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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龜は意外と速く泳ぐ, 2005)

영화는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기대를 모으는 요소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에노 주리(스윙걸즈)와 아오이 유우(하나와 앨리스)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더불이 익히 알려진바로는 코미디영화로 알려진 듯했고..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닿지 않는 무표정한 표정의 코미디라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아닐 수도 없는 일본영화만의 독특한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그런 또 한편의 영화일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블랙코미디의 형식에 다양한 알레고리를 끌고들어와 국가라는 체제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애써 감추지 않은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냐고?
그렇다. 이 영화에 대한 무수한 코멘트 안에서 이런 시각을 견지하는 사람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것은 내가 이 영화를 100% 잘 못 이해하고 있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이 영화를 100%를 잘 못 이해하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일상성과 잔잔한 웃음, 엉뚱한 상상력?
반체제와 국가권력에 대한 냉소적 시각?
어느 것이 진실인가.. 아니면 그 두가지 그 어느 것도 아닌 것일까.. 이 영화가 걷고 있는 길은!!!

영화는 우에노 주리가 젊은 주부로 등장하며 그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에피소드 식으로 나열해가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특별히 어떤 대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거나 확연한 개연성으로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어쩌면 팬시영화이거나 카툰의 영역을 고스란히 담아온 그런 영화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보이거나, 또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은 '냉소[冷笑]'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사람들을 끌고 들어와 배치하고 그 하나 하나의 인물들에 강한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것은 일견 그저 거리에 흩어진 낙엽이나 돌멩이처럼 자연스러움일 수도 있는 그런 구도이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것은 국가체제에 대한 시니컬한 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 안에 감춰진, 또는 내재하고 있는 가능성과 위대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그것은 하찮아 보이는 영화 속 인물들이 그저 하찮은 인물들이 아님이 조금씩 들어나면서 자연스레 보여지고 있는 데 그런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대조적으로 국가 요원 -공안부직원- 들의 바보스러움이나 무표정함안에는 주/조연 캐릭터의 그것이 없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국가라는 체제에 대한 감독의 의식단면을 조금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매트릭스>의 그것을 고스란히 옮겨 온 듯한 공안부 요원들의 의상과 획일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공안부체조에서의 오 와 열이 갖추어진 모습의 그것은 삐뚤빼툴하고 정돈되어 있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사람들의 삶과 지나치게 대조적이다.
간섭하지 마라!! 어쩌면 국가가 바라는 그런 단정적이고 규칙적인 모든 것에 대한 거부반응에서부터 반체제적 인물들이 겁없이 대거 등장하는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국가라는 곳의 기능을 파시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어이없게도 식당에서 새우를 구워먹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나치의 철십자 모양으로 새우를 늘어놓고 굽는 장면은 이 영화가 국가권력의 파시즘적 요소에 대한 염증을 사뭇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안부 부장(?)의 인생론은 일견 감동적인 대사를 삽입하여 그럴듯함을 유도하지만 그 뒤에 허무함을 남겨두어 영화의 인장을 남기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다.
스파이 -어디서 왔고, 어디의 스파이인지조차도 알 수 없는- 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마을로 내려온 공안부 부장과 요원들은 마을을 수색하고 부장은 밤길에 이런 말을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나지 않는 것을 늘려간다는 것"
그래 높은 자리의 인물이라면 이런 멋드러진 말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싶지만 곧바로 그는 그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잊는다.
이런 명징한 알레고리들 안에서 보다 분명해지는 것은 국가의 억압과 개인에 대한 하찮은 시선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일 것이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누구보다 맛있는 라면을 끓일 수 있지만 묻혀가는 삶 안에서 튀지 않기 위해 어중간한 라면을 끓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말 그대로 일반대중을 지칭하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칠 수 있음을 그네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그것을 말하고 싶음에서 영화는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그렇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빨리 헤엄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함을 배우게 된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다양한 해석의 문을 열어놓음으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영화의 텍스트로써의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또한 생각하게 만들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자기만의 해석을 건져낼 수 있다면 당신은 빨리 헤엄칠 수 있는 사람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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