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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 Waikiki Brothers, 2001>

영화안에서 행복하냐고 친구는 묻는다.
그 순간 모든것이 정지해버린 듯 나 자신도 멍해져버렸다.
살아간다는 것이 주는 지리멸렬함을 돌아보는 냉정한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간다는 것이 얼마나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인지 새삼 느껴보게 되었다.
임순례 감독은 끊임없이 사람의 꿈과 희망을 얘기한다.
그것은 서울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단편 <우중산책>의 영화관 여직원이 벗어나고팠던 일상으로부터의 꿈이거나,
장편 데뷔작인 <세친구>의 친구들이 꿈꾸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염려와 지금을 돌아보는 시선으로부터,
<세친구>로부터 블로우업된 듯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어른들을 냉정하게 까발리는 의식까지.
감독은 그렇게 인간이 꾸는 마음의 지향점을 매우 현실적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화면안에서 건져지는 진정한 가치는 어줍잖은 타협과 화해로 포장된 이상향의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임순례 감독의 영화는 재미없고, 보기에 편치않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
상업영화 감독으로 실패할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임순례 감독의 영화는 오랫동안 곱씹어 생각해볼 그만의 이야기가 있기에 오래토록 끊임없이 시네필들의 의식안에서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
갑자기 서두의 행복으로 돌아와 얘기를 꺼내보자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세친구>의 친구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미래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렇게 과거의 이야기와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병치/순환 시키는 이야기 구조안에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진심어린 이야기는 모두 담겨있다.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며,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한 시점을 참아낼 수 있는 다층적 심리상태에서 탈선하지 않는것에 다름아닌 것을 깨닫는 것이다.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긴 시간에 걸친 필모그래피 안에서의 행복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살아간다는 것은 비가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빠져드는 우수와 같은 것일 수도 있으며, 자포자기한 현재의 꿈과도 같은 것일 수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는 내일을 꿈꾸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묻는 모순과 상대방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모순과의 충돌로부터 나오는 답을 얻고자 하는 그런 변증법적 해답은 아닐까.

Text by Minerva's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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