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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의 음악여행??


시골로 다시 하산하기전 마지막으로 나는 내 '영혼의 호사' 라는 제목을 붙인 공연관람을 다녀왔다.
호사스러움이란 지금 내 형편에 지출해선 안될 거금 4만원돈을 지출해야만 다녀올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공연장소는.. 이런 곳이 있는 걸 처음 알았지만 인천 부평에 있는 아주 조그만 라이브클럽 '루비살롱' 이란 곳이었다.
클럽같은 곳은 홍대 앞이나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가본적은 없다) 인천의.. 그것도 전혀 라이브클럽 같은 곳이 있을 법한 분위기가 아닌 곳에 자리잡은 루비살롱은 그네들 말처럼 모텔촌의 오아시스라 부를만 했다.

예전에는 그랬다.
혼자 다니는게 좋았고, 뭐든지 나혼자 책임지고 나혼자 실패하면 그만인.. 그래서 혼자가 좋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혼자가 아닌 시간들을 보내면서 혼자 이런곳을 가야한다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워낙 사람들은 바쁘고 백수인 나는 한가했다. 너무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있었지만 차마 연락도 못해보고..
결론은 혼자 갔다는 거지 뭐.

시간에 늦는걸 세상에서 죽기보다 싫어하는 나기에 언제나 서둘러 다니는통에 역시나 일찍 도착.
공연을 보고 다시 전주로 내려올 차편이 없기에 (막차가 10시 20분인데 공연은 10시 반에 끝난다) 안산 누님댁으로 퇴로(?)를 파악해둬야 했고 입장 조금전에 도착한 루비살롱에서 약간 뻘쭘하게 기다리다가 입장료 5천냥을 지불하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기다리는 중에 같이 온 연인에게 쇼파를 양보하고 맨 뒷자리 좌석에 앉은것이 크나큰 실수였음을 공연 시작후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렸고, 공연은 시작 시간을 약 6분 넘겨서 오후 7시 36분경 시작을 했다.

참.. 루비살롱의 공연장 분위기는 이렇더라.
음.. 많이 어둑하고 히피풍의 인테리어와 장르불문의 시디들이 여기저기 디스플레이되어 있고, 무대뒤편 공간에서는 맥주나 차를 팔기도 하는 거 같았다. 인상적인 것은 블랙 사바스의 초기공연 모습으로 보이는 사진 액자가 인상적이었고, 뭐랄까 어린 친구들만 모여서 좀 퇴폐적으로 노는 공간은 아닐까 염려했는데 안에서 금연인 것도 고마웠고, 너무 경건한(?) 분위기로 공연이 흘러가는 것도 충분히 훌륭했다.
공연장은 아주 작은 무대와 아주 작은 평형의 관람석으로 이뤄져있다. 평수 개념이 없지만 무대 포함해서 15~20평쯤 될까나.. 작은 객석은 삥 둘러서 의자나 소파가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는 바닥에 방석등을 깔고 앉아서 관람을 하게 되어있었다. 아주 어려보이는 세친구가 가운데서 우유박스를 놓고 앉아서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무척 불편했을텐데도 그 세사람 끝날때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 그 세 사람을 뒤편으로 배치하지 않는 살롱측이 좀 원망스러웠었다는 것이 좀 옥의 티라고나 할까.

공연 시작은 '사막 돌고래' 라는 팀이 문을 열었다.
드럼과, 리드 기타, 앳된 외모의 여성 베이스, 보컬겸 리듬기타의 4인조 밴드.
루비살롱에서의 공연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공연 진행이 많이 미숙했고 (뭐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다. 밴드는 음악으로 말하는 것이니까) 실수도 가끔..^^
음악은 헤비한 느낌이 많이 가미된 모던한 록 사운드.. 표현이 좀 미비한가... 초창기 라디오헤드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사운드가 익숙하게 전개되었는데 보컬의 가사전달능력이 많이 떨어짐이 아쉬웠고, 곡들의 멜로디가 전체적으로 평이함이 약점으로 다가왔다.
요즘이야 어지간한 인디밴드들도 연주력 하나는 출중하기에.. 이들의 연주력도 크게 나무랄 것 없이 훌륭했고, 리드기타의 곡 리듬진행 또한 수준급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훌륭했던 거 같다. 보컬의 무대장악 능력과 가창에 있어서의 가사전달능력, 베이스 연주의 교과서적 평이함을 개선한다면 좋은 팀으로 발전할수 있을 것 같았다.

