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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諸田コウ (MOROTA KOH) - [生∞死]

빨간부엉이 2007. 1. 18. 14:13



8~9년전 정도에 인디음반의 꼬리표를 달고 나온 앨범이 하나 있었는데 김영진의 [들꽃]이라는 앨범이었다. 수록곡도 많지 않았었고 가격도 저렴했었는데 이름이 좀 헷갈려서 찾아보니 몇 년 전에 재발매가 된 모양이다. 가격은.. 재발매 음반이 예전 음반보다 세 배 정도 비싸다. 좀 기형적인 구조인가.. 재발매 음반이 더 비싼 경우는 첨 보는 거 같은데..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그 음반이 담고 있는 음악이 중요한 것일터.
[들꽃] 앨범은 당시에는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드문 플랫리스 베이스 연주 음반이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들어볼 가치가 충분한 앨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도 김영진의 솔로앨범들이 여러장 발매가 되어있는 걸 지금에서야 확인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앨범이 플랫리스 베이스 연주음반이어서 사설이 좀 길었나보다.

97년 음반인 듯 하고 이 분야의 마스터피스라고 부를만큼 연주력이나 곡 해석의 탄력성이 정말 뛰어난 앨범이라고 생각해본다. 연주자의 이름은 MOROTA KOH 라고 읽나보다..^^;
사실 내가 일본말을 읽을 수가 있어야지..ㅡ.ㅡ
여하튼 이런 귀중한 음반을 응한님이 보내주셔서 요즘 아주 열심히 잘 듣고 있다. 응한님이 보내준 넉장인가 다섯장인가의 앨범들을 요즘 차례대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하고 가치있는 앨범이 아닐지..

포근한 음반이라고 해서 편안한 듣기가 가능할줄 알았는데 사실 그건 아니었다. 플랫리스 베이스 연주를 들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이게 딱히 멜로디도 없고 무미건조할 수도 있는데 [生∞死] 앨범의 베이스 연주는 오히려 거기에 한 술 더 뜨는 듯 하다. 연주의 화법이 마치 일본의 고전 연극들에서 들려오는 듯한 정체불명의 사운드라도 듣는 듯 정처없이 허공을 헤매고 있는 듯 하다. 아니, 평상심을 잃고 정처없이 세상을 떠도는 이들의 마음을 연주하고 있는 듯 하다. 아니, 무심한 마음의 한 끝에 도착하여 얻는 깨달음의 평온함을 연주하고 있는 듯 하다.
바꿔 말하자면 이 음반에서 주축이 되는 플랫리스 베이스의 연주는 정의하기 그만큼 힘든 다변성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거기에 동반자로 등장하는 피아노의 불협화음같은 콤핑과, 낯선 땅 위로 인도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음악 듣기의 낯설음을 끌어내는 tabla의 리듬감이 겹쳐지면서 음반 전체는 한 어릿광대의 희극을 보는 듯 정신없고 바쁘게 돌아간다.
그러다 문득 사람의 인생여정을 얘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문득 가라앉아 진정된 피아노의 마지막 연주는 삶의 열정으로 가득찬 삶을 돌아보라는 듯 배경으로 사그라드는 베이스 사운드와 맞물리며, 음반의 메세지인 세상에 태어나고 떠나감에 대한 한장의 음반이 주는 여정의 묵직함에 대해 깊이있고 진지하게 성찰하게끔 한다.

내가 듣기에 결코 듣기에 편한 음반도 아니고 고생하면서 들어야 하는 그런 음반이다. 음악 듣기가 불편하고 껄끄럽다.
하나의 그것은 바꿔 말하자면 음악이 주는 철학의 의미를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둘째의 그것은 이 음반이 마스터피스로 추앙받기 부족함 없는 앨범인 이유를 발견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세째의 그것은 음반도 세상에 나오며 열린 텍스트로 존재하지만 열린 하나의 텍스트를 닫힌 하나의 활자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덧붙임 : 자켓 사진과 트랙 리스트는 김응한님의 블로그(http://sickthing.egloos.com/)에서 빌려왔다. 트랙 리스트를 쓸 수가 없어서.. 더군다나 응한님이 트랙리스트까지 이미지로 올려보려서 그냥 염치불구하고 통채로..^^;;

Text by Minerva's Owl

Track No.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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