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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NICO 1 - [A Boy Behind The Curtain]

빨간부엉이 2009. 2. 27. 11:17


NICO 1 - <A Boy Behind The Curtain> / 2004

조용히 스며들듯이 이 한장의 음반은 기억 안으로 스며든다.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기 보다는 그 적막안으로 동화되는 듯한 소리의 이미지들은 자체로 하나의 실루엣이 된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 어렴풋한 실체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그저 그 안에서 서로 하나가 되라고 노래하듯이 Nico라는2인조 남성밴드의이야기는 무채색톤의 느낌으로 살며시 얘기를 건넨다.
베이지색 마분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소리없이, 그리고 담백하게 하나의 이야기는 트랙과 트랙 사이의 빈 공간에서 조차 서로를 끌어안는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건져내야 하는 것은 기실 '아무것도 없음'...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때론 얼터너티브의 느낌에 기대어 ('가을') 때론 일렉트로닉의 영향에 기대어 ('My!') 있기도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는 형체없음이다.
하이라이트를 향해가는 어떠함도 없으며,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다. 사운드의 올은 성기기보다는 헐거움에 가깝다.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비어있음이 가장 큰 미덕이다.
중독성과 반복비트의 음악시장만이 현재 남아있는 상업적 루트임을 기억한다면 이 음반이 갖는 유일한 미덕은 매일 다가오는 새벽의 옅은 안개처럼 허망하기 그지없슴일 수 있겠다.
또 어떠랴.. 안개가 사라지고 강렬한 태양만이 남아있는 날들일지언정, 밤은 오고 새벽은 항상 다가오는 것임을..
음반 레이블도 없고, 특별한 정보도 없는 프라이빗 레코드의 범주에 넣을 이 앨범은 그래서 한 음악인의 솔직한 일기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일기가 결국은 누군가에게 읽힘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때, 이 한장의 일기는 이야기로 변화하고 느낌으로 스며든다.
비 오는 어느날 오후, 빈 집에서의 쓸쓸함을 달래줄 BGM으로... 빗소리의 여운을 깨뜨리지 않을 조화로움으로..
그렇게 의미되었으면 좋겠다.


List

1. 오후 4시
2. Love is Freedom
3. 잠
4. 가을
5. My!
6. 좁은 방에 누워
7. 아이보리 호수
8. 카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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