 책 중심에 오게끔 인쇄를 해야 하는데 안쪽부터 인쇄가 되어서 제본이 된 책을 볼 때 안쪽 내용을 보기가 매우 힘든 페이지 등... 이 잡지의 오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출시가 7,800원의 책이 30~40만 원에 거래되는 건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한 이들의 열정이 모이고 모인 글들과 땀이 가득한 잡지라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뉴트롤스를 비롯해, 퀠라 베끼아 로칸다, P.F.M 등의 이탈리아 (당시는 이태리라는 표현이 대부분이었지만)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이 국내에서 인기가 훨씬 있었기에, 당연지사 창간호는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 특집으로 이태리 록의 역사나 이태리 슈퍼밴드들을 특집 연재 기사로 싣고 있다. 긴 시간이 흘러서 봤을 때 참 촌스러운 글귀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문적인 필진등이 보여주는 해박한 음악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십 년 후의 지금도 감탄하게끔 하는 면이 확실히 있다. 창간호에서 가장 좋았던 글을 하나 꼽으라면 'Art Rock의 총체적 개념'이라는 제목으로 쓰인 정준석님의 장문의 글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A4지에 폰트 10 정도로 인쇄한다고 해도 몇 장은 족히 넘을 글에서 서구 현대 대중음악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글은 창간호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책의 맨 마지막에 전국 프로그레시브 라이센스 취급점 음악사들의 정보와 서울 쪽 음악사들의 정보를 싣고 있는 게 눈이 갔다. 지방에서는 28곳, 서울에서는 34곳의 음악사 정보 (중복 인쇄가 된 업체 있음)가 실려있다. 눈길이 간 것은 이 중에 과연 몇 곳의 음악사가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마 99퍼센트 이상 사라지고 없을 것은 당연지사일 텐데, 묘하게도 지금 사는 여수에서 얼마 전에 가본 적이 있었던 여수시 학동의 '비엔나 레코드'가 여천시 학동으로 표기되어 있는 게 신기하고 반가웠다. (여천이 여수와 합병된 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92년에는 확실히 여천시가 따로 있었나 보다)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 리스트에서 음악사가 남아있는게 있다면 알려주시길~~~
(내 구역 전주는 전멸...ㅠ)

지역
진주 무아레코드, 순천 뮤직라이브, 전주 우리 음악사, 진주 필하모니, 진주 지구레코드사, 청주 명문레코드, 전주 비의 소리처럼, 군산 빌보드, 청주 개미사, 울산 제일음악사, 여천 비엔나 레코드, 대전 맑은 소리, 포항 문레코드, 여수 화음레코드, 청주 맑은 소리, 울산 현대음악사, 광주 문화레코드, 대구 선경레코드프라자, 부산 지성 레코드, 부산 신성 레코드, 마산 현대사 레코드, 부산 영천 레코드, 진주 노래마을레코드, 제천 은아뮤직랜드, 포항 영레코드, 일광사(지역표기 없음), 강릉 아트사운드, 대구 시티사운드

서울/경기
음악공간, 명동 YES NO, 서울역 솔레코드, 부평역 마이너음악사, 시청 예음사, 민레코드, 역삼동 뮤직갤러리, 르네상스 음악사, 늘푸른, 작은평화, 월드북, 서오레코드사, 음반의집, 뮤직타워, 성남도레미, 양재음악도시, 향음악사, 신세기음악사, 다스름, 성신여대 하림레코드, 상계동 뮤직랜드, 부천음악도시, 인천 모짜르트, 인천 뮤직월드, 부평 제일음악도시, 대학로 마로니에레코드, 쌍문2동 정우레코드, 영등포 Fom, 태양의 집, 산울림, 마포 뮤직랜드, 석기시대, 필레코드

책 읽어볼 기회를 주신 파스칼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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