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나는 행복하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Maundy Thursday, 2006)

원작소설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어쩌면 다행일 듯 싶다. 아니라면 원작을 망친 그런 영화들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기에 말이다.

마음을 닫아버린 사형수와, 세상과 엄마와 가족에 대한 분노로 끝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젊은 여자교수의 만남이라는 설정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어떠한 것들.
서로의 마음 따윈 상관없이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열기위해 노력하게 되고,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려하고, 서로의 마음을 감싸안으려하고, 결국은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는 상황설정의 플롯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과 시간 사이의 연결고리들은 기시감deja vu 으로 가득하고, 분노와 해소에 대한 감정의 연결고리들은 클리셰 Cliché로 가득하다.
담백함으로 화면을 끌어가고자 애쓰는 연출의 일관성은 좋아보였으나, 험악한 공간의 실체를 외면하는 모든 것들은 지나치게 예뻐만 보인다.
그렇기에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어쩌면 '걔네들의 행복한 시간' 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관객의 감정선을 영화의 자장안으로 끌어담지 못하고 있기에 영화는 어정쩡한 흘러감 끝에 감동의 마지막 시간을 남겨두지만, 영화와 분리된 관객의 의식은 몰입의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고 통과해버린 탓에 일견 마음 한켠을 물들여야 하는 따뜻함이 차가운 이성의 칼날에 잘려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남긴다.

Text - Minerva's Ow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