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팥쥐전」 작가 : 조선희 출판사 : 노블마인 분량 :339쪽 2010년 6월 10일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sbs방송국 앞에 있는 교보문고에 잠시 시간이 나서 들렀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한 권 있어서 도서관에 간 길에 대출받아서 읽어보게 됐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일본 막부말기의 역사소설을 다시 읽는중이지만 도서관에서 중간에 한권이 비어 있어서 읽기가 멈춘 상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이야기들의 현재 진행형이랄까, 확장판이랄까.. 묘한 느낌의 책이었다. 「모던 팥쥐전」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의 제목이지만 소제목으로 쓰이진 않는다. 하지만 모던이라는 작명과 '전' 이라는 두 개의 낯선 시대가 만나서 빚어내는 언어적 감정의 파편은 이 책이 도달하고자 하는 영역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명징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지 싶었다. '낯섦' 을 의미하는 모던에 걸맞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기이하다. 낯설고 생경스럽다. 내용들 또한 고래로 전해져오던 익숙한 이야기들을 양념처럼 뿌렸지만 이야기가 빚어내는 맛의 본질은 전혀 새로운 세계에 도달해있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삽화로 쓰이면서 뒤틀리고 비틀어지는 이야기의 구조와 결말들은 가일층 더 환각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다. 어떻게보면 '환상특급' 류의 재담섞인 신기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듯 하지만 한 꼭지 한 꼭지 이야기가 마쳐질 때마다 서리처럼 서늘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심리의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권선징악의 익숙한 두려움이 먼저 도달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몰론 이 작품집은 그런 고리타분한 가르침을 전하지는 않는다. 6개로 구성된 단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완전한 이해를 구하지 못하는 결말 구조를 지님은 아쉬운 점이지만 작가의 변처럼 오래전 옛얘기들이 끝나더라도 '그들은 계속 살았다' 라고 말하듯 작가의 이야기는 끝나되 끝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아둔한 이해력과 결핍된 상상력이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채 수박겉핧기식의 독서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모던 팥쥐전」그 은밀한 물음에 대한 작은 해답을 제시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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