두번째 팀은 '라일락와인' 이라는 팀이었는데
드럼과, 기타, 여성 키보드, 베이스, 멋진 외모의 첼로 연주자,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편성.
그 좁은 무대에 이 인원과 악기가 모두 편성되는 것에 놀라웠고, 음악은 더욱 놀라웠다. 첫 팀의 공연이 좀 실망이어서 (연주력이나 곡등이 아니라 보컬쪽에서 음량이나 뭔가가 기술적인 문제인가보다 라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공연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이 팀 매우 만족스런 공연을 해주었다.
보컬이 원래 솔로인가 본데 급하게 팀을 꾸려서 두번 밖에 연습하지 못했다고 하는데도 그럭저럭 괜찮은 합을 보여주었다.
포크쪽보다는 록에 비중을 둔 사운드 전개와 (굳이 표현하자면 모던 록과 포크록의 경계에서 보면 좋을 거 같다) 곡 전반에 걸친 우수에 찬 슬픔에 더해지는 첼로 사운드가 매우 멋졌다고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보컬의 무대 장악력과 가사 전달력 또한 뛰어났고 (마지막 곡을 제외하면 영어가사라 무슨 내용인지 모를 뻔했는데 곡 내용도 먼저 설명해줘서 좋았다) 성악풍의 보컬음색또한 곡의 의미등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했다. 가사들 또한 사회성 짙은 의미부여를 한 가사들로 곡 전체의 비장함들과 더해지는 듯.. 글쎄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 가수 (또는 밴드)의 음반이 나온다면 사서 들어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공연 자체로만 본다면 급조된 팀답게 공연 전체의 흐름상 끊기거나 서로 어긋나는 듯함이 보였지만 그러함은 또 그러함대로 라이브의 묘미라 생각하기에 좋았던 공연으로 기억할만하다.

내가 이 공연을 보러 가게 된 내 나름의 오늘 메인 '오지은'
공연 시작에 맞춰서 온듯 점퍼를 입고 기타를 들고 그 작은 공간으로 오지은이 들어왔다. 무대가 교체되는 그 순간부터 떠날때까지 열심히 이 가수를 지켜봤다.
오늘 공연중 유일하게 통기타 편성의 솔로 공연이었는데 기타 하나만 가지고도 무대를 장악하는 그녀의 당참과 카리스마가 뿜어져나온 아주 멋진 공연으로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친구가 생긴다는 것은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어쨌거나 완전 소박편성의 1집 앨범을 발표하고 어느정도 유명세를 타게 되니 아는 사람도 많이 생겨서 이제는 다양한 세션들을구성하고 2집 앨범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공연의 3분의 2정도는 그래서 새로운 앨범에 들어갈 곡들을 들려줬는데 매우 처량맞음으로 시작해서 절정의 울부짖음으로 달리는 한곡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아마도 그 곡이 2집 앨범의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CD보다 라이브에서 더욱 뛰어나게 들리는 노래솜씨와 기타 연주도 꽤 수준급이었고 곡 진행 중간중간의 멘트도 재밌게 하는.. 입구에서 CD판매 홍보도 잘하고..ㅎㅎ
1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 wind blows' 두 곡중 한곡도 듣지 못해서 서운했지만 신곡을 많이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아무래도 가장 최근의 내 삶에 많은 위로가 되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어서 오지은의 공연을 그렇게 가까이서 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난 아마 매우 오래토록 잊지 못할 거 같다.
CD가 없었다면 한장 사서 사인을 받고 싶었지만 주머니 형편상 가진 CD를 또 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가까이서 본 것으로 만족..^^

