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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AKK ‎- [칠가살]

빨간부엉이 2022. 1. 3. 13:24

PAKK ‎- [칠가살] / 2021 / mirrorball music



List

01. 여역 (癘疫)
02. 요 (夭)
03. 사 (似)
04. 충 (蟲)
05. 참 (獑)
06. 판 (判)
07. 손 (損)
08. 도 (禱)
09. 여제 (癘祭)



세상에 죽어.. 죽여 마땅한 인간이 있을까? 법치 제도 안에서의 살인이 금지된 시대에 인간 이하의 사고 체계를 지닌 생물학적 인간들을 처단하고 싶은 욕망은 사실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갖은 폭력의 희생양으로 지내야하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들의 기저에 깃들인 욕망일지도 모른다. 
패륜의 범죄,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사기범들,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평생 유린하는 성폭행범들, 제도권 안에서 주어진 권력으로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작자들.. 세상에 죽어 마땅한 인간들은 차고도 넘친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죽어 마땅한 인간들을 일곱 부류로 나누어 하나씩 처벌하는 의식을 치루는 음반이 하나 있다. 역병을 퍼트린 인간들은 '도禱'라는 분류에 넣어서 징벌한다. 사운드는 일견 시끄럽고, 처단하는 이유와 진행에 대한 짤막한 사설들은 사실 거의 수록된 가사를 쳐다보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다. 무속인들의 굿판의 소리를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어떤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그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 느낌에 집중하다보면 고요해지고 숨은 표상들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베이스와 드럼, 기타(보컬) 3인방으로 꾸려진 팎의 두 번째 앨범은 그렇게 시대를 관통하고 사람들의 뇌리에 감춰진 원시적 처벌에 대한 욕망의 기의들을 한판 푸닥거리 같은 메탈 사운드라는 기표로 세상에 던져놓고 있다. 
'여역癘疫'은 돌림병으로 앓게 되는 상황을 통칭한다. 세계가 앓고 있는 시대의 아픔에 대한 서곡이다. '여역'이 담고 있는 제문의 내용을 옮겨 본다.

"범약한 중생이 이르나니

저희가 매순간 미련하여 어리석은 짓을 일삼고, 저희가 매순간 아둔하여 진실하지 못한 것에 빠지고, 저희가 매순간 미혹하여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합니다.

개중에는 유난히 흉폭하고 간악하여 시도 때도 없이 패악질을 일삼고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자들이 있으니, 이들을 일곱으로 나누어 칠가살이라 명하였습니다.

어린 아이를 능욕하는 자
거짓된 믿음을 선동하는 자
손과 혀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자
사람 목숨으로 저울질하는 자
헛소문을 퍼뜨려 낙인을 찍는 자
죄없는 이를 죄인으로 만드는 자
마지막으로 역병을 퍼트리는 자

본디 생명은 귀한 것이나 저들에게는 죽음만이 타당할 것입니다. 부디 저들에게 자비없는 심판을 내리시어 상처받은 사람들의 살기 어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살기殺 어린 마음을 지닌 어리석은 중생인 나는 범죄의 기사들을 볼 때마다 똑같이 처벌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늘 가지게 된다. 그런 마음들이 쌓여서 이번 생의 업보가 되어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형벌을 받게 될지언정 내가 먹은 마음이 현실로 되길 바랄때가 많다. 
팎의 이 앨범은 그 마음들에 대한 대리만족의 사운드다. 연주력과 곡 구성의 훌륭함 같은 건 논외로 치더라도 흉폭한 이 위로가 나는 오늘... 그리고 앞으로도 반갑다. 

엔딩인 '여제癘祭'는 제사를 지내줄 후손등이 없는 불귀의 객에 대한 제사를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아마도 칠가살로 죽여야 할 존재들의 죄로 인해 피해를 당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된 사람과 혼령들에 대한 진혼의 의미로 보인다. 여제를 통해 분노와 슬픔과 억울함이 가실것인가 싶지만 억겁의 시간 속에서 고통 받아야 할 영혼들이 이 한판 푸닥거리 같은 사운드 안에서 일말의 위로와 아픔 한스푼 덜어낼 수 있다면 족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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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응한 커버 이미지나 소재 등을 보면 동양적인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음악은 거의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아서 살짝 아쉽더군요. 생각보다 단조롭고 투박한 음악 같습니다.
    역병을 퍼트리는 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싶어서요. 아니면 중국을 돌려까려는 의도가 담긴 것일 지도 ㅎㅎ
    2022.01.08 02:52
  • 프로필사진 빨간부엉이 음악적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컨셉으로 음반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유투브보면 일루미나티가 인류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코로나도 그 일환으로다가...ㅎㅎ
    2022.01.10 14:50 신고
  • 프로필사진 응한 세상이 킹스맨처럼 될 수도 있겠죠.
    현대 사회는 역사 속의 어느 중앙집권 왕정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개인에게 발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소 전근대적일 지도 모르지만 내 목숨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ㅎㅎ
    2022.01.12 01:52
  • 프로필사진 빨간부엉이 뭐 어쨌거나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흉흉하고 일단은 나 자신에게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게끔 조심하고 사는것이 최선이긴한거 같습니다. 어디 기댈곳도 없고.. 고난을 헤쳐갈만한 지식이나 용기도 없으니.. 몸 사리고 살 수 밖에요..ㅋ 2022.01.12 06: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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