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연매장」
지은이 : 팡팡
옮긴이 : 문현선
펴낸곳 : 문학동네
분량 : 454쪽
2025년 5월20일 1판2쇄본 읽음
감정에, 감각에 너무 쎈 자극을 주는 소설을 읽은 것 같다.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는 소설임에도 거의 한달음에 다 읽어낸 듯 한데, 읽기 시작하면 사실 멈출 수 없다. 몰입감의 정도라는게 근 몇 년간 이보다 강렬한 시간을 맞닥뜨린 적이 없었지 않나 싶기도 하니까 말이다.
소설은 국민당이 패퇴하고 공산당이 나라를 장악한 중국의 1940년대 말에 시작된 토지개혁을 배경으로 한다.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가 역전되어 인민재판을 받고 모멸과 죽음에 이르렀던 사람들의 숫자가 말하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6백만명이라고 언급되기도한다. 못살던 사람들이 잘 살던 사람들에 대해 가한 폭력의 정도는 소설 속에서 상상 이상으로 묘사된다. 물론 간접적인 표현들이지만 실제로 어떠했을지는 쉽게 상상이 간다. 우리 나라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던 역사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좀 규모가 작은 문화대혁명의 인민재판 정도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느 날 강물에 떠내려온 한 여성을 그 마을의 의사가 살려낸다. 어쩌면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린 그녀의 지금과 시간상 현재까지의 살아감에 대해 이야기가 전개 되면서 간헐적으로 그녀의 과거들이 단편적으로 묘사되면서 이야기는 실을 꿰어가고, 그녀의 아들이 집을 장만하여 모셔간 새 집에서의 하룻밤 이후에 그녀는 깊은 잠재의식속으로 빠져들어가 깨어나지 못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차단된 기억의 조각들을 독자는 그녀의 머릿속 회상들을 통해서 맞춰가게 된다.
사람들의 이념이란 건, 생각이란 건, 나와 다른 무언가를 쫓는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할 수 있었던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충격적인 소설은 중국의 근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주인공인 한 인간이 비극 앞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의식을 보호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며 그 이면의 슬픈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살아남아서 살아온 자신을 잊어 버리는 게 과연 삶인가? 하는 의문도 함께 따라온다.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던 시대로부터 긴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의 잔혹함이란건 어쩌면 여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민재판, 지주처형등의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인간 본성이 훌륭하고 잘살고 하는 사람을 본받아 나도 훌륭해지고 잘살아야지 노력하는게 아니라, 내가 처한 지옥 같은 상황으로 잘살고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 진흙탕속에서 같이 뒹구는 꼴을 봐야만 한다는 말이 참말이 아닐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연매장’은 관도 묘비도 없이 그냥 구덩이를 파고 흙을 덮어 누가 묻혔는지, 누구의 무덤이긴 한건지조차 알 수 없는 매장을 연매장이라고 한단다. 작가 팡팡은 우연히 접한 단어와 그 시절의 전설 같은 이야기로부터 소설을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한다. 팡팡은 중국의 대표적인 금서 작가다. 코로나 시절에 그 근원지로 알려진 우한에 갇혀서 실상을 세상에 전파한 지식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물론 당연히 중국 정부로부터 모든 것이 차단당했고,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지만 토지개혁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소설 「연매장」은 금서로 지정되었다. 코로나 시절의 기록물인 그녀의 「우한일기」도 마찬가지다. 그런 작품들을 번역이지만 국내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겐 복된 일일까… 중국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일당 독재의 시절에 사람들은 점점 피폐해져간다. 우리네 상황이라고 뭐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최소한 아직은 그들보다는 우리의 시간이 조금은 더 낫지 않은가 싶은 안도의 한숨으로 책 읽은 감상을 마쳐본다.
자극적인 OTT의 그 어떤 영상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강렬하며 독자를 잡아끈다. 반드시 읽어 보시길 권해본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파이 코스트」, 「여름 손님들」 (0) | 2025.10.13 |
|---|---|
| 「보스턴 사람들」 (2) | 2025.08.25 |
| 「첫 여름, 완주」 (0) | 2025.06.10 |
| 「단 한 번의 삶」 (0) | 2025.06.03 |
| 「화산귀환」 (1) | 2025.05.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