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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사진집 -「윤미네 집」

빨간부엉이 2010. 8. 4. 09:04


「윤미네 집」
2010년 3월 1일 / 1판 3쇄본
출판 : PHOTONET
208쪽 분량



세상 모든 매니아들의 숙명은 그들이 숭배하는 수집의 대상이 손쉽게 돈을 지불하고 살 수 있는 시점을 벗어나면서부터 '사랑' 이 시작된다는 것이 아닐까라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역시 얄팍하게 주워 듣고, 주워 모은 지식과 앎을 바탕으로 정상적 거래 방식을 벗어난 시점의 어떠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오기도 했고, 떠나보내기도 했으리라.
아쉬운 점은 언제나 그렇듯 그 대상이 내 손에 들어온 시점보다는 그 이전의 시간들에서 더욱 애타하는 마음과 즐거운 마음이 더욱 컸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히치콕 식으로 말하자면 매니아들이 목메고 찾아 헤매는 모든 것들은 그들 인생에 있어서 결국 '맥거핀' 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씁쓸함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것들에 광적으로 집착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대놓고 의식 안에서 놔버리지도 못하는 얼치기 매니아인 나의 레이더에 걸릴 정도였으니 20년 만에 재출간된 사진집 「윤미네 집」의 재출간 전 위상은 꽤 드높지 않았을까...
헌책방이 많이 사라지면서 헌책방에 갈 기회도 비례하여 적어지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헌책방의 책 더미에서 어떠한 책들을 찾아 눈을 번뜩이는 시간은 사뭇 즐거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가 알게된 전몽각 선생의 「윤미네 집」은 오랜시간 내 레이더망에 존재해 왔으나 스텔스 기능이라도 지녔는지 한차례도 눈에 띄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몇 달전의 서울 나들이에서 들른 한 대형서점에서 한 자리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니 어찌 놀래지 않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연예인들의 화보집이나 사진집, 꼭 연예인의 것들이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작가의 사진집등은 돈을 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도록 밀봉되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 책을 위해 눈운동 해왔을 나를 위함이었는지 사진집 「윤미네 집」은 샘플로 한 권이 공개되어 있었다.
작은 전설이 내 나쁜 눈을 통해 뇌리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가슴 찡한 감동이라던가 쿵하고 내려앉는 충격같은 얼토당토 않은 수사로 이 사진집을 묘사할 수는 없었다.
잔잔함과 여운, 그리고 딸을, 자식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과 수십년간 모델이 되어준 딸의 눈빛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소박함이 있었다.
내가 찾아 헤맸던 작은 전설이 담고 있는 무게는 바로 그런 것들이라고... 나는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넘겨가며 서문을 읽고,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했다.
아니지.. 생각은 대부분 행동 후의 일이지만 사람들의 착각이자 변명은, 행동과 동시에 생각했다고 주장하는 것임을 떠올린다면 생각이란 정리된 감정일 것이다.

70, 80년대 SLR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일은 어지간한 사진 매니아이거나 중상류층에 존재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 안에서 그 시대의 가족 모습과 살아가는 풍광을 마주함에 있어서 얄팍한 계급적 위화감 같은 것은 전혀 들어설 자리가 없는 듯 했다.
어쨌거나 그것은 한국이라는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족의 정서이고, 숨을 쉬고 살아간다는 인간의 정서.. 그것이 훨씬 크게 다가오기 때문일 듯 하다.

생각은 언제나 오류를 동반한다.
사진집 「윤미네 집」을 보면서 소위 먹고 살만했던 한 가족사에 방점을 찍고 바라본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이고, 그름이다.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또는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 않는 것이 세상 이치고 결과물에 대한 반응이다.

디지털의 시대에 카메라는 누구나의 필수품이 되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윤미네 집」과 같은 역사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그런 마음을 먹고 그것을 위해 수십년 세월을 한결같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기서 바꿔 말하자면 60년대 중반부터의 사진으로 시작되어 90년의 출간과 2010년의 재출간을 맞이한 「윤미네 집」은 아날로그 시대의 수공예품과도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슴을 깨달을 수 있고, 그 가치를 인식하거나 전해들은 이들이 한결같이 찾아헤매게 만들었던 이유를 알게 해줌이 아닐까 싶다.

사진집의 주 모델이었던 전윤미씨는 미국으로 건너가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있고, 전몽각 교수님은 몇 년전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재출간된「윤미네 집」은 말년에 전몽각 선생이 출간하기 위해 정리하던 유작 「My wife」를 함께 담았다.
지난 주에 나는 블로그에 쓴 짤막한 글이 모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축제에 당첨되어 파란블로그 사용자 중 세 명에게 주어지는 파란상을 받았다. 그리고 부상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얻었다.
이 포인트를 난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곳에 쓰고 싶었다. 그래서 오래토록 보기를, 갖기를 소망했던 이 사진집 「윤미네 집」을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사진집 네 권을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 였기에 세 분의 지인께 같은 사진집을 선물로 보내드렸다. 모두에게 좋은 의미로 남을 책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귀찮은 짐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그 분들이 먼훗날 언젠가 '누구누구네 집' 이라는 타이틀로 그 분들 마음 안에서라도 잊지 않고 가족과 추억과 그네들 스스로의 역사를 반추하기를 희망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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