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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산울림 12 - [Adagio]

빨간부엉이 2009. 1. 23. 17:07



산울림 12번째 앨범 - Adagio

산속에서 내려와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자리를 잡고 좀 멀리 떨어져서 출퇴근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큰욕심 부리지 않으면 어머니와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도 구했다.
인터넷도 설치하고 (무척 느리고 독과점이라 서비스도 엉망이지만) 늘그막(?)에 이제 안락해져 볼 수 있을까하는 덧없는 욕심을 부려본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맘편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컴퓨터가 없어서 얻어온 낡은 노트북을 쓰고 있어 블로그 관리 같은 건 생각도 못할 일이었는데 어떤 분이 글 안올리냐고 협박을 하셔서..ㅎㅎ
복귀글로 산울림의 12번째 앨범을 골라봤다.

지금 산울림을 선택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다. 그중에서도 12번째 앨범이라니..
그것은 지난해 말 그들의 30주년을 기념하는 두번째 박스셋이 발매가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박스셋이 불러온 파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90년대 말에 지구레코드에서 8장의 CD에 나누어서 내놓았던 16비트 디지털 리마스터링 앨범이 있었지만 (이 박스셋은 수원의 김종도군이 사갔는데 가지고 있으려나) 산울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의미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획물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이 두번째 박스셋에 거는 기대는 매우 컸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 것은 박스의 패키지에 대한 불만이나 첫번째 박스셋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가격 문제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음악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심하게 말하자면 짓밟아버린 리마스터링상에서의 잡음과 음질 불균형에 의한 대량의 리콜사태때문이었다.
산울림이 갖는 지금의 역사적 가치나 듣고 자라지 않은 세대들에 의한 조명등의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떠나서 음악은 예술이지만 음반은 산업이고, 소비고, 자본주의 시대가 갖는 개인의 자산이기 때문에 역시나 치밀한 기획과 준비와 결과물이 필요하다. 헌데 이번의 박스셋은 기획과 준비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에 있어서 굉장한 원성을 사고 말았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렇게 급하게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완성된 음반의 사운드 모니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음반을 판매하다니. 거기다 그로 인해 리콜 사태를 빚었다면 각성하고 제대로 했더라면 2008년 최고의 문제음반이 되지 않았을텐데 리콜하여 다시 찍어낸 음반 -박스셋의 음반은 총 17장인데 그중에 15장이 노이즈와 사운드 불균형으로 다시 찍었다고 한다- 들에서 또 문제가 발생하여 2차 리콜 사태를 맞이하고야 말았으니.. 두번의 리콜을 감내해야했던 초기 구매자들이나 다시 찍어낸 음반을 기다려야 했던 예비 구매자들 모두에게 얼마나 원성을 샀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사실상 가장 큰 문제는 2번의 리콜 사태후에 재시판된 음반중에서 또다시 노이즈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이번엔 리콜을 하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지만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너스트랙으로 들어간 라이브 음원 하나에서만 나온 문제라니 불행중 다행이지만 음반 유통 10대 강국인 한국에서 이런 문제나 일으키는 역사적인 기획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솔직히 말하면 창피한 생각도 든다. 산울림의 음악이 어디 한국인만의 음악이던가 말이다. 산울림의 박스셋이 한국인만을 위한 박스셋이 아닌것과 동일한 의미에서 이것은 중대한 과실로 기억될 것 같다.

12번째 앨범을 문득 꺼내 든 것은 개인적으로 산울림의 앨범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지만 소비되는 물건으로써의 음반을 만들면서 좀 더 느림의 미학을 견지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기획하고 만든 사람도 산울림의 음악을 좋아했기에, 단순히 돈 벌자고 만들지많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12집의 타이틀인 "Adagio"의 의미를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담아 음반을 선택해본다.
사실상 산울림의 13장 음반 중 다수가 김창완 개인의 솔로앨범과도 같기에 가수 김창완의 가장 개인적인 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12집 앨범은 내겐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음악사적으로 산울림 앨범 중 가장 비중을 두지 않는 앨범이지만 일상의 이웃같은 연기자로서의 이미지와 이후 발표했던 솔로앨범들의 잔잔한 이미지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앨범으로 나는 이 앨범을 생각한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음반을 팔았다는 김창완의 자책이 가득한 8집 앨범의 상업적 '사랑' 도 이 앨범에는 없다. 창작자의 내면에 들어차 있는 여러 이미지들을 자연과 일상의 나른함위에 싣고 있을 뿐이다. 다른 방향에서 보자면 담백한 사운드 위에 실린 영혼의 슬픔도 발견할 수 있다. 록밴드로서의 그 어떠함도 없으며, 단지 산울림의 이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13집 앨범이 나오긴 하지만 사실상의 마지막 앨범과도 같다- 의미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창조자의 꿈과 그 얘기를 들어주는 청자 사이의 오랜 교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밍밍하지만 사운드는 일견 서정적이다. 때론 팽팽한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느낌도 존재한다. 마지막곡 '누나야' 에 실린 가사처럼 들어도 들리지 않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인생의 공허함이 창작물을 만들고 듣는 과정뒤에 남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마음마저도 잊어버리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 때 이 앨범의 진정한 가치는 의식의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다.

List

1. 꿈꾸는 공원

2. 내가 돌아갈 곳은

3. 불안한 행복

4. 동창생

5. 배추꽃 메밀꽃

6. 추억

7. 무감각

8. 슬픈편지

9. 사랑의 종곡

10. 멈추지 않는 눈물

11. 누나야

text by minerva's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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