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직 달님만이」

지은이 : 장아미
펴낸 곳 : 황금가지
분량 : 428쪽
2019년 12월 5일 초판 1쇄 본 읽음

 

도서관의 책 반납일에 쫒겨 반납하기 전까지 부랴부랴 겨우 다 읽었다..ㅎ

황금가지의 네이버 포스트에서 관심 있게 봤던 책이 도서관 신간에 꽂혀 있어서 구입 신청 도서가 들어왔을 때 같이 대출해서 읽어봤다.

‘사극 판타지’ 라고 정의하면 좋을 거 같다. 아마도 조선 시대로 추정되는 미지의 시기에 권세 있던 지방의 한 무인이 역모로 추정되는 죄로 가문이 멸하게 되면서 그의 두 딸은 역시나 미지의 섬으로 유배를 당하게 되는데 그 섬에서 자매가 겪게 되는 험난한 나날들에 대한 보고서 같기도 하고, 여성으로서 세상에 던져진 두 인격이 어떻게 몰락하고 어떻게 스스로의 성정을 지켜내는가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역시나 이 책은 범이 등장하고 용이 등장하는 판타지에 근간을 둔다.

이야기의 구조는 상당히 듬성듬성한 느낌이다. 많은 이야기를 펼쳐내야 할 거 같은데 마지막 몇 장에서 급박하게 덮어버리는 느낌도 들고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래도 이 책의 문장 구조는 굉장히 구어체적이고 사어가 될 법한 우리말들이 한없이 나열되기에 단어가, 문장이 주는 빼어난 느낌은 확실히 읽어볼만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책의 드라마적인 부분은 꽤나 오컬트 적인 요소가 많은 편인데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면 그런 부분에서 무척 볼만한 영화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어 봄직하다.

 

「베로니카의 눈물」

지은이 : 권지예
펴낸곳 : 은행나무
분량 : 334쪽
2020년 1월 17일 1판 2쇄 본 읽음

 

여러 편의 여행과 관련된 단편들을 싣고 있는 작품. 책의 정서는 꽤나 묘하게 다가와서 책을 결국 다 읽게 만들었는데, 그 정서라는 것이 소설적인 느낌보다는 서간문이나 한 개인의 여행기를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 강해서 ‘소설이 맞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의 큰 임팩트 같은 건 없었지만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문득문득 책의 한 장면들이 뇌리에 그려지곤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아마도 살면서 이 책의 소설로써의 묘한 정서는 내 삶의 시간에 조금은 영향을 줄 거 같다.

 

「합리적 의심」

지은이 : 도진기
펴낸곳 : 비채
분량 : 306쪽
2019년 3월 26일 1판 2쇄 본 읽음

 

이 분 작품들을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특히 「유다의 별 」 같은 작품) 도서관에 새로운 작품이 한 권 또 들어왔길래 읽어보게 됐다.

전작들처럼의 추리소설은 아니고, 판사로서의 경험을 살린 법정물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될 거 같다. 판사들의 재미없고 빡센 나날들에 대한 묘사도 어떤 한 직업군에 대해 알게 해주는 정보로써의 창이 되어 줄 테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소설이고 뭔가 독자에게 던져줄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작가는 젤리 살인사건이라는 모텔에서 연상녀가 사귀던 연하남을 살해한 (연상녀의 주장처럼 남자가 젤리 먹다가 기도가 막혀 죽은 사고이든, 아니면 살해이든) 사건을 먹잇감으로 던져주면서 합리적 의심에 의하여 무죄가 되는 여자가 정말 무죄인가 살인자인가 하는 점에 천착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살면서 누가봐도 범인인 사람이 무죄로 풀려나는 사건들을 우리는 뉴스나 TV, 각종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된다. 법이 얼마나 무력한지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은이 : 김초엽
펴낸 곳 : 허블
분량 : 341쪽
2019년 8월 29일 초판 5쇄 본 읽음

 

그러니까 이 작품은 불황이라는 출판계의 무덤 위에서 피어난 한 송이 찬란한 꽃일지도 모르겠다. 작년 한 해의 평단계와 독자 제위의 관심을 쓸어 담고 각종 문학상의 권위들을 다 쓸어 담은 이 작품으로 김 초엽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책 좀 읽는다는 사람에게 다시는 잊히지 않을 이름으로 각인되었다.

기본적으로 SF라는 틀 거리에 이 작품은 위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막상 읽어보니 이 작품은 꽤나 순정적인 면이 지배적이구나 싶었다. 사회적 약자와 타자들에 대한 공감과 인류 존속의 시스템에 의해서 폐기되어 버리는 영혼들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 같은 언어의 정서들이 이 단편집을 통과하는 커다란 틀이라고 보인다. 비록 SF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이 작품집은 순수소설에 가깝게 보여진다. 한국말로 하는 것이 어색했다던 랩이 서태지 이후에 급격히 위치 조정된 것처럼 SF라는 것에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당연히 마이클이나 하인리히, 제인 등의 이름이 붙여져야 어색하지 않은 백인 문화 사대주의적 정서를 가지고 있는 나를 포함한 독자 제위에게 김 초엽의 등장인물들은 SF에서 우리 이름들을 쓴다는 것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에 나는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싶어 졌다.

한 시대의 최고 가치를 붙여줄 만큼 위대한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글쎄..’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작가에게는 앞으로 나아감이라는 성찰의 시간이 있을 것이고, 독자들에게는 소설계에서 불모지에 가까운 SF가 정착될 수 있는 가치를 내면에서 일궈낼 씨앗을 뿌렸슴에 이 작품은 어쨌거나 2019년도 최고의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갈 만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