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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기술> - 고정된 관념의 탈피를 꿈꾸다



블로그로 이사를 오니 어쩐지 적는 글도 '블로그화'되어 가는 듯 하다.
깊이보다는 가볍고 다양하게...
아마 그래서 블로그를 싫어했었던 거 같은데.. 이사를 오고나니 어쩔 수 없니 나도 그렇게 되어가는 듯..
깊이보다는 넓이의 시간인가..

영화 <싸움의 기술>은 신한솔감독의 장편 데뷰작으로 단편작품은 하나도 보지 못했지만 유수 영화제에서의 수상으로 장편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기대치에 대한 부응도는 어느정도일까...
일단 이 영화를 볼 때 기존 TV광고에서 보여지던 이미지들은 모두 잊어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코믹하거나 액션이 넘쳐나거나 화려한 이미지로 포장되어있거나... 영화 <싸움의 기술>은 그런 것들과는 담쌓는 기술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인생 루저들이 본다면 눈물나고 가슴아픔으로 마음이 쓰라리겠지만 그것을 날려버리는 병태(재희 분)의 변화는 후련함으로 남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나도 인생 루저여서 그런 것일까.. '왕따'를 당하거나 어디서 맞고 다니거나.. 그렇게 살지는 않았지만 병태의 통렬한 한판 싸움은 폭력의 미화라는 부분보다 한 인간의 내면승격이라는 측면에서 박수치며 봐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해본다.
<싸움의 기술>은 그런 면에서 화려한 액션도 없고, 특별한 볼거리도 없지만.. 잘 짜여진 하나의 액션의 합일처럼 시작으로부터 끝까지 인간내면의 정신적외상(트라우마)를 건드리며, 달래며 또는 그 상처에 또 하나의 생채기를 가볍거나 굵직하게 만들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오판수(백윤식 분)가 병태에게 가르치는 '싸움의 기술'이라는 것은 기실 기술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 그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것이 모든 것일 수 있다.
사람이 하나의 깨침을 가진다면 그 이후 모든것을 얻을 수 있음을.. 병태는 그 과정을 넘어서고 그가 원하던 일을 행한다. 사람이 하나의 자기틀을 깨부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가.. 영화는 그 과정을 힘겹게 풀어나간다. 그 풀어나감 안에서 설파하는 것은 바로 해탈. 부처의 해탈이 별것이던가.. 기존의 관념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임을.. 이 영화는 어렵지 않게 그 어려운 불교의 진리에 쉽사리 다가서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수련과 정진으로 도달해야 하는 도의 한 끝자락에 서있는 듯한 인물 오판수를 통해서 이 영화는 진정한 도에 가까이 서있음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사람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몰라" 라는 오판수의 대사는 범인의 입에서 나온다면 실소를 날릴 그런 대사이지만 싸움과 두려움의 극복에서 한 시대를 통과해온 오판수의 입에서 나온 그 대사는 진정한 힘을 얻는다.
이 영화의 백미이자 하일라이트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어느 건물 옥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어디 사람 뿐이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세히 알 수 없는 것.. 그 간단한 이치를 우리는 얼마나 간과하고 살고 있던가..
다이제스트로 접해본 모든 것을 풀 버전인양 생각하며 살아가는 정보의 홍수속에 내팽개쳐진 현대인들에 대한 알레고리로 이 한 장면은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싸움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지 말고.. 그 안에 감춰진 인간정신의 극복과 유한/무한함을 찾아보는 것은 또 어떨까..
모처럼만에 좋은 영화를 본 듯 하다.
어디에서건 그 내면의 실체를 마주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싸움의 기술>에서 내 내면의 실체와 영화의 실체를 생각해 볼 수 있었음에 무척 괜찮은 기분이 든다.
다음 작품이 진정으로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데.. 소포모어 징크스 처럼 신한솔감독의 차기작이 무너지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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