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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걸즈> : Comics와 현실의 경계에 서서 - 소녀들 Jazz를 만나다!!!







<스윙걸즈> Swing Girls, 2004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때론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만화적 상상력과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들은 기꺼이 대중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선물하기 주저하지 않는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전작들로부터 최근작 <스윙걸즈>에 이르기까지 어렵지 않게 감독의 작품에서 캐릭터와 스토리가 만화적 상상력과 만화의 감수성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때로 그러함들이 시노부 감독의 작품들을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경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한 감독이 일관성있는 작품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위험한 줄타기일 수도 있으며, 대단한 뚝심이 아니고서는 진행시키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로 이리 뛰고, 때로 저리 뛰는 감독들과 차별화된 그의 영역과 공간은 여기서 같은 방식으로 뻗어나갈 경우 당연히 관습과 타성이라는 어려운 시간의 무게추를 필모그래피에 달고 다니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것을 뛰어 넘는 감독만이 '작가'의 영광스런 칭호를 얻으리니...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영화에서 현실의 무게나 미래시간의 공포스러움을 찾아보긴 힘들다. 그런 비현실적인 공간이 주는 시노부 감독 영화의 각각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미장센mise-en-scene은 그만의 시공간으로 대치되고, 그 공간들의 배치와 재배치는 미장센의 미장센에 의한 독특한 미장 아빔mise-en-abyme을 자연스레 형성한다. 그 미장 아빔의 형성을 위해 <비밀의 화원>이나,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워터 보이즈>등의 작품에서 일관성있게 부여잡고 있는 그것은 바로 만화comics가 아닐까..
한시간 반동안 쉽사리 화면안에 사람들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은 현실성과 동시대성보다는 판타지와 한 컷의 힘이 무언가를 증명하는 카툰의 영역까지.

<스윙 걸즈>는 어느 낯설지 않은 듯한, 그러나 실은 무척이나 낯선 시간들 속으로 사람들을 잡아끈다.
스윙이라는 이제는 재즈를 듣는 이들조차도 거의 듣지 않는 재즈의 원초적 리듬속으로 여고생들이 사로잡힌다는.. 냉철하게 말해서 거의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를 필두로하여 그 이야기의 끈을 가늘지도 굵지도 않게 시종끌고 나가며 사람들을 스윙의 리듬과도 같은 그 리드미컬한 이야기 구조속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2~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금주시대와 맞물리는, 그리고 빅밴드와 끈적끈적한 클럽들의 흥겨움이라는 장면들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Swing은 어느 화창한 여름 날 일본의 한 여고의 보충수업시간으로 전이되어 한 무리의 여고생들을 사로잡고, 우리는 또 그 이야기에 사로잡힌다.
사실상 <워터 보이즈>의 연장선상에서 말이 많기도 하지만 'boys' 보다는 'girls' 가 더 재밌을 거 같지 않은가? 라고 가벼이 얘기해본다. 이렇든 저렇든 부엉이도 남자는 남자인가보다..ㅎㅎ
어쨌거나 영화의 시공간이 판타지의 영역이든 현실의 영역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스윙 걸즈>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꿈' 그것에 있다고 본다.
꿈을 가진다는 것과 꿈을 실현시켜 나간다는 것이 젊은 날의 청춘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그 시절을 무미건조하게 흘려보내고 그때의 그 시절로부터 한참을 살아버린 세대들에게 청춘의 꿈이란 가슴 시리도록 청명하기 그지없음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스윙 걸즈>는 대단한 미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참을 살아보니 아무 희망도 아무 꿈도 없이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후회스럽던가.. 하고 생각하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군상들에게 영화는 어린시절로부터 늦게는 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든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부분 그런 소중함들로부터 격리되어 살아가는 것에 다름 아니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런 것을 발견해야 한다는... 그 생각이라도 한번 가져볼 수 있다면 좋겠다.
영화 <스윙 걸즈>는 그렇게 누구나 그렇든 무미하고 건조한 날들을 살아가던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게 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의 고통과 노력이라는 달콤한 뒷맛을 알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려보이고 있다. 즐겁고 유쾌하며, 이런 유형의 영화들이 그렇듯 마지막엔 감동까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스윙 걸즈>는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햇볕 따사롭기 그지없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과도 같은 지친 마음을 생기있는 신록의 푸르름으로 만들어주는 짧지만 놀라운 경험의 시간을 안겨준다.
사람들과 영화를 보게 되면 눈시울 뜨거워지는 장면들에서 애써 눈물을 참는 나.. 하지만 혼자 영화를 볼 때면 참 많이 눈물 글썽이며 영화를 보게 된다.
<스윙 걸즈>의 마지막 연주회 장면에서 또 그렇게 눈물 맺혀가며 영화를 보게 된다.
내 마음이 놓쳐버린 것들, 내 마음이 잃어버린 것들.. 그런 것들을 다시금 생각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발랄한 한 무리의 여고생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누군들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2006년 3월 16일 Text by Minerva's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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