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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황진아 - [Short film]

빨간부엉이 2022. 4. 16. 09:49

황진아 - [Short film] / 2022 / Mirrorball Music


List

1. 새벽
2. Short film
3. 바람 wish
4. 휘몰이
5. 검은 숲
6. 속마음
7. 고독


애초에 인간은 카오스였다. 애초에 그러지 않은 게 무어 있었겠는가마는...
그 혼돈의 자유로움에 인의예지도덕仁義禮智道德 등을 덕지덕지 붙여서 인간의 본성은 세상에 관습을 만들고, 또 스스로 만든 것에 붙들리었다. 굴레에 빠진 인간은 함정에 빠지기를 자초하고 그 안에서 갇힌 자의 편안함을 추구한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참으로 지독한 역설이다. 
황진아의  이 음악은 그렇게 스스로 형성해낸 모순안에 갇혀버린 인간 내면들을 혼돈의 원초로 돌려놓는다. 
그 기이한 경험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태초로 돌아가는 의식의 정서가 갖는 자유로움과 두려움의 이중 감정이 불러오는, 이제는 잊혀진 감정의 소환이 불러오는 낯섦의 영역 안에서 갈팡질팡하는 내 얇디얇은 감정의 발걸음을 그 옆에 서서 지켜보는 또 다른 나를 인식하는 나. 소리는 그렇게 뫼비우스의 띠 마냥 돌고 돌아 무한궤도에 올라탄 억겁의 감정 안에 사정없이 혼을 내팽개친다.
그러니까 푸코식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거문고가 아니다. 마그리트의 사유인 데페이즈망을 끌어와 보면 타자화된 나 자신의 초월적 현신을 마주하는 기이한 경험에 빠지게 만든다. 
여기에 세속의 통속성이 끼어들 자리가 없는 철저하리만큼의 진지함은 가볍게 소비되는 음악들 안에서 소리의 목적이 무엇인가하는 원초적 질문지를 마주하는 또 하나의 시험이다. 
근 몇년간 이렇게 진지함으로 사운드를 고찰하는 음악을 들어본 적이 언젠가 모르겠다. 
카프카는 책이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다. 황진아의 거문고 아닌 거문고 사운드는 소리를 들어가는 여정 안에서 얼어붙어 버린 마음의 폐쇄성을 깨트릴 음악적 도끼가 아닌가. 
굳어가는 모든 것들에 냉혹하지만 도끼질은 필요하리라. 
음악을 오랫동안 이것저것 듣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결국 좋았던 시절의, 또는 좋아하는 장르에 빠져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황진아가 만들어낸 소리를 듣는 체험적인 이 한 번의 도끼질 만으로도 질척이는 마음을 단 한순간에 이성의 메마른 대지로 돌려놓는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 되겠지만 실험성과 창조의 힘이 만나서 빚어지는 새로운 세계의 음악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생황의 박지하, 가야금의 서정민, 거문고의 황진아. 
최근 이 세명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내 얼어붙은 마음의 바다를 깨트리고 있다. 


https://youtu.be/FNHh8qObBvw

https://youtu.be/ZkDe9BXzY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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