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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천진 시절」

빨간부엉이 2026. 10. 3. 10:25

「천진 시절」

지은이 : 금희
펴낸곳 : 창비
분량 : 215쪽
2020년 1월 15일 초판1쇄 발행본 읽음


읽고서 최대한 빨리 감상을 남겨야하는데 게으름과 귀찮음 탓에 늘 미루고 미루다보니 겨우 의지를 조금 짜내서 감상을 남겨보려고하니 책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언제쯤 의욕이란게 다시 살아나고 뭔가를 열정을 다해 해보고 싶어질 날이 올까 싶다. 생물학적으로 열정세포란 건 어쩌면 이미 사망한건지도 모르겠다 싶다.

소설 「천진 시절」은 금희작가의 연변 문학이다. 연변 문학이라고 명칭하는 건 아마도 작가가 조선족 출신인 것 같고 발표하는 작품들의 내용을 보면 조선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며 예전에 연변 문학에 대한 평론집 같은 걸 읽은 기억이 살풋 나기에 그냥 그렇게 붙여 봤다. 

이 작품 <천진 시절>은 조선족 여자들이 겪었던  젊은 시절의 높고 낮은 감정과 시절의 격변을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0년대라는 중국의 역사적인 것들은 배경으로 흘러가지만 시대상은 삶을 반영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왜 작중 여성 주인공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 그런 삶을 선택하고 수동적으로 움직이다 주체적인 자아로 변모해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골 마을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로 나아가야하는 것은 당시 젊은이들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우리네라고 뭐 다를게 있었겠는가. 거기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녹록치 않은 시대상을 감안한다면 여성들의 도시 진출이 남성들을 매개로 하여서만이 가능했던 소설 속 배경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종속적으로 시작된 도시의 삶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으로 시골 속 제한된 시야에서 좀 더 트인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면서 주체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붙들린 삶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했던 시간에서 고통스런 단절을 겪어내가며 소설 속 주인공과 주변 여성들이 선택한 미래의 시간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주체적인 자아로서의 선택이었기에 의미있고 가치있게 생각된다. 거기서 버려진다는... 버려진다는 표현은 좀 과격하지만 허물을 벗고 탈피하는 여성들의 자아를 위해 이야기 밖으로 내쳐지는 남성들의 삶은 좀 안쓰러운 부분도 있다. 과거와 미래를 공존케 하는 건 성장 소설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주인공이 과거 알고 지냈던 언니를 만나는 현재 시점에서 회상되는「천진 시절」의 과거 이야기는 전형성의 답습이라는 한계점에 맞딱드린 것일 수도 있다. 그 한계점을 돌파했는가 아니면 벽에 맞딱뜨려 이야기는 머물고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면 시간은 흘러가고 미래는 알 수 없으며 선택은 짧은 삶의 갈림길에서 맞이하는 막다른 골목의 다른 이름들이겠기에 한계같은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하고 만다. 체념론적인 마침일 수도 있겠고, 명리학을 신봉하는 어느분의 말씀처럼 정해진 사주에 의한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를일이다. 

'시절'은 과거고 오늘은 현재다. 회상이란건 미화되기 마련이고 미래라는 건 낙관 또는 허무나 체념의 의 다름 이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지금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 살아 내어 '시절'을 미화하며 오늘을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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