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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토 (Apocalypto, 2006)

굉장히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영화 <아포칼립토>는 장대하고 미스테리한 시각적 영상미를 짧은 시간위에 펼침으로써 간결과 압축의 묘미위에서 스스로 한편의 소품과도 같은 이미지로 기억속에 남겨진다.
굉장히 단순한 줄거리란 이렇다. 소규모로 군락된 밀림의 한 터전에서 주인공의 마을이 습격 당하여 죽거나 포로가 되고 이 와중에 주인공은 자신의 아이와 임신한 아내를 깊게 파인 지하로 내려보낸다. 포로가 된 주인공은 마야의 문명(?)지로 끌려가고 아이와 아내를 위해 어떻게든 돌아와야만 한다. 그리고 어쨌거나 돌아온다.
이 간단한 줄거리위에 배우 출신의 감독 멜 깁습은 고대의 문명과 미개한 시대의 잔혹한 제사의식등의 장면을 포장하여 관객앞에 내놓는다.
영화 <아포칼립토>는 멜 깁슨의 조금은 과도한 망상에서 비롯된 시뮬라크라로써의 영화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그 말은 다층의 의미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거짓된 그림이라는 표현으로 이해를 해보고 싶다. 화려한 볼거리와 이국의 언어, 그리고 반복되는 잔혹한 영상들은 그 뒤에 깔린 어떤 구조적 의미를 감추는 두터운 유화에 다름 아닐 수 있다.
사실 감추고 싶다고 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기에 거짓된 그림보다는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을 듯 하다.
밀림에서 사냥을 해서 살아가는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묘사하는 미개한 모습이나, 먼저 습격을 받고 도망치는 다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어렵지않게 집단화 되어있는 소단위 마을 공동체의 중산층을 연상시킨다. 거기에 문명지대에서 온 습격자들의 모습은 문명화 된 사회에서 온 그들이지만 오히려 더욱 미개해보이며 잔혹하기만 하다.
아마도 이런 내용이라면 세계대전의 전후나 20세기 냉전시대였다면 제국주의의 횡포와 소수국가의 피폐함등의 텍스트로 읽혔겠지만 네트웍을 통해 하나로 통합되버린 21세기에는 전혀 통할 수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주민 세대와 혼혈세대가 더 많아져만 가는 서구에서 지키고 우월해져야만 하는 백인사회의 기득권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는 것이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의 모습 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등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단란한 밀림 마을의 저녁 한때의 정겨운 풍경은 서구영화와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보여져서 이제는 하나의 정사진처럼 뇌리에 각인된 미국 부유한 각 마을들의 가든파티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으며, 주인공의 모습또한 피부만 갈색일뿐 갸름한 모양새며 서구인의 입맛에 맞는 마스크를 하고 있다. 그 집단과 그 개인의 모습을 파괴하는 이들은 좀 더 잔인하고 오히려 더욱 이국적이다.
끼어든 사람들과 끼어든 세대로부터 인종 우월적 측면에서 백인이 더 우월하다는 시대착오적 마인드는 그렇게 주인공과 소속 집단을 정의로, 문명과 습격자들의 모습과 살아가는 풍경을 흑인들과 히스패닉계에 대한 선입견적 대중의 감성을 이용하여 반정의로 묘사하며 교묘히 교차시키고 있다.
이것은 스테레오 타입으로 분류하는 어설픈 오류가 지금에도 통할 것이라는 감독의 착오적 감성에서 근거하는 것인지 백인사회의 기득권이 좀 더 지속적이고 강건해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식의로부터인지 생각해 볼 일이지만 <반지의 제왕>이 받았던 인종차별적 비판의 문제점을 <아포칼립토>는 좀 더 노골적으로 자기것으로 만들고 있다.
멜 깁슨은 자신이 관여한 전작들인 <브레이브 하트>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통해서 잔혹함에 대한 사람들의 내적 희열을 시각화하는 것이 못내 즐거운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스스로 영웅의 모습으로 남는 것도 모자라 종교적 문제를 끌고 들어와 종교적 문제는 탈색 시켜 버리고 잔혹한 폭력의 묘사만 남기기를 주저하지 않던 시간을 거쳐, 이제는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가족과 집단을 지키는 영웅적 모습의 페르소나를 등장시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집단이 원하는 리더의 전형을 얘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난 그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얘기해보고 싶었다. 소속감의 근원적 결속력은 현대사회에서 각자의 이익과 부합되는지의 문제지 거짓 그림으로 화려하게 그려진 영웅의 피흘림은 아닌 것임을 말이다.


Text by Minerva's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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