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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

빨간부엉이 2022. 4. 30. 13:01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 / 2022 / 자체제작 (TAPE)

List

1. 무지개꽃 피어있네
2. 이슬방울
3. 미워요
4. 바람불어 오면은
5. 봄날
6. 그대 그리고 또 그대
7. 정말 모르겠네

 

100개 한정으로 발매한 재즈 기타리스트 오지호의 1인밴드 음반인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 음반을 들어본다. 
사실 음원이 나오고 꽤 여러차례 들었다. 
이전까지 재즈 트리오 밴드인 ‘오조트리오’의 기타리스트로 알려져있었기에 포크적이거나 사이키델릭하거나 국악의 농현의 느낌을 주는 빈티지한 기타톤의 사운드를 내고 연주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 였던 걸 몰랐던 셈이다. 
기타에 베이스 연주를 하고 나머지 사운드는 미디로 만들어낸 원맨밴드 음반에서 건져 올려지는 오지호라는 개인의 가치는 이제 하나의 수식어에서 무한 변주될 수 있는 가치로 변모한 셈이다. 물론 그 가치라는 것이 먹고 사는 물질적인 세속의 영달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음반의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감각.. 또는 감정들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해보자면.
미디로 찍은 드럼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기를 쓰는 능력의 차이가 음악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어떤 차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디 사운드라고 믿기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드럼에도 스트링 파트에서도 돋보인다.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에 대한 많은 평론가와 매체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이미 꽤 많다. 나의 감상을 쓰기 전까지 일부러 읽어보지 않았지만 살짝 눈으로 스캔은 해보니까.. 대략 느낌은 알 것 같은 글들이었는데, 거기서 음반의 곡마다 얘기하는건 이미 많다. 내가 거기에대해 무언가를 덧붙이는 건 말 그대로 중언부언이 되겠지만 그래도 감상글이니까.

