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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빨간부엉이 2010. 1. 6. 22:02



[너는 모른다]

작가 : 정이현
출판사 : 문학동네
초판발행 : 2009-12-08
제원 : 496쪽 / 210*145mm / 반양장본

주문하고 와야할 날을 이틀 더 지나서 책을 받아든 12월 31일 오후..
며칠을 두고 아껴 읽으려던 계획은 무참하게도 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자마자 끝장을 덮을 때까지 쉴 수 없게 만들었다.
강인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정이현 작가의 신작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이게 정말 [달콤한 나의 도시]로 도시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고 깊이있게 묘사하던 그 작가의 신작이 맞는가?
또 하나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 라는 꼬리표를 달고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
미묘하게도 이 작품은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틀을 빌려와서 이야기의 집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틀은 형식일 뿐 본질은 여전히 사람이고, 마음이다.
해체되어지는 가족간의 관계를 냉정한 거리를 두고 응시하지만 등장인물 각각에 대한 심리묘사는 세밀하다 못해 해부를 하는 듯 불편하고 섬뜩하다. (이런 기분이 들 때 표지를 다시보면 그 기분이 배가된다)
탁월한 그녀의 심리묘사로 점철된 이 한권의 소설은 때론 미국의 서스펜스 소설에서 인물의 내면을 서술할 때 쓰이는 번역투처럼 읽히는 문제점이 있지만 (개인적인 느낌일 듯하다) 조각조각 분열된 2009년의 도시를 살아가는 묘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따뜻함과 결말 없는 결말에 대한 안타까움을 놓지 않고 있기에 반드시 중요하다. (문법상 매우 이상하게 읽히겠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묘한 형태의 가족이라함은 다문화 가족인 듯도 하며 결손 가족끼리의 결합인 듯도 하며.. 불륜의 가족인 듯도 하며 막장을 향해 치닫는 가족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로는 서로의 선을 넘지 않고, 자신의 울타리안에서 상처입고 외로워하고 스스로를 수인囚人화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아슬아슬한 간극의 틀을 깨뜨리는 건 집안의 막내가 사라지면서 가족 전체에게 닥치는 위기.
그 위기는 원상태로 복구 될 수 있을 것인가..
가족들은 스스로 만든 자기 삶의 함정에 빠져서 위기 안에서 허우적댄다.
그 마음의 묘사들은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이자 이 소설이 미스터리 소설이 아님에 방점을 찍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말 없는 결말' 이라는 개인적 묘사는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말함이고 그렇기에 최후의 마지막 장의 결과를 놓고 치달리는 미스터리극으로 이 소설을 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가족들이 위기 안에서 흘리는 저마다의 고통에 찬 끈끈한 점액질형태의 심리적 고통들은 마지막의 순간에 서로를 붙잡아주는 아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너는 모른다" 라는 정이현 작가의 독설적인 부르짖음은 무엇으로 보이든 그것이 나의 착각이며 "너는 알 수 없지?" 라는 근원적이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두로 다시금 반복되는 환원의 질문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결말은 분명 있으나 이 책을 덮은 후의 나의 느낌은 진심으로 결말따위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유보된 마지막 이야기와 안개처럼 불투명한 감춰진 진실들 사이에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데 내가 무엇을 알 것인가..
곪아터진 환부의 고름은 그대로인데 그걸 닦아내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불편함..
등장인물 하나 하나에게 부여되는 관심과 묘사의 나눔은 순간순간 산만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며 통합되는 느낌을 주는 작가의 역량은 사람이 가진 내면의 고통과 슬픔과 살아감의 버거움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그 아쉬움에서 오는 듯 하다.
전작이 드라마화되면서 스타작가로 부상했지만 답습하지 않았으며 한발 더 각성하고 진보한 듯 하기에 이 소설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벌써 다음이 미친듯이 기다려진다.

Text : Minerva's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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