사실상 오늘 공연의 음악적 하이라이트 '이장혁'
공연 리스트를 봤을 때.. 내가 아는 이장혁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90년대 한국 인디씬 초기에 '아무밴드'라는 ([이판을사]라는 음반을 한장 발표) 팀에 있던 이장혁인가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워낙 음반을 사서 들어본지도 오래된 일이고 실제 이번 공연에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여서 동명이인인가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공연을 보게 됐었다.
참.. 팀 구성은 드럼, 기타 (첫곡만 연주해주고 가버림), 키보드, 베이스, 멜로디언겸 여성코러스, 보컬과 어쿠스틱기타 하모니카의 편성으로 곡이 진행됐다.
쉽게 얘기하자면 모던 록에 방점을 찍어줄 팀이었는데 2집을 준비중이라고 했고 그 음반의 세션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밴드로 와서 그런지 오늘 공연중 사운드적으로 가장 안정적이었고 꽉찬 느낌의 풍성함을 실어주었던 거 같다.
왜 내가 오늘 공연의 최고점으로 이장혁의 공연을 뽑았는지는 아무래도 곡 자체들이 말을 해줄 거 같다. 유치하지 않은 가사들과 열정과 폭발과 잦아듦의 완급조절이 너무나 뛰어난 보컬의 오랜 가수생활의 내공이 십분 녹아있는 훌륭함은 더 이상 오늘의 팀중에 견줄 수 있는 적수를 찾을 수 없슴이 당연한 것이었다.
사운드의 풍성함과. 연주의 탁월함 거기에 곁들여진 곡 전체의 열정에 찬 비장미가 어우러질 때의 청각적인 카타르시스는 그 자리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것들일 것이지만 결론은 매우 만족. 곡 자체들이 아름답고 사운드가 뛰어나다. 더불어 가수자신의 곡에 대한 열정이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는 모습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이 보인다. 그러함들은 그 어떤 것들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오지은을 본 것 이상으로 내겐 이 먼 공연 관람 여정이 후회되지 않는 시간의 선물이 될 거 같다.
공연을 보면서 꼭 1집을 사서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꽤 오래 음반 구입을 못하고 있어서였는지 이장혁의 음반이 2004년에 나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연히 품절) 공연에서본 이장혁이 '아무밴드'의 이장혁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꽤 오랫동안 이 음반을 들어보고 싶은 열병에 걸릴 것 같다.

종합해보자면
사막돌고래의 연주에 있어서의 리듬감, 라일락와인의 서정성과 사회성의 슬픔, 오지은의 사랑에 대한 통속과 트랜디함 속에서의 깊이와 열정, 이장혁의 사운드적 풍성함과 곡 전체의 열정과 비장미로 이번 공연 관람을 정의내려본다.
루비살롱에서의 공연 관람은 이런 경험이 없는 내게는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거 같다.
공연 전체에서 마이크의 하울링이 가끔 생겼다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나무랄 것 없는 공연이었고, 처음으로 인천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5천원에 이런 공연을 세상 어디서 내가 볼 수 있단 말인가. 좋아하는 가수를 바로 면전에서 보는 것은 부차적인 행운일 것이지만.
아마추어 밴드 (음반을 내면 프로가 되는가의 문제는 부차적이지만) 의 열정에 찬 공연과 프로들의 확고한 신념을 확인하는 일은 생각외로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해서 한장의 사진도 남기지 못함이 너무나 아쉬웠으며, 좋은 사이드의 쇼파 자리를 연인에게 양보함으로 인하여 우유박스 놓고 가운데서 자리를 차지한 어린 친구들 때문에 무대의 한켠을 시선에서 고스란히 뺐겨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온 통에 내 다리 앞으로 통로가 형성되어 공연 끝날때까지 귀찮았던 것이 기억에 남지만 오래 지나면 그것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클럽하면 펑크 공연에서 음악과 별개로 방방 뛰는 사람들의 모습만이 연상되어서 좀 걱정을 했었지만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오롯이 음악만이 살아있고 음악만을 경청하는 루비살롱의 라이브 무대는 안심과 편안함, 그리고 인상적인 음악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루비살롱 화이팅이다!!!
그리고.. 나도 가을이 지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때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램을 남겨본다.


덧붙임 : 밴드 구성의 곡이 끝나고 이장혁 솔로로 몇 곡 더 들려줄 때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네번을 교통편을 갈아타고 가야할 길이 걱정되어 다 보지 못하고 뛰쳐나와서 (10시 30분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10시 15분 경에 나왔다) 돌아가는 길이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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