첫 번째 곡 ‘무지개꽃 피어있네’ 를 음반이 나오기 전에 처음 웹상에서 처음 들었을 때는 표절이 아닌가 싶은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피어있네” 같은 부분의 멜로디는 딱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 곡의 카피처럼 여겨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의 느낌이 이 음반에 대한 기대를 마구 부풀렸던 것도 사실이다. 
세련되면서 고운 질감의 기타톤과 두툼한 베이스라인이 주는 감흥이 갖는  저 시절의 느낌이 주는 감성. 아마도 처음 이 음반을 듣고 매혹될 많은 리스너들의 감정에 내리는 그 시절 누군가의 사운드에 대한 소환 의식같은 느낌이 매우 강하고 그래서 더 중독성 있다.
‘이슬방울’ 은 7~80년대의 가요느낌에 빈티지한 기타톤의 정서에서 피어오르는 추억의 감성이  부정할 수 없는 산울림의 정서를 환기시키고 있다. 무언가가 의식안에서 환기될 때의 기시감과 뒤죽박죽의 기억들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다종 장르의 감각들에 섞이는 혼란스러움이 이 곡에 담겨있다.
‘미워요’ 에서의 기타는 70년대의 모던포크적 감성으로 시작하는데 노래는 80년대의 시적감수성 짙은 가사들을 생각케한다. 덧붙여지는 미디로 만들어진 현악사운드들이 그런 심상을 더욱 부채질한다.
‘바람불어 오면은’ 에서의 플랫한 오지호의 미성이 조금은 쟁글거리는 사운드와 잘 섞인다.
‘봄날’ 에서의 “그대와 함께였다면” 이라는 가사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좋은 날 빛은 내리고, 꽃잎이 날리는데 왜 우린 혼자이고 음악 하나 같이 감상할 벗들도 연인도 없는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드는 그런 마음.
‘봄날’의 마음이 볕 쏟아지는 야외에서의 감정이라면 그 감정을 끌고 들어온 날의 저녁, 홀로 인 방 안에서의 감정들로 ‘그대 그리고 또 그대’는 일기처럼 쓰여져 간다. 실내로 치환된, 사람이 없는 혼자인 공간안에서의 감정이란게 그렇듯 회한의 정서가 가득하고 마음 고백의 낯간지러움이 주는 약간의 찌질함도 있다. 그렇지만 이별의 감정에 아파해본 모든 이들의 맘이 갖는 동병상련의 짠함이 몰려온다.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오지호의 가녀린 보컬도 그런 감상에 한몫하게 한다.
‘정말 모르겠네’ 에서 이 앞까지 쏟아내던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감성은 이제 지워버리고 애초에 의도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강력한 사운드의 감정으로 사람들을 끌어 당긴다. 메탈 사운드같은 강함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음반 안에서 최고의 힘을 준 사운드와 거기에 어울리고자 하는 앙칼진 보컬의 조화가 청자를 미소짓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곡 후반부의 기타 솔로는 이 음반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음반 전체를 관통했던 슬로우 핸드를 탈피한 속주와 강력하고 정확한 핑거링이 주는 쾌감이 있는데 “나 기타리스트야” 라고 하는듯한 자신감이 곡의 피치를 끌어올린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사실 모두들 이 음반을 듣고 신중현을 얘기하고 산울림을 얘기할 때 삐딱이 정서상 그 모든것을 배제하고 들어보리라. 그리고 말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최소한 그 둘을 이 음반에서 제외시키고 감상을 쓸 수 없음을 알게됐다. 이 음반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의 자양분이 그 시절로부터 왔고, 콩코드의 음악도 그 시절의 음악도 모두 이땅의 음악이 아닌가 말이다.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고 그리고 세상에는 이전에 없는 관계의 결과물이란게 등장을 한다. 거기에서 시절의 카피가 아닌 지금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아닌가가 어떤 결과물의 가치를 결정한다. 오지호의 음반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는 곡마다에 있어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기타톤에서 단조로운 시절의 회귀 또는 복고의 감성팔이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는 창작자인 오지호 개인의 고민의 시간들이 녹아있기 때문이고 듣는 내내 그 고민의 뒤엉킨 감정들을 내가 느낄 수 있기에 이 음반은 시절의 회귀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가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매일 매일이 새로운 정보와 판단할 수 없는 시간들과의 싸움이다. 그 노도와 같은 흐름안에서 지금 여기를 살아가기 벅찬 이들에게 옛것은 명확하다. 이미 지나간 결과이므로. 그렇기에 혼란스러운 나날들에 부여할 가치로 우리는 지금 많은 옛것들을 호명한다. 
옛것에 경도된 의식과 옛것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야한다. 요즘이 최고라고 말하는 의식 안에 매립된 정서를 경계해야 한다. 
오지호의 음악이, 세상의 음악이, 나의 리스닝이 복고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장르의 정체성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는 적어도 2022년에 위대하지만, 위대함이란 언제나 그 다음의 위대함에 먹히는 유한함이라는 불변의 속성을 가진다. 
2003년에 운행을 중단한 채 박물관에 매몰되 버린 콩코드의 초음속은 아직도 여객기로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세상에서 복고로 소환하기에는 역설이고 모순이다. 퇴역했지만 아직 마하 3.5의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는 SR-71 (블랙버드- 로저딘의 커버아트인 Budgie의 2집 앨범 자켓은 SR-71의 변형이다) 의 가치를 끌어온다면 그 또한 그렇다. 최소한 그 시절이 좋았노라고 회상하려면 지금은 그 시절보다는 더 앞서있고서 그런 감상에 빠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의 사운드가, 오지호가 만들어내고 의도한 세계를 이해해본다는 것은 중요하다. 레토로니 뉴트로니 하는 경제와 소비적 개념의 언어로 이 음반을 묶어버리고, 창작자의 생각이 청중의 관점으로 발묶이지 않기를 바래야한다. 
사람은 대접을 받으려는 순간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반을 소비한다는 이유로 대접을 받으려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창작자는 대중의 귀에 달콤하기만 한 사운드로 야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도 지지 않는 승자만 있는 게임 한복판에 서고 싶다. 
좋은 비는 시절을 제대로 쫓는 이에게나 내리는 축복의 수분이다. 나는 지금 좋은비를 맞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걸까? 당신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급시우及時雨 같은 가치로 존재하는 걸까?
휴일에 살고 있는 시골 동네를 산책하노라면 스프링 쿨러가 밭들을 점령하고 열심히 돌고 있다. 가뭄의 시절, 이상 기후의 시절에 그래도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를 감상하는 시간은 급할 때 찾아온 호우好雨 였다고.. 두서 없는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https://youtu.be/sTksoQUP2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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