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몬스터 -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

갑작스레 무언가를 보거나 듣고난 후의 감상을 적는 일에 두려움이 생긴다.
예술작품이든 무엇이든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글로 옮긴다는 것은 하나에서 또 하나로 전이되며 객관성을 그만큼 더 잃어가는 것과 같겠기에 말이다.

아직 완결편을 보지 못한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일본 만화가의 [20세기 소년]을 보면서 그의 작풍과 뛰어난 화면전개에 반해서 그의 다른작품에 무엇이 있는가 찾아봤는데 가장 많은분들이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이 [몬스터]였던 듯 하다.

사실 원작이 있거나 스토리작가가 따로 있을 수 있을 듯 싶었는데... 만화책을 많이 보시는 한 분에게서 [몬스터]나 [20세기 소년]이 스토리작가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것은 이후에 보게 되는 [해피]라던가 [야와라]라는 작품을 보면서 그 작품들이 그의 글/그림이라는 말을 한 열혈 독자분에게 듣고서 두 작품에서 실망했던 것이 그 작가의 역량에 대한 이해로 번지면서 잠시지만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작가의 작품에 열광했던 나 자신에게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몬스터]와 관련해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스토리작가가 따로 있는 건 아닌듯 하다. 그의 머리에서 플롯이 구상되고 발전시켰다는 말이 분명히 있고 작품에 스토리작가의 이름이 따로 명시되지 않는걸로 봐서는 최근의 [플루토]라는 작품이 데즈카 오사무 원작임을 표시해주고 있는데 [몬스터]등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이름만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오롯한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거 같다.

[몬스터]는 짤막짤막한 개개의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큰 틀로 연결해나가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미스테리함 속에서 끊임없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역작임에는 틀림없으나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그다지 개운하지만은 않았던 거 같다.
그것은 작품을 보는내내 독자의 의식을 사로잡는 의문점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음에서 오는 불만과 -그것은 어쩌면 현대의 훌륭한 작품들이 갖는 기승전결의 불분명함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모르는바는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테리 구조의 작품에서 그 의문점을 독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둔 것은 불만을 사기에 충분한 듯 하다- 작품안에서 존재하는 모든 장소와 시간의 연대기가 만들어낸 괴물이 왜 만들어졌으며, 그 괴물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위험해질 것인가의 당위성도 그다지 보여지지 않음에서 오는 불만이 컸던 거 같다.
작품안의 몬스터인 요한은 태어날 때부터 괴물적인 마인드를 가졌는가?
요한은 511킨더하임에서의 실험에 의해서 만들어진 후천적 괴물인가? (여기서의 괴물은 흉측한 외모의 괴물이 아니라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네메시스와도 같은 존재로서의 괴물로 이해하면 좋겠다)
이름이 없는 존재.. 이름이 왜 중요하며 요한과 안나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511킨더하임에선 왜 그런 실험을 했을까? 세상을 다시금 손아귀에 넣기 위한 네오나치즘의 일환인가?
클라우스 포프는 붉은 장미의 저택에서 왜 그런 동화를 지어서 낭독회를 했을까? 그 잔혹하거나 또는 암시적인 내용들로 가득찬 동화로 인해 정말로 몬스터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요한과 안나는.. 누가 진짜 몬스터인가? 낭독회에 끌려갔다 온것은 안나였는데.. 왜 요한이 몬스터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작가가 의도하는 몬스터는 다른 존재일까?

사실 의문은 끝이없다.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고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았다.
[몬스터]를 보고서 허망해지는 것은 어쩌면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작가의 어떤 것을 내가 간파해내지 못함에서 오는 당혹감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하나의 마을에서 살풀이를 하듯 모든 등장인물을 집결시키고 사라져야 할 인물은 사라지게 하고 남아야 할 인물들은 남기는 결말의 허무함과 마지막 깜짝쇼까지..
'재미'라는 측면에서 분명 [몬스터]는 사람들을 한순간에 사로잡기에 충분한 작품이지만 재미 이후의 '그 무엇'까지 얻어낸 것일까 하는 질문은 남겨놓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중반부를 넘어서며 힘을 완전히 잃어버린 [20세기 소년]의 마지막 권을 그래도 보고 싶다..

Text by Minerva's Owl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 [검의 대가]  (2) 2007.02.19
[Happy] & [Yawara]  (4) 2006.08.22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0) 2006.03.19
영화사전 [이론과 비평]  (0) 2006.03.19
시멘트 가든  (0) 2006.03.1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