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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발보아 (Rocky Balboa, 2006)

한때는 우리가 커가는 것과 동일의 시간대를 살아갔던 배우들이 하나둘씩 감독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유명 스포츠 스타가 어느날 감독으로 등장할 때의 곱지 않은 시선 같은 것일까..
배우출신의 감독이란 그런 의미에서 그가 만들어가는 영화자체보다는 그 자신이 누려왔던 흥망성쇠의 시간과 그 자신이 채워온 필모그래피와의 연결고리에 대한 시선을 끊는 고통에서 더 큰 힘겨움을 지닐 듯 하다. 그 힘겨움의 터널을 통과한 배우 또는 감독에게 대중과 관객은 거장이라는 칭호를 붙여준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그러하였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러하였다. 물론 그들의 영화는 재미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영화를 본 후에 돌이켜 생각해 볼 때 남는 무언가가 있으며, 작품성이라는 영예를 안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대조적인 감독은 멜 깁슨을 꼽을 수 있을 거 같다. 아직 작품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의 영화는 재미는 있다. 확실히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흡인력하나는 탁월하다. 하지만 아직은 거장의 칭호를 붙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까지와 같은 레벨의 작품을 계속 만든다면 그저 그런 흥행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남고 말겠지만 좀 더 나아지고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아직은 버리지 않고있다.


또 하나.. 근육질 스타 아이콘의 대표격인 실베스타 스텔론이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만들었던 76년작 <록키>의 후일담격인 영화 <록키 발보아>로 배우 출신 감독의 길로 들어서려는 듯이 보인다.
스텔론이 감독한 첫 영화는 아니지만 <록키 발보아>에 담겨있는 인간 자존에 대한 성찰은 어쩌다 한편의 감독이 아닌 전업 감독으로서의 스텔론에 대한 행보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물론 기대는 짧고 실망은 긴 영화긴 했지만 말이다.
영화판에 오래 있어서였을까..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있다. 갈등하고 화해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구조위에 영광스런 자신의 영화 <록키>에 대한 대중의 기억과 추억을 교차편집하는 기술과, 흑백화면위에 시선을 잡아당겨야만 하는 무언가에 색채를 입혀서 보여주는 경기장면의 스타일리쉬한 측면까지. <록키 발보아>는 그런면에서 스포츠 영화의 감동과 열정을 만끽하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확실히 억지스럽게도 손주를 볼 나이의 스텔론이 현역 헤비급 챔피언과 올 라운드 경기를 소화해내고도 관중들의 환호에 당당히 답하는 모습이,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영화 <록키>의 연장선상에서 늙어간 세월의 무게를 떠안고 세상과 사람을 구원하는 인간사 달인의 풍모를 풍기는 록키의 생활상과 겹쳐지는 순간에서 나는 맥이 빠져버렸다.
드라마틱한 경기장면은 스포츠 영화로써의 꽃이지만 영화의 상영시간에서 너무 짧고 기교적인 면에서 세부적인 묘사보다는 짧은 볼거리와 벌려놓은 이야기의 덮어버림에 다름 아닌 경기장면은 가장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저 난타전에 불과한 경기 장면보다는 가장으로서, 한 레스토랑의 사장으로서 아직 영웅으로 남아 살아가는 한 노년의 스포츠 스타로서의 록키의 모습을 보는 일은 그래도 이 영화를 본 가치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은 <록키 발보아>다. 그것은 단순히 록키로 소비되던 과거의 이미지위에 이름의 성인 발보아를 붙임으로써 한 개인의 이야기보다는 가족으로서, 아버지로서의 록키에 대한 이야기임을 짐작케한다. 여기서 가족이란 30년이 더 지난 이 영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을 말할 수도 있으며, <록키 발보아는> 그런 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며, 록키 발보아의 이름 앞에서 그리고 추억 앞에서 하나로 묶어보고 싶은 스텔론의 마음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그가 영화 안에서 애완견 구조센터에서 데려오는 강아지나 허름한 동네의 몰락해가는 한 모자를 돌봐주듯이 영화를 추억하는 이들을 감싸안으려는 아버지의 존재처럼 말이다.

Text by Minerva's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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