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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지은이 : 님 웨일즈, 김산 원작에 박건웅 그림
펴낸 곳 : 도서출판 동녘
분량 : 534쪽
2020년 8월 15일 초판 1쇄 본 읽음

님 웨일즈 라는 기자가 독립운동가 김산에 대해 썼던 원작을 토대로 박건웅이라는 만화가가 그림을 그려서 읽기 쉽게 펴낸 책으로 민중화나 걸개그림 스타일의 판화 같은 화풍이 독특한 정서를 풍긴다. 주인공의 거칠고 고난스럽고 피폐했던 삶을 묘사하기 좋은 그림체 같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고문이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스런 삶 같은 것들이 퍼뜩 머리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이해한다고 하는 건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일제 강점기나 해방 전후를 다루는 작품들을 볼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나는 독립투사가 되었을 것인가, 아니면 친일 행적을 일삼는 그런 인간이 되었을 것인가.. 굉장히 단순할 것 같지만 정말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가정 같은 것. 지금의 성격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후자에 있었을 거 같긴 한데..ㅋ

여하튼 본명 장지락 (김산은 작가가 붙인 가명)인 독립투사의 파란만장한 삶이 만화로 살아나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으로나마 마주하기에 더욱 가슴 아프고 힘들게 보이는 시절의 이야기. 바이러스로 인류가 멸망하는 시절이 올지언정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시절을 다시금 맞닥뜨리지는 않기를 바란다. (책은 일부러 광복절날 초판본이 나온듯하다)

 

탬버린

지은이 : 김유담
펴낸곳 : 창비
분량 : 342쪽
2020년 3월 31일 초판 1쇄 본 읽음

8편의 단편을 모은 작품.

대부분 젊은 여성들, 특히 도회지에 적을 두고 있는 지방 출신의 여성들의 삶과 생각들을 작가의 정서로 조망한다. 아름답게 묘사되지 않고 달콤한 언어도 없다. 냉정하고 살풍경하다. 세상은 그렇게 각박하기만 한 걸까 싶은 의문이 든다. 실제로는 세상이 각박하고 삶은 고독하고 집단은 냉혹하고 가족은 섬과 같은 게 현대인의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따뜻한 판타지와 위로가 가끔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힘은 좋은데 작품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런 정서들로 인해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조금 피로한 감이 든다. 그렇지만 한 번은 꼭 읽어볼 만한 글들이 포진하고 있다.

 

「손의 왕관」

지은이 : 김다은|
펴낸 곳 : 은행나무
분량 : 219쪽
2020년 2월 21일 1판 1쇄 본 읽음

최초로 조선에 성경을 전파했다는 토마스 선교사의 이야기로 프롤로그가 시작되는데, 초반부 이야기는 뭔가 미스터리 한 사건을 파헤치는 그런 작품인 줄 알았던 거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아마 이유에서 이 책을 들고 나왔던 게 아닌가 싶다. (여수에서 가는 도서관은 현재 공사 중이라 다른 건물에서 신간 조금 가져다 두고 대출을 해주고 있어서..)

그런데 어쨌거나 이 책은 성령의 은혜를 입을 것인가 말 것인가, 또는 입어야 하는 것인가 말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기분이 들었다. 페이지 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에 읽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었는데 그럼에도 글의 힘은 뛰어나고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를 설파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언어의 미학에 대한 천착도 분명 존재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종교를 떠나서 읽어봄직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빌려온 다섯 권의 책들은 모두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작품도 종교 이야기가 넘실대지만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이니 이 감상글을 보시는 분은 한번 읽어보시라.ㅎㅎ

 

내일은 초인간

지은이 : 김중혁
펴낸 곳 : 자이언트 북스
분량 : 301쪽
2020년 7월 17일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소리를 남들보다 더 잘 듣는다거나, 도망을 잘 친다거나, 팔이 늘어난다거나 하는 조금은 특별할 것 없으면서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건을 도모한다. 라는 게 큰 줄거리 되시겠다. 김중혁 작가는 TV에서 이동진 님과 자주 나와서 영화 소개도 하고 그래서 워낙 익숙한 인물인데 책은 '악기들의 도서관'과 뭔가 다른 작품 하나를 본 것 같다. 일단 순수 문학적으로 발달된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고 책의 부제만큼이나 유니크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한 편의 영화처럼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가볍다. 그러면서 진지하고 그러면서 색다른 듯 평범하다. 김중혁 소설의 특징은 아마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초능력자들이 모여서 안락사시키려는 동물원의 동물을 빼내기 위해 의기투합하여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완결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이 책이 뭔가 시리즈 물이었나 보다. '내일은 초인간 1 -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이고 2편이 '극장 밖의 히치 코크'인 걸로 봐서 2권을 다 읽어야 뭔가 정서적인 공감이 생길 것만 같다. 재미는 있는데 몰입은 조금 안 되는 느낌?

 

살인자에게

지은이 : 김선미
분량 : 355쪽
펴낸 곳 : 연담
2020년 2월 17일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다섯 권의 책을 2주 전에 빌려와서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다. 다섯 권 중에서 한 권을 고르라면 단연코 이 책이다. 굉장한 흡인력과 서사의 전개와 풀어놓은 퍼즐들을 세세하게 맞춰가는 능력이 출중하다. 인물에 대한 묘사와 주인공 가족들의 시점으로 사건의 5일을 복기하는 전개도 참신하고 무엇보다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가장의 파산이 불러오는 동반자살의 비극에서 '동반'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묻는 작가의 정서가 가장 도드라지는 훌륭함이 아니었던가 싶다. 사실상 아버지에 의한 일가족 살해의 다른 이름이 미학적으로 포장된 그 의미 속에서 작가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거기서 완결되지 않은 살해의 시간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부여되는 삶의 무게와 숙명 같은 고뇌의 시간을 또 다른 살인 사건의 현장 속에 던져 놓으면서 풀어 나가고 있는데 작가의 그 마음이 투영된 등장인물들의 세상 속 시간들과 세상의 눈이라는 그것들이 참으로 안타깝고 시리다.

한 아버지가 있고,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자기도 죽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아내를 죽였고, 큰 아들을 죽이려다 도망을 쳐서 실패하고, 그 사이 둘째 아들은 침대 밑에 숨어서 목숨을 구한다. 아버지는 복부를 찔러 죽고자 하지만 살아남아 교도소에서 10년을 복역하고 나온다. 할머니와 살던 둘째, 저수지에 아이를 빠뜨려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집을 떠나 10년 만에 돌아온 형,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 이 네 명의 가족이 다시금 만난 그곳에서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 뒤로 5일간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 이 책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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