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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커피일가」,「왕세자의 살인법」

빨간부엉이 2022. 5. 11. 20:33

「커피일가」

취재, 지은이 : 가바야마 사토루
옮긴이 : 임윤정
펴낸곳 : 앨리스
분량 : 229쪽
2022년  1월  5일  초판 발행본 읽음

도서관에서 골라다 보는 책은 우연이 반이요, 필연이 반이라. 이 책도 그저 시야에 걸려서 꺼내서 살펴보니 3대째 운영되고 있는 교토의 유명 커피집인 로쿠요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길래 궁금해서 읽어보게 됐다. 
일본이 패망 후 중국에서 지금의 포장마차 비슷한 형태로 1대 점주가 길에서 커피 장사를 시작했고, 거기서 아내를 만나고 일본에 돌아와 교토에서 커피집을 차리는 것으로 긴 역사의 서사가 시작된다. 그 후로 70여 년의 시간 동안 일본 커피 산업의 흐름이 이 일가의 흥망성쇠와 함께 읽히는 재미가 있다. 지금은 2~3대가 운영을 하고 있고 100년 역사를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갈 것으로 보이니 몇십 년 후에는 이 커피집의 성대한 100년 잔치가 벌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 시절까지 나는 세상에 존재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2대는 3명의 아들이 모두 이 커피집에 매달린 것으로 나오는데 (1층과 지하층이 독립된 느낌의 커피집이고, 지하는 밤에는 술을 파는 곳으로 바뀐다) 특히나 지하층을 맡았던 2대의 오쿠노 오사무는 로쿠요샤의 커피맛을 일신시킨 존재처럼 많은 장을 할애하여 서술하고 있다. 포크 뮤지션으로도 많은 앨범을 내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아마 그런 예술인의 풍모 덕분에 책에서 많이 다룰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책에서 보면 당대에는 인기를 못 얻었었지만 21세기를 지나면서 재조명되어 음반들도 모두 재발매가 되고 한 모양인데, 음반 정보는 그렇다 쳐도 뮤지션에 대해서 검색을 해도 아무 정보를 찾을 수가 없는 게 아쉬움이다. 이게 소설책도 아니고 실존 인물의 이야기인데 없는게 없는 구글에서도 검색하면 이 책만 걸리는 상황.
여하튼 커피를 아직은 좋아하고 있으니까 커피 얘기, 한 일가의 인생 얘기, 예술인의 삶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는 글 속에서 잠시나마 향기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막 재밌진 않지만 두툼한 책이 아니니 한 번쯤 시간 내서 읽어보시길. 커피를 좋아하시고 노포를 좋아하신다면.

 

「왕세자의 살인법」

지은이 : 서아람
펴낸곳 : 스윙테일
분량 : 1~2권 합 974쪽
2021년  9월  15일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역시나 도서관의 서고에서 말 그대로 우연히 눈에 걸려서 골라든 책인데, 전형적인 장르물이랄까. 궁 관련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반색하고 읽을 것 같은 내용의 소설인데, 로맨스 소설은 아니고 판타지와 스릴러의 결합인 셈이다. 과거에 그런 개념이 없었겠지만 그런 사람은 있었을 것 같다. 사이코패스. 
하필 조선의 세자가 사이코패스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다. 첫 살인이 하필 사물을 만짐으로써 그 사물을 만진이의 기억을 읽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여주인공의 어린 여동생이다. 살인범을 밝히기 위해 궁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과 살인을 저지르며 희열을 느끼는 세자와의 줄다리기가 아주 박진감 넘치고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비록 중반에 작가는 주인공이 범인을 밝혀낼 수 있는 두 번의 상황을 그냥 스쳐 보내는 소설 상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애교로 봐줄 만큼 푹 빠져서 결말을 맞이하고 싶게 한다. 
여러 의미로 딱딱한 책들, 범람하는 에세이들 사이에서 장르물의 재미란 무엇인가 확실히 느껴보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보시라. 재미면에서 후회하지 않으시리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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