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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빨간부엉이 2020. 9. 16. 12:22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지은이 : 최갑수
펴낸 곳 : 보다북스
분량 : 295쪽
2020년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비가 오는 아침을 맞이했고, 빗소리를 들으며 삶의 괴로움에 대한 어떤 것들에 대해 누군가와 카톡으로 대화를 한참 나누었다.
계약한 방은 한 달쯤 후면 빼야 하기에 경차로 짐을 시골로 실어 나르기 위해 포장을 좀 했다. 사놓고서 읽지 않은 책들, 사놓고서 듣지 않은 CD들.
그래도 뭔가 읽을거리는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두 권의 책을 남겨두었다.
펀딩 사이트에서 참여해 구매했던 여행 작가 최갑수라는 분의 에세이집이 그중 한 권이다.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파도치고 있는 요즘의 내 나날에 잔잔한 호수 같은 평정심을 선물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컸다.
맛없지만 대안이 없는 카누 한 잔과 끊겼다 다시 들려오곤 하는 빗소리를 배경 삼아 한 권의 에세이를 말 그대로 뚝딱 해치웠다.
하나의 사진을 보고 하나의 글을 소화시키듯 천천히 읽어야만 함에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건 마구 해치우며 읽어가야 했던 독서 습관 탓이리라.
뭐 글들이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글은 아니고 단문으로 툭툭 던지듯 작가의 상념을 나열하고 있는 짤막한 잠언들 같은 몇 줄의 글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사진들은 아그파 톤이거나 예전 코닥의 색 빠진 컬러감으로 채워져 있었고, 구도가 참 좋아서 사진들을 보는 것만 해도 꽤나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마음이 좀 치유되거나 위로를 받았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내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런 데서 해결이 되는 건 아니기에 그저 달래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쇼’를 내가 했다는 정도.
앓던 이를 빼내면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할 것이다. 마음이란 건 시원에 방점을 둘 수도 있고, 섭섭에 방점을 둘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마음은 그런 것보다는 조금 무겁고 우울하다. 불안과 초조. 거기에 마음이 묶여 있다.|
그것은 옳지 않다. 그 마음이 길어지면 무기력과 우울감이 영혼을 좀먹고 생을 혼탁하게 하거나 마감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임을 알기에.
우리들 마음이란건 어떤 바이러스 보다도 무서운 것이다. 위험지역을 통과한 날의 마음이란건 2주간의 자가 격리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책 제목이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인데 나는 잘 지내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그렇다’라고 하고 싶다는 거짓의 마음으로 오늘을 보내고 있기에 아마도 내 인생의 오늘은 ‘잘 지내고’ 있지는 못한 게 분명하다.
그래도 저자의 말처럼 낙관의 마음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지도 모른다.
최소한 그것만큼은 믿어보고 싶다. 이 책에서 건져 올린 오늘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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