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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글쓴이 : 서영인
그림 : 보담
펴낸 곳 : 서유재
255쪽 / 2018년 10월 10일 초판 1쇄 발행본

이 책에 대해 떠올리는 감상은 유쾌함이 아닐런지. 감정을 토로하는.. 그러면서 유려한 문장을 만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요즘 들어 이런 책들을 선택하게 하는 것 같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학강사로 살아가며 마라톤과 맥주를 즐기는 어떤 여인의 망원동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엔 가볍고 유쾌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글은 세상살이의 첨예한 부분들로 들어가면서 가벼움을 버리고 무거움을 택하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일까.. 가벼움을 무거움으로 치환하면서 얻어지는 운동에너지는 적어도 독자의 일상을 환기하게 하는 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 에너지의 방향은 나의 감각을 조금은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또 역시나 그렇지만 내가 생각지 못하는 세상살이에 대해 누군가는 열심히도 열렬히 도 살아가고 있슴에 대해 반성하게 하는 유의미함도 남겨준다. 사는 건 선형적인 시간 틀 위에서 모두에게 동일하게 다가오는 듯 하지만 뇌의 구조.. 생각의 반영이라는 것은 직선성일 것 같은 시간의 틀에서 모두가 어느 각자의 방향으로 비틀린 운동을 통해 저마다의 영역으로 도달하게 한다. 삶이란 게 그래서 재밌기도 슬프기도 유쾌하기도 한 것일 것이고, 타인의 삶을 타인의 내면을 -그것이 비록 가공된 것일지라도- 들여다 보는 관음적 시간이 나를 성찰케 하는 가당치도 않은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가벼움이 무거움으로 변이 되던 시간을 거쳐 이 책은 갑작스레 망원동의 가게들에 대한 사랑 고백으로 점철된다. 그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그 고백이란 게 상당히 평범치 않은 내공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고 말하고 싶다.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평론가의 삶이라는게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오롯이 글 쓰는 이의 유머러스함과 내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시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의 글이란 건 확실히 다르다. 그 '잘 씀'에 대한 질투심이 묻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벼운 에세이로 치부될 것 같은 표지이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 보석 같은 반짝임을 줄 수 있는 그런 책. 이런 책들은 쉽게 만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지난주 이틀 정도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은 내 마음이 쓸데없이 바쁘긴 했지만 가난하지는 않았노라고.. 그 짧음의 부유함을 내게 줄 수 있어서 고마웠노라고 고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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