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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모자의 진실 - (Hoodwinked, 2005)>


어지간한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빨간모자의 진실>의 큰 베이스가 되는것은 저 유명한 시간과 시선에 대한 놀라운 고찰을 보여준 고전 <라쇼몽>의 차용에 있음 정도는 알고 있을 듯 싶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진실이 이해당사자의 시선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비틀리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여기에서 진지함이라는 거대담론은 패러디와 유쾌함, 그리고 데임 애거사풍의 추리극의 외피를 빌려와 좀 더 가볍고 경쾌해진다.
문제는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갑작스레 기존의 노선을 탈선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내가 무슨 영화를 지금 보고 있는것인가' 라는 의문에 빠지게 만드는 큰 실수를 범하고 있다.
더불어 패러디로 점철된 영화지만 초중반까지 보여주었던 상큼할정도의 신선함은 헐리웃 장르영화의 애니화정도로 그쳐버린 후반부에서 더욱 김이 빠지게 만들고있다.
초반부의 절반과 후반부의 절반이 지나치게 양극화된 형태를 보이면서 영화는 보고난후에 좀 맥이 빠지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후반부의 통찰없는 패러디가 주는 단순한 재미의 추구가 전반부에 보여진 영화의 힘을 앗아가버린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빨간모자의 진실>이 거둔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3D애니메이션이 불편하게 보이지 않게 한것은 인정해줄 만하다.
한참을 보다가 영화가 3D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퍼뜩 들 정도였으니.. 작화의 완성도는 이 영화가 거둔 유일한 미덕이 아닐지 싶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그 한가지의 장점마저도 영화가 준 최초의 신선함에 의해서 가려진 것을 나중에 의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진실은 우회와 은유보다는 직설적 전개가 더 사람의 마음에 확실히 와닿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거 같다.


Text by Minerva's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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