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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안녕, 추파춥스 키드]

빨간부엉이 2010. 6. 19. 12:37


작가 : 최옥정
출판사 : 문학의 문학
초판발행 : 2009년 1월 20일

쪽수: 335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는 일은 당사자들에겐 특별한 일이지만 인류의 흐름상 그건 그저 보편적인 일일뿐이다.
그 보편적인 무엇의 내면을 파헤치는 일은 작가에겐 고통의 작업이고 독자에겐 의식에 동화됨을 가져오지 못하면 고역스런 읽기의 힘겨움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안녕, 추파춥스 키드] 에서 작가는 집요하리만치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의 내면과 심리상태를 세세하게 서술한다.
취업에 난항을 겪는 26세의 여주인공이 어느날 길에서 만난 미국 국적의 한국 청년을 만나면서 그 사랑의 서글픔에 가슴 시리도록 빠져든다.
젊음의 시간과 젊음의 생각을 묘사하는 일은 요즘의 작품들 경향에서 뭔가 쿨하게 보이도록 서술하지 않으면 안되는 듯한 강박관념에 신진 작가들이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의 주인공들의 생활상이나 심리 서술또한 그러함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어떻게 보면 영화라면 그저 장면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말 심리적인 어떤 것들을 소설은 시시콜콜 설명해줘야 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구시대의 작가들은 압축과 간결의 묘미로, 또는 주변상황과 사회적인 현상들과의 은유로 인물의 내면을 설명했다면 2000년대 이후 등장하는 작가들은 은유나 암시보다는 직설과 직유를 즐겨 사용하는 듯 하다.
독자의 한 사람인 나는 간혹 그런 상세한 서술들에서 서늘한 감각적 쾌락을 맛보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그런 친절함이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그것은 소설은 생각조차 문학적이어야 하며 쿨한 동시대적 감각에서 뒤떨어져선 안된다는 압박으로부터.. 또는 그러한 경향으로부터 왜 자유스럽지 못하는가에 대한 불만같은 것들이 의식의 기저에서 거스러미처럼 내 생각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저 살아간다.
물론 생각이란 것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없지만 소설속에서처럼 그렇게 세세하고 미학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안녕, 추파춥스 키드] 를 읽으면서 나는 내내 위의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었다.
소설이 반 이상을 넘어가면서 주인공의 사랑이 보편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위태위태해지면서 점점 더 소설과 이야기와 생각의 결에 빠져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2009년 발행의 이 소설은 매우 동시대적이며 동세대적이다.
무수한 음악의 제시라던가, 취업문제, 우울증, 약물의존의 병폐, 사랑과 만남의 가벼움과 또는 어울리지 않게도 가벼움 안에서 알 수 없는 깊이에 대한 천착등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살아내는 청춘의 힘겨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며 시대와 청춘의 동류적 감성들을 열거한다..
[안녕, 추파춥스 키드] 는 책의 말미에서 갑작스럽게 성장소설로 변이를 꾀한다.
성장소설은 10대의 이야기에 국한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본다면 이 변이가 낯설고 힘겹게 읽힐 것이다. 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파도에 쓸려서 정처없이 흔들리는 작품 속 주인공의 심리가 꼴보기 싫을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내가 20대를 지나왔고 30대를 지나며 생각해보니 사람의 내면적 성장이란 10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20대에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30대에도 괴로워해야하고.. 그것은 40대, 50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사람이란 죽기전까지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생각의 정리와 버림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란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장소설로의 변이가 낯설기 보다는 소설속 주인공에게 동화된 내 마음이 제발 이 힘겨운 시간을 잘 추스리고 일어서길, 나아가길 바란다는 것을 발견하곤 오히려 안도의 숨결을 내뱉고 있었다.
무언가를,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다.
특히나 책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렵기 그지없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으니 예전처럼 집중해서 영화 한편을 보지도 못하고 책 한 권을 며칠에 걸쳐서 읽거나 읽다가 말아버리기 일쑤다. 하루에 책 8권씩을 읽어내던 20대의 할 일 없던 내가 그럴 때면 그리워지기도 한다.
[안녕, 추파춥스 키드] 는 그런 면에서 읽기 시작해서 다른 짓 안하고 한 번에 읽어낸 정말 간만의 소설이기도 하다.
책을 이야기 하기 어렵다면서 굳이 소개할 만큼 이 책이 특별한가? 라고 나는 며칠간을 생각해봤다.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의미는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마음은 언제나 병약하다. 강건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마음일수록 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의 병약함을 직시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소설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내면에서 나를 발견할 수도 있슴이고 대척점에 서있는 남자 주인공의 이해하기 힘든 마음상태에서 나를 찾아낼 수도 있슴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나쁘지 않겠기에 어려운 책 소개를 오랜만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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