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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외 5권

빨간부엉이 2020. 8. 8. 20:53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지은이 : 김현진
펴낸 곳 : 다산북스
분량 : 247쪽
2020년 6월 17일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이 책은 도서관에 구입 요청을 넣어서 1착으로 읽을 수 있었다. 한 권의 도서를 더 신청했었는데 그 책은 도서관에서 이미 구입 진행 중인 도서라고 반려가 되었다. 
김현진이라는 작가의 단편 소설 모음집인데, 전작들을 읽어본 적은 없다. 아쉽게도.
사실 이 책을 신청했던 건 네이버 포스트의 출간 전 연재 꼭지에서 이 책의 단편 중 하나인 ‘아웃파이터’ 란 작품을 흥미있게 읽어서였고, 다른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서 신청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선입견으로 남자분인줄 알고 읽다 보니 도저히 남자의 이해력만으로 쓸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닌데 싶어서 작가분에 대해서 검색해보니 여자분이었다. 역시 이 책의 작품들은 남성의 머리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작품들이었던 것이었다. 여성이라는 연대 의식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 심리 세계에 대한 젠더적인 이해가 없이는 남성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
표제작인 ‘정아’ 부터 나는 이 책에 굉장히 사로잡혔는데 지옥 같은 삶의 바닥에서 허우적대면서도 주인공인 정아의 의식은 수많은 영어식 표현들로 이루어진 카페의 달콤한 메뉴들이나, 발음도 안 되는 옷가게의 브랜드명에 여전히 의식의 한켠을 내주고 있음에서 인간 욕망의 기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받았던 거 같다. 여성의 삶과 여성의 의식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우회적이면서도 때론 직설적으로 표출되는 단편들은 때론 동어반복적이거나 동의 반복적인 느낌들을 주곤 하지만 그럼에도 읽는 내내 집중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이야기의 힘이다. 전형적인 페미니즘 소설이 아님에도 그렇게 읽힐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대단한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다. 
8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데 첫 단편인 ‘정아’를 제외하면 모두 주인공들의 이름은 다르지만 책의 제목처럼 이 소설집의 등장인물들은 ‘정아’로 대변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단편집이지만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다양한 ‘정아’들에 대해서 작가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겠다.
책의 이야기는 어쩌면 ‘정아’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에 빌려온 외피일 수도 있겠다. 정말 중요한건 이 책을 읽고 우리 곁의 ‘정아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진다.
중간의 몇 작품은 어설프고 왜 이 책에 넣었는지 미흡한 단편들도 몇 편 있지만 그럼에도 읽어보길 권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 외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뛰어남 때문이겠다. 

  


「살인자의 쇼핑몰」

지은이 : 강지영
펴낸 곳 : 자음과 모음
분량 : 171쪽
2020년 2월 14일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분량이 좀 짧아서 아쉽긴 한데.. 그리고 200쪽도 안 되는 책을 언제부턴가 장편소설이라고 부르는 게 좀 불편한 느낌을 주지만 책이 상당히 재밌어서 그런 느낌들은 다 봐주기로 했다..ㅎ
여대생인 주인공 지안과 농기구 쇼핑몰을 운영하는 삼촌이 등장한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중 지안은 부모 모두를 사고로 잃고 하나뿐인 혈육인 외삼촌에 의해서 어려서부터 키워지고 함께 살아왔다.
그렇게 커서 대학생활을 하던 어느날 외삼촌이 욕실에서 자살했고, 시체를 확인하러 오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게 된다. 
스포도 아니고 이건 뭐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일 테니 말하는데, 외삼촌의 쇼핑몰 실체는 살인자들을 위한 쇼핑몰이었고 주인을 잃은 쇼핑몰을 차지하기 위한 킬러들의 공격이 시작되고 지안은 어릴 적 친구였던 남자를 삼촌의 장례를 치르면서 만나게 되고 함께 그 난관을 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뭐 이런 줄거리 되시겠다.
전개도 빠르고 내용도 참신하고 자료 조사도 많이 한 티가 난다. 상상력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재밌다. 
아쉬운건 너무 짧고, 이야기를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이 아쉬웠다. 좀 더 풍부한 텍스트로 이야기의 살집을 불리고 내용의 급작스런 전개 대신 개연성을 획득하는 글쓰기가 되었다면 장르 소설로 발군이었을 텐데 하는 일말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단시간에 굉장한 흡인력으로 읽히기 때문에 재미난 한 권의 소설을 읽고자 하는 분에게는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지은이 : 이주란
펴낸 곳 : 문학동네
분량 : 302쪽
2019년 12월 24일 1판 3쇄 본 읽다가 중도 포기
 

