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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번외」

빨간부엉이 2019. 5. 2. 20:21

 

「번외」

지은이 : 박지리
펴낸 곳 : 사계절
분량 : 146쪽
2018년 9월 20일 1판 1쇄 본 읽음

뭔가 해야할 것은 늘 많고 시간은 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매사에 쫓기는 기분. 버려야 할 마음 자세중 하나. 온 지구에 하나뿐인 나를 이뤄가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실존에 대한 자각. 어리석은 날들.

도서관에서 빌린 어떤 책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도 하고, 어떤 책은 이런 책이 정말로 책으로 나올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게도 한다.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블로그에 감상을 끄적거리지 않는 게 좋겠다 생각되었다. 내 일기장 같은 블로그에 내가 살아온 시간을 남겨두고자 함이 목적이었는데 내 감정이 활자로 변이 되어 매체를 통해 전파됨은 누군가에게 힘든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구나 싶은 생각에 나 또한 힘들어졌던 시간으로부터 비켜서고자 하는 비겁함이라 할 수 있겠다.

불편함과 가치없슴으로 부터 비켜서서 한 작가의 유작을 마주한다. 25세에 불현듯 등장한 박지리 작가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정의의 외피를 입은 채 이전에 없었던 느낌의 문학을 창조했다고 생각된다. 31세에 요절했다고만 나오는데 사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작품 해설까지 포함을 해도 15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는 이 책에 박지리 작가의 전작을 발행해왔던 사계절 출판사는 '장편소설'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분량으로 보면 중편 정도에 그치는 작품이지만 공식 매체에 단 두 번 나타났었다는 작가의 행보와 독특한 작품 세계에 대해 그분의 전 작품을 발표해주었던 출판사는 장편이라는 수식으로 헌사를 대신한다고 생각되었다.

작품의 내용은 4.16 이전에 쓰여졌지만 어렵지 않게 그쪽으로 마음을 쏠리게 한다. 적어도 아직은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총기 난사 사건이라는 내용 또한 마음의 방향을 그런 쪽으로 끌고 가게 한다. 참사에 대해 마주할 수 있는 주체와 타자의 감정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에 대해 작가는 어쩌면 냉철하게.. 냉소적으로 보일 만큼 주인공 소년의 내면을 빌어 서술하고 있는데 말 따옴표 등을 생략해 버리는 형식의 파괴에서 또한 그런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어디로 갈지,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떤 가식의 가면으로 사람을 대해야 할지 선택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아마도 커다란 사건을 마주한 이후의 누구나의 삶이라는 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 마음을 위로하기보다는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를 작가는 하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번외'가 되어버린 나는 진짜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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