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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채수영 - [내가 사는 세상]

빨간부엉이 2007. 1. 28. 21:52






채수영 - [내가 사는 세상]
DSM Entertainment, 2001

음악이 한장의 음반이라는 물건으로 물화物化 되면서 열정과 분위기 숨소리등의 자연스러움들은 모두 휘발된다. 그리고 남는 것은 말끔하게 다듬어진 악기들의 건조함과 짜깁기한 보컬의 낯설음뿐이리라.
여기 한장의 음반이 있다.
2001년에 발매된 채수영의 블루스 음반인 [내가 사는 세상]


한국 음반시장에서 블루스라는 장르 -블루스가 장르 음악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난 블루스가 장르음악이면 좋겠다- 가 얼마나 척박한 환경에 놓여있는지는 손에 꼽기도 민망한 블루스 앨범의 수와 뮤지션 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뿌리Roots 음악으로써 블루스는 서구 현대의 대중 음악의 시초라 할만하고 한국에서 그런 음악을 한다는 것은 마치 컨츄리 음악을 한다는 것에 다름 아닐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듯 하다.
사실 잘 알려진 블루스 음반이 아니고, 정보 없이 블루스 항목이 카테고리화 되어있는 음반매장이나 온라인에서 음반을 구입해 들을 경우 컨츄리와 짬뽕 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음반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블루스 음악을 정말 좋아함에 불구하고 블루스 음반을 많이 사서 들어보지 못한 이유는 역시 위와 같이 당했던 몇번의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전처럼 능동적으로 음반정보를 찾고 음반을 찾아서 유명한 음악사들을 찾아다니던 열정이 없기에 'EBS스페이스 공감' 같은 곳에서 낯선 뮤지션을 만나는 것은 실로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다. 거기에 음악이 나의 취향이고, 거기에 그 음악의 깊이가 깊고도 풍부하다면 그건 최상급의 발견이라고 할만하다.
채수영이라는 뮤지션의 공연 모습을 본 것은 실로 충격에 가까웠었다.
뒤늦게 텔레비젼을 틀었기에 공연의 4분의 1정도 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 짧은 몇 곡의 만남에서 느꼈던 열정과, 블루스 음악에 대한 한 뮤지션의 모든 것이 녹아든 시간의 힘이 주는 위대함을 목도하는 일은 실로 대단한 느낌으로 기억된다.
공연을 한 것이 2004년 말이기에 한참전의 기억이니 정확할지 모르지만 곧 채수영의 2집 앨범이 발매가 된다고 했었는데 2007년이 시작되고도 한참인데 아직 그의 두번째 앨범 발매소식은 들리지 않고있다.


지금 소개하고 있는 1집은 절판된지가 한참전의 앨범이고, 국내 앨범은 출시되고 인기 없으면 바로 사장되기때문에 구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몇년된 시디들도 반품 안하고 가지고 있는 시내의 음악사가 두군데 있어서 가보니 그중의 한곳에 음반이 한장 남아있어서 공연을 TV에서 본 직후에 구입하여 들어보게 됐었다.
음반으로 만나는 채수영의 '소리들' 은 너무 매끈하고 열정을 느끼기에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다. 음악이 음반에 갇히면서 어떻게 변해버리는지 참 여실히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은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거 같다. 방송매체에서 쇼를 하는 가수들의 음반이야 사서 들을 가치도 없지만, 자신들의 소리를 내는 밴드 음악을 하고 자신의 소리를 갖는 진정한 뮤지션의 공연을 TV든 실제든 본 후에 음반을 구입하면 항상 이런 당황스런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좋은 밴드나 뮤지션의 라이브 앨범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가 보다.
[내가 사는 세상]은 그래서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스튜디오에서 잘 다음어진 사운드보다 블루스는 거칠고 끈끈하고 열기가 가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반으로써 채수영의 소리들은 휘발되버린 열정의 요소들때문에 아쉽지만 그래도 기록의 산물이기에 충분히 들어줄 가치는 있다고 본다.


비록 앨범이지만 그의 펜더는 여전히 따뜻하고, 여전히 사색하고 있으며, 여전히 앞을 향해 달리는 힘을 놓치 않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의 내세울 것 없는 듯한 투박한 질그릇 같은 보컬의 탁성은 매끄럽기만한 편곡의 틈바구니에서 소중하게 빛을 발한다. 타이틀곡 '내가 사는 세상'에서 들려주는 기타의 국악기와 같은 기법의 농현弄絃 은 그 자체로 홍콩과 미국과 한국을 아우르는 그의 음악여정에 있어서의 인간에 대한 정체성의 보고서에 다름아닐만큼 고백적인 떨림을 들려준다.
'리얼'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앨범으로 만나는 채수영의 소리는 시작이었던 만큼 부족하고 다음을 위한 포석이라는 가치로 의미있다. 블루스의 거장 하울링 울프의 곡을 재해석한 'May I Have A Little Talk With You' 와 밴 모리슨의 곡을 커버한 'If You Love Me'는 이 앨범을 듣는 보너스다.
어쨌거나, 이것이 내가 들은 이 한장의 앨범에 대한 대답이다.


채수영과 그의 동생이 운영하는 블루스 바인 {Just Blues} -http://www.justblues.co.kr- 에서 곧 나올 새 앨범이라는 표현을 볼 수 있는바 그의 다음앨범이 얼마나 더 현장의 리얼함에, 블루스의 깊이에 가까워져 있는지 진심으로 기대되고 주목하고 싶다. 그리고 빨리 들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몇 년 보낸 기다림을 보상받을 훌륭한 소리를 듣고 싶다.
진심이다.

List

1. 이젠 한마디 해볼까
2. 내가 사는 세상
3. 그래도 태양은 오늘도 떠오르네
4. 그대에게
5. One Soju
6. May I Have A Little Talk With You
7. 비
8. Destiny
9. 철수와 순이
10. If You Love Me
11. Jam Night At Just Blues
12. 이젠 한마디 해볼까 (Shortened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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