표지가 예쁘고 책 소개하는 포스트에서 언젠가 봤던 기억이 나서 대출을 하게 됐는데, 딱 절반 읽고 접었다.
여러 지면에 발표되었던 작가의 단편들을 모아둔 작품집인데 모두 1인칭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생각을 나열하고 있는데, 이 서술의 방식은 굉장히 건조한 느낌이어서 표제작인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읽을 때는 홍상수 영화라도 보는 듯 처음에는 무척이나 신선했고 읽는 즐거움을 주었는데, 점점 불편해졌다.
표제작은 분명 한 편의 심리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멜로 영화라도 보는 양 즐거웠는데 이 후 작품들에서는 어쩐지 몰입이 되지 않고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의 생각이 끊임없이 나열되는데 이게 꽤나 우울하고 무거운 느낌들 이어서 참고 절반까지는 읽었는데 더는 읽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죄송~~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지은이 : 도제희
펴낸 곳 : 샘터
분량 : 286쪽
2020년 3월 5일 1판 1쇄 본 읽음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언제나 마음 속 짐처럼 여겨진다. 박경리의 ‘토지’ 같은 느낌이랄까.. 꼭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손에 쉬 잡히지 않는 숙제들.
미뤄두었던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숙제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선택한 책이다.
작가는 자발적으로 직장 상사와 싸우고 회사를 때려치운 후 도스토예프스키를 다시 읽거나 새로 읽거나 한 듯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것들을 꽤나 재미나게, 그리고 독특한 시선으로 서술해 나간다. 본인의 삶이 글 속에 많이 녹아있다 보니 꽤나 찌질하게 보이기도 하고 동질감을 느끼게도 하는 점이 읽는 즐거움을 주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15편.. 보다 조금 많은듯한 작품들을 얘기하면서 펼쳐내는 우리의 일상과 도스토예프스키 글 속의 인물들의 조화가 오래된 듯 새롭다. 
고전은 대부분 막장이기에 사랑받는다는 관점도 꽤 재밌는데 누군가의 생각과 사상이 글로 표현될 때 그 모든 것들에서 깨우침을 얻고 감탄을 일궈낼 수는 없는법이다. 그렇기에 읽는 사람들마다의 뇌리에서 글들은 때론 그저 먼지처럼 부유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나를, 오늘의 내 생각을 열매 맺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의 모든 생각들은 유의미하고 가치 있다 하겠다.

 

 


「샬롱 드 홈즈」   

지은이 : 전건우
펴낸 곳 : 몽실북스
분량 : 339쪽
2019년 12월 9일 1판 1쇄 발행본 읽음
 

가상의 어느 도시를 배경으로 낡은 아파트에 사는 꿈도 잃고 남편의 폭력에 무너져가며, 또는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욕구만 남은 중년과 노년의 여성들이 뭉쳐서 탐정단을 꾸린다.
애초의 목적은 현상금 걸린 바바리맨을 잡아서 각자의 삶에 필요한 돈을 충당할 목표였것만, 정작 바바리맨 대신에 그녀들의 타깃이 되는 건 희대의 연쇄살인마 되시겠다.
한 편의 활극 영화를 보는 듯 책은 신나게 재밌다. 삶의 강퍅함에 찌들어버린 여성들의 시간에 대해 조명하는 부분도 빛이 나지만 그 어두움을 뚫고 찬연히 일어서는 여성 연대의 희망찬 노고가 꽤나 아름답다. 
추리소설 몇 권쯤 읽어본 사람이라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진짜 살인마에 대해서 쉽게 간파할 수 있는 건 좀 아쉽지만 그 마지막을 위하여 달려가는 주인공들의 힘겨움이 재미로 치환되는 자극이 뻔한 듯하면서도 신선하다.
몇 년 안에 반드시 영화화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돈이 있다면 판권을 사두시길..ㅎㅎ

 

 

 
「오래 준비해온 대답」   

지은이 : 김영하
펴낸 곳 : 복복서가
분량 : 299쪽
2020년 4월 29일 초판 발행본 읽음
 

‘알쓸신잡’ 덕분에 국민 소설가로 등극한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
40세 즈음에 방송과, 교수직과 소설가 등의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아내와 함께 떠났던 두 달간의 시칠리아에 대한 기록. (그 뒤에 1년간 캐나다던가.. 어디선가 지내게 되어 다 정리하고 떠나면서 집이 빨리 팔려 생긴 두 달의 공백기에 떠난 여행)
과거에 펴낸책이 아마도 절판되고 다시금 내달라는 요청이 많았나 보다. 서문에 보니 이 책은 새로이 쓴 책은 아니고 그런 연유로 인하여 다시 나온 책인가 보다. 아이폰도 없고, 구글맵도 없고, 호텔스닷컴도 없었던 시절의 여행기라면 당연히 종이 지도가 등장하고 계획되지 않은 곳에서의 낯선 것들과의 조우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당황하고 무서워하고 즐거워한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은 몇 권 읽긴 했는데, 작품마다 모든 것들이 너무 달라서인지 김영하라는 작가가 가진 특유의 어떠함들에 대해서 나는 아직 잘 모른다. 그렇기에 이 여행기가 김영하 작가 특유의 무엇 무엇이 포진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왜 이 책을 다시 펴내 달라고 요청하고 출판사에서는 책 불황의 시대에 이 책을 다시 펴냈을지에 대해서는 알 것 같다. 계획에서 시작해서 짜여진 계획의 틀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요즘의 여행이 아닌 말 그대로 날것의 여행과 고생에 대한, 그리고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젠체하지 않은 느낌으로 담백하게 서술되고 있기에 특별한 재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술술 읽혔는데, 독자 제위께서는 그런 점을 높이사 이 책의 재 출간을 요구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화려하지 않은 사진들과 낯선 시칠리아에 대한 이야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과 김영하 작가의 감성적이면서 건조한 생각의 결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화려하고 쇼핑 정보와 관광 정보가 넘쳐나고 생각은 거의 없는 요즘의 무수한 여행기에 지치신 여행기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읽어도 후회하지 않으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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