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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일기⌟

빨간부엉이 2022. 4. 17. 09:32

 ⌜일기⌟ 

지은이 : 황정은
펴낸곳 : 창비
분량 : 204쪽
2021년 11월 3일 초판 2쇄 발행본 읽음


다 읽지 못한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 갈때마다 당분간은 책을 빌리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간다. 
그런데 대출을 하고 확인증 같은걸 출력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옆에 통을 하나 두고 대출 영수증 추첨 이벤트를 하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요행을 기대하는 심리로다가 할 수 없이 책을 또 빌리게 됐다. 
이번엔 좀 빨리 읽을 수 있는걸로 한 권만 빌려야지.. 싶어서 에세이 신간 코너에서 책을 살펴보다 보니 황정은 작가의 최근에 나온 첫 에세이집인  ⌜일기⌟ 가 눈에 들어온다. 
근 10여년 이상 한국 문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함없이 황정은 작가를 꼽을 것이다. 

 ⌜일기⌟ 는 분량이 많지는 않다. 책을 두께로 판단하는 나같은 저질 독자의 입장에서라면 돈 주고 살 책은 아닌것이다.
그렇지만 내용의 깊이는 두께를 뛰어넘는다.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가 날 사로잡는다. 몇 가지 소제목 아래에 그녀의 평소 생활 모습과 생각과 신념과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아픈 과거까지도 묘하게 타인의 얘기를 하는 듯이 서술된다. 그것이 그녀의 매력이지만 그렇기에 더 가슴 아프게 다가 오기도 한다. 

파주에 사는 도시민이자 분단 국가의 경계선에 가까운 지리학적 위치에 사는 사람의 심정에 대해서, 펜데믹 상황에서의 일상에 대해서, 자신의 몸 상태와 건강에 대해서, 삶의 반경에 있는 소중한 의미 부여가 되는 사물들에 대해서, 어려서의 친족 성폭력에 대해서.. 첫 에세이에서 그녀는 자신의 실체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꾸밈과 그렇지 않음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을만큼의 독서 내공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면 그녀의 이런 자신에 대한 모든 표출이 맘 편하고 즐겁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어차피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기에 말이다. 오히려 불편함과 안타까움이 몇 배는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에 대해 안다는 것, 또는 속내에 어떤 의뭉스런 사고를 하고 있는지 인지한다는 것은 모든 면에서 좋은 것만은 아닐것이다. 때론 모르는게 약인 법이니까.
그런면에서 황정은 작가의 에세이  ⌜일기⌟ 는 작가에 대해 가지는 환상의 모호함에 현실의 소금뿌리기 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알아서 좋다고 생각해본다. 더 많은 이해와 생각의 가지들을 통해 그녀가 만들어 낸 고통스러웠을 문장들이, 만들어갈 힘겨울 문장들이 더.. 누군가의 마음 구멍을 메워 줄 것이라 믿어 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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