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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가든

빨간부엉이 2006. 3. 19. 22:09

시멘트 가든


책제목 : 시멘트 가든
작가 : 이안 맥완
역자 : 손홍기
출판사 : 열음사
장르 : 소설
ISBN : 89-7427-117-6 (248 page)
작성일 : 2001-11-20 오후 12:44:31
책번호 : 2


피상적인 가족관계. 아버지는 일을 나가고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을 한다. 착한 아이들은 학교엘 나가고 칭찬받는 모범생의 하루를 보낸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어머니는 과일을 깍는다. 잠시 후 아이들이 불려져 나오고 과일을 먹으며 가족들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 하루를 마친다.
드라마에서나 볼 듯한 한 가족의 일상을 스케치하기.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런 가정이 얼마나 될 것인가..
오늘 소개할 이안 맥완의 건조하면서도 충격적인 한 가정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을 얘기하기 위한 짧은 오프닝..

영국의 소설가인 이안 맥완의 [시멘트 가든]은 한 소년과 그 소년을 둘러싼 비정형적인 가족의 살아남기를 무미건조한 문체로 보여주며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한 냉소와 마음의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근원불명의 공포심을 불러내는 소설이다.
사춘기를 통과하면서 극도의 자위행위에 탐닉하는 주인공 소년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시종일관 독자를 무기력하게 만들며 알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리게 만든다. 누이 동생의 성기를 누나와 만지며 노는 어린 날들의 시간에 소년은 늘 누나를 생각하며 자신의 성적 욕구불만을 -성인의 섹스로써의 욕구 불만이 아니라- 폐인이 되어가는 자학과도 같은 모습으로 탐닉하고 영혼을 지배시킨다.
불문명한 아버지의 정체성.. 흔히 말하는 가부장제에 대한 그 어떤 비판의 시선도 가지지 않은 채, 아버지는 자식들의 영혼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생을 마감하고.. 어머니는 얼마 후 침상을 지키다 숨을 거둔다. 살아서 마지막으로 시멘트로 마당을 채워야겠다면서 아버지가 구입해 둔 시멘트는 사회에 대한 불안한 시선과 기묘한 가족 유대를 해체시킬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어머니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지 않은 채 시멘트에 매장된다. 이제 그 가족을 건드릴 사람은 없다. 아니..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막내인 톰의 복장도착에 집착하는 유년기를 바라보며 모든 것들이 애초부터 제자리에 있지 못함을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되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것같은 살아가기의 모습에서 매일을 일광욕으로 피부를 태우는 누나의 모습처럼 소설은 건조하지만 따갑고 불편하기까지 하다.
[도형일기]라는 국내 단편영화에서 소녀는 죽은 아버지를 이불로 덮어두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모의 시체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이야기들은 이미 그전부터 있어왔지만 [시멘트 가든]이 그 이야기들과 달라 보이는 것은 주인공 소년인 잭의 심리를 통해 정상적인 가족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올바른 성장을 거치는 것이 과연 그렇게 중요함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품어보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각자의 진실은 저마다의 마음에 있는 것이고 대답은 언제나 목 안에서 유보(留保)되어 공허하게 맴도는 법.. 그 공허함을 느꼈던 사람이 있다면 그 공허함의 실체가 규범과도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 생각해 보길 권유한다.
[시멘트 가든]의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는 사실 작가의 심리적 유도에 의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근친상간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와 소설 안에서 일관된 시선은 누나의 애인으로 인해 붕괴되는 그들의 ‘살아가기 또는 살아남기’가 와해되는 시점에서 물리적으로 전개가 되고... 세상의 정형화된 틀에 의해 가족이라 불리우던 그들은 결국 그렇게 붕괴될 것임을 암시하지만 또한 규범의 반규범 안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색의 시멘트로 뒤덮인 그들만의 정원에서.. 어느 것이 올바름인가에 대한 해답은 끊임없이 유보시키거나 그 시멘트 정원 밑에 묻어버린 채...
기승전결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힘이 든다. 그 힘겨움을 일으켜 세워 무엇이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이 소설을 소개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굳이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지는 않지만 살아온 지난날이 어떤 모습이었는가 생각하게 될 때 그 때 한번 읽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Text by Minerva's Owl (2001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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