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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지은이 : 김영하
펴낸곳 : 복복서가
분량 : 198쪽
2025년 4월 7일 1판 2쇄본 읽음
무릇 소설을 쓰는 이든 에세이를 쓰는 이든 간에 언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역사를 언젠가는 팔아 치운다. 그것이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늦게 팔게 된다면 긴 시간을 작가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출판계에 연착륙한 이들만이 가능한 일일터이다. 그렇기에 나중이라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기에 조금 유명세가 생기면 에세이든 산문이든 어느 지면을 활용하여 자신의 시간을 회고한다. 또는 복기하거나. 그렇지만 누구나 그것이 액면 그대로의 진실된 서술이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진실되다고 쓰고 있을 작가 자신조차도 뭐가 진실인지 모를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각색과 윤색이 적당히 버무려진 읽기 좋은 글. 그것이 자신을 팔아 인세를 챙기는 작가의 삶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뭐 성공적인 자기 팔이에 성공하는 사람은 그중에 아주 일부일테지만 말이다.
김영하 작가는 일단 한국에서 책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는 작가다. 설령 책을 보지 않았더라도 TV에서 그의 모습을 많이들 봤기 때문에 인지도는 꽤 있는 작가라 할 수 있다. 김영하 작가의 작품은 나도 몇 권 읽었고 가지고도 있다. 소설가로서 그의 역량은 사실 믿어 의심치 않을만큼 훌륭한 편이다. 에세이의 영역으로 들어온다면 어떨까? 머릿속에 든 다재 다능한 지식의 향연을 언변으로도 제대로 표출하는 흔치 않은 유형의 인물이라고 생각되므로 역시나 그의 글은 어떤 형태로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꽤 오래전에 읽었던 여행기에서 그의 그런 내공과 글솜씨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문 「단 한 번의 삶」 에서 김영하 작가는 아마도 이전에 내비치지 않았을 자신의 가족과 과거와 살아온 시간들의 고통에 대해 꽤나 거리두기를 한 담백한 서술을 이어간다. 처음에 생각하기를 ‘아, 이 분도 드디어 자신의 역사를 파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건 일부 맞기도 하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생각해본다면 가족과 자신의 역사를 표면에 드리운건 그냥 본질을 이야기하기 위한 형식일 뿐이 아닌가 싶어졌다.
짧은 후기글을 포함하여 200쪽이 넘지 않는 책에서 김영하 작가는 제대로 된 지식 전달자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 전달의 과정에서 파생되는 철학적 명제들에 대해 독자들이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도록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생각들로 양념을 치면서 쉼없이 요리의 팬을 달구어간다. 그냥 자신이 살아온 얘기, 자신의 가족에 대한 얘기로 점철된 책이 아닐까 싶은 의구심은 책의 중반부 부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뭐 물론 개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산문이기에 그의 삶에 대해서 그의 삶에서 파생되는 생각에 대해서 끊임없이 서술하긴 하지만 그 서술이 단순 나열에 그치지 않는 철학적이거나 명상적이거나 독자의 내면을 다른 차원으로 승격 시키기까지 하는 내공으로 승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나다라마바사아’ 라고 하는 서술이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왜 다르고 중요한 것인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기의 얘기를 하면서 타인의 생각에 감화 감동함을 줄 수 있는 작가가 이 땅에 몇이나 되겠는가.
책 「단 한 번의 삶」 후기에서 김영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그런 책을 너무 일찍 쓴 것은 아닌가 두렵기도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이 문장에는 겸손한듯 하지만 호기로운 작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도드라진다. 그렇지만 잘난체하는 식자의 언어유희로 읽히지 않는 것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형 도서몰의 100자평 남기는 곳에 이 책에 대해 어떤 분께서는 100장도 안되는 책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뭐라 하는 글이 있었다. 나 또한 분량적으로 본전 생각나게 하는 책들은 ‘빡’쳐하는 편이니 그 분의 댓글에 반박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용을 일독하고 나면 이 책에 지불하는 비용은 그렇게 아까워하지 않아도 되시겠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졌다. 에세이나 산문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도 읽다보면 동화되지 않을 수 없는 좋은 글쓰기의 힘을 느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장황한 후기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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