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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오지은 - [지은]

빨간부엉이 2008. 1. 4. 10:21




오지은 - [지은] / soundnieva (http://www.soundnieva.com)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있어서 2007년을 돌아보면 그해 발매된 신보를 가장 적게 들었던 한해로 기억할 만 하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게으름이 아닐까 싶다.
그런 와중에도 몇 장의 신보를 접하였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음반이라면 응한님이 보내줘서 듣게된 원맨밴드 이창식씨가 참여한 Beautiful Comeback의 [Sound of Hope]라는 앨범이 될 거 같다.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한국적 뉴에이지' 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언제 시간나면 짤막한 음반소개를 할 날이 있을 거 같다.
그 다음에 주목할 만한 앨범이라면 아직 진보해야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 두명의 멤버로 구성된 인더스트리얼 록밴드 Elsa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앨범이라면 아무래도 오지은이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자신의 이름을 건 타이틀 앨범 [지은]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음악듣기에 능동적 참여가 힘든 실정인터라 그나마 들은 만한 음반이나 낯선 아티스트를 접하는 창구는 현재 EBS의 '스페이스 공감' 이 유일하고 거기서 진행되는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에서 만나게 된 이 뮤지션은 실로 '충격' 그 자체였다.
가수가, 음악인이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음악 그 자체보다 더 크다면 매우 위험할 듯 한데 이 오지은이라는 가수는 그 위험의 경계 안에서 매우 오랜만에 만나보는 낯설면서 익숙한, 중의성으로 둘러싸인 외피적 이미지와 신선하고 충격적인 무대매너, 획기적인 가사와 독특한 보이스컬러를 보여주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 나온 신인이지만 자신의 음반을 한장 발표한 상태였고, 그 음반 자체도 무척 특이한 형태로 발표된 음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음악을 접한 이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음반을 꼭 낼터이니 음반을 미리 사달라는 선주문의 형태로 제작된 이 자주제작 음반은 낯설고 독특함으로 똘똘 뭉친 한 뮤지션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반을 받아들고 만났던 당혹감은 일단 앨범 자켓에서였는데 흑백으로 자신의 상반신을 찍은 사진 한장은 어떤 꾸밈도 없고, 표정도 없다. 그래서 낯설고 당혹스럽고, 조악하며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마저 풍기게 한다. 먼 훗날을 돌아볼 때 이 음악인의 이 앨범자켓이 스스로의 음악인생에 마지막 영정사진처럼 남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남았지만 그 꾸밈없는 시작은 음악 안으로, 음반의 소리 안으로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꾸미지 않은 솔직함 그것으로 말이다.
흔히 요즘 '4차원 소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오지은.. 이 사람은 진정 4차원적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방송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자신의 마인드와 음악에 대한 보기드문 열정은 예전에 가수 이상은에게서 받았던 그런 느낌을 불러오고 있었는데 그것이 방송을 통해서 보여진 이미지인지 아니면 진정인지는 다음과, 다음으로 이어지는 오지은의 음반들 안에서 찾아봐야 할 듯 하다.

[지은]이라는 타이틀을 건 이 음반은 자주제작 이라고 표라도 내듯이 부클릿은 그저 하얀 종이에 까만 텍스트가 전부이고, 안에 가수의 컬러 사진이 한장 들어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집에서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듯한 형태고 음반의 사운드는 첫곡 '당신이 필요해요'를 제외하면 어떤 기교도 없는 피아노와 기타로 이루어진 어쿠스틱의 향연이다.

대부분의 가사들은 타이틀곡 '화華'를 제외하면 그냥 그런 (조금 신선하고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들이고 타이틀곡 또한 일견 충격적인 가사들로 우회하고 있을 뿐 그 또한 사랑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멜로디를 직조하는 능력 또한 타이틀곡의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이 같은 음반에서 비슷하게 2~3곡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음반을 2007년의 가장 충격적인 앨범이라고 오늘 떠들고 있는 걸까..
일견 돌아보면 소박하기 그지없는 단순한 편곡에 일년이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사랑노래 일색인데 말이다.
거기에는 타이틀곡 '華'에 내포된 낯설고 신선한 뮤지션의 사색이 주는 힘과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오지은의 생경한 보이스컬러와 무언가에 미쳐있는 한 자아의 열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이 음반이 한해를 대표할만한 음반이라고 손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지금의 열정과 지금의 독특함들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방송을 통해 알려진 자신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여 더 나은 음반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때는 주저없이 한 해의 음반으로 손을 들어줄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무명의 뮤지션들이 메이저로 편승하면서 빚어지는 개인적이거나 음악적인 타락에 편승한다면 이 음반의 자켓 사진은 이미지 그대로 한 가수의 음악적 영정사진이 될 게 뻔하다.
스스로 음반을 낼 수 있는 열정과 실력을 지녔기에 사실 그런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진정으로 다음을 기대해 보기에 충분하기에 이런 두서없는 사설을 늘어놓게 되었다.
타이틀곡인 '華' 는 검색하면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여기서는 'wind blows' 라는 곡을 선곡해 봤다. 가사와 멜로디가 좋아 음반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덧붙임 : 사실 발표된 음반이 없어서긴 하지만 2007년 사운드적인 면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헬로 루키>를 통해서 음악을 선보였던 레나타 수이사이드 Renata Suicide이라는 혼성 3인조 그룹의 음악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음악, 이런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는 그룹이 있다니 싶었다. 궁금하신 분은 다시보기를 통해서 찾아보시길 바라며..

List

1. 당신이 필요해요 (heart-beat mix)
2. 華
3. love song
4. 부끄러워
5. 24
6. 길
7. 그냥 그런 거예요
8. 사계
9.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10. the end of love affair
11. wind blows
12. 작은 방

주의사항 : 음반에서 한 곡 들어보기는 음반의 분위기를 소개하기 위해 변환하여 블로그를 통해 감상해 볼 수 있는 최저퀄리티 이므로 가급적이면 음반을 구해서 들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wind blows

바람이 차요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이 항상 웃으며 지낼 수 있기를

비록 내가 그 웃음 속에 함께 할 수는 없다 해도
이렇게 기원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떨어지는 낙엽과 눈
흘러가는 강과 눈물
잡을 수 없는 시간과 마음

봄의 인사 여름의 행복
어긋난 가을 기나긴 겨울
계절 거치고

나는 당신과 변한 듯 그대로 인 듯
새로운 봄을 준비합니다

바람이 가요 가끔 소식이 궁금해요
당신이 나를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비록 당신의 미래 위에 그 어떤 사랑이 온대도
하지만 시간이란 항상 겹겹이 쌓여갑니다

별빛들은 사라지고
마음마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닿지 않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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