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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무협소설의 여성 인물 분석」

빨간부엉이 2021. 12. 5. 20:59

「김용 무협소설의 여성 인물 분석」


지은이 : 사막여우
펴낸곳 : 좋은땅
분량 : 216쪽
2021년 11월 16일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고려원 판본의 「영웅문」을 읽은 세대다. 김영사에서 정식 계약을 맺고 나온 '사조삼부곡'을 읽어보긴 했지만 역시 글의 재미란 건 고려원 판본의 「영웅문」에 있는 거 같다. 누가 어떤 식으로 번역을 했는가가 책을 읽는 재미에 중요한 포인트란 걸 특히나 새롭게 인식했던 계기가 됐던 거 같다. 
김영사의 정식 계약본이 특별히 내용이 추가되거나 한 건 없는 걸로 봐서 해적판이지만 고려원의 책이 충실하게 책 내용을 옮겨주었음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김영사 판본의 문제는 확실히 딱딱한 문체에 있다. 글의 맛을 못 살려주는 문장들 때문에 고려원 판본의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다들 재미없다는 평을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웅문」 3부작은 총 18권이다. 나는 이 책을 모두 가지고 있고, 책 내용이 잊혀질 즈음이면 다시 읽곤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봤으니 총 몇 번이나 봤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용이 머릿속에 너무 박혀있어서 꽤 오랫동안 안 읽고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제 기억이 많이 희미해졌고 그래서 다시금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근래에 하고 있던 차... 텀블벅에서 이상한 책을 펀딩 하는 걸 발견했다. 
이름하야 「김용 무협소설의 여성 인물 분석」이라는 책이었다. 황용을 가장 좋아하고 고려원 판본의 앞에 나오는 녹죽장을 든 황용의 그림을 확대 복사해서 가지고 있기도 했었다..ㅎ 그런 점에서 김용 소설 속 여성 인물들에 굉장히 동화되어 책을 읽었다고도 생각이 되는데, 김용의 '사조삼부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분석한 책이라고 하니 굉장히 흥미가 생겨서 책을 펀딩 해서 금요일 밤에 받아 들고서 일요일인 오늘 아침에 방 청소를 해놓고서 계속 이 책을 읽었다.

저자인 사막여우님은 중국에서 MBA학위를 받는 등 13년간의 중국 생활을 하고 그에 관한 책도 낸 소위 말하는 중국통이 아닐까 싶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의 논문으로 사막여우님은 김용 작품 속의 여성 인물들에 대한 고찰을 통한 글을 써서 학위를 받았다고 기술되어있는데 (나도 방송통신대 출신이라 반가움..ㅎㅎ) 그러니까 이 책은 사막여우님의 논문을 출간한 책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책에서 나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 중 여성들만을 수면 위로 들어 올려서 해부하고 심리를 기술하고 분석하는 예리한 메스의 어떤 날카로움을 기대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3부작 속 등장 여성 인물들과 주인공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줄거리를 복기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기분이 많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분석이 주가 되고 주관적인 평가와 비평을 기대했었는데, 내가 논문이란 걸 거의 읽어보지 않아서 논문과 비평서와 머릿속에서 혼동을 일으켰구나 하는 생각을 책을 덮고서야 하게 되었다. 

「영웅문」을 수십년간 누차에 걸쳐 읽은 사람으로서 사막여우님이 이 글을 정말 어렵고 힘겹게 쓰셨을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던 거 같다.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와 그 자료들을 읽어내고 본인의 글 속에 인용하고 녹여내는 일은 정말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내가 느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정과는 별개로 그 노력만큼은 대단한 작업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성으로서 여성은 왜 영웅이 될 수 없고, 왜 소설 속에서 협력자나 배경으로만 그려지고 묘사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을 것 같다. 그 의문에서 이 논문은 시작되고 끝을 맺고있다. 유교와 남녀차별에 대한 봉건의 시대가 아직도 존재했던 시대의 역사적 잔존이 아닐까라고 말씀하시는데 근본적으로 영웅서사시에서 전면으로 부각되는 여성 캐릭터의 부재가 너무 오래 지속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군이 거의 남성이었던 시절과, 그 시절이 한시대가 되어 그렇게 흘러와 뇌리에 고착되어있기에 그것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성역할의 당위성이 모호해질 시기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 생각한다. 남녀 구별의 대립각이 아닌 인간 그 자체로의 새 시대의 서사는 언제쯤 시작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마음속에 남는다.
 사막여우님이 논문의 말미에 김용 작가의 영웅관은 무엇인지, 그의 무협세계에서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협의 정의는 무엇인지 궁구해 볼 것을 다음 과제로 남겨둔다고 하셨는데, 그 약속을 꼭 지키시고 완성도 높은 글로 다음을 기다리는 즐거움에 부응해 주셨음 좋겠다.

영웅에 대한 여러 정의를 옮겨 주셨는데,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이 글이 가장 좋았던 거 같다. "영웅이란 말은 '보호하고 봉사하다' 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에서 왔다. 영웅은 양 떼를 보호하고 돌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양치기처럼 타인을 위해 자기의 이익을 희생할 줄 아는 자다."
이 정의에 따르면 나는 절대 영웅이 될 수 없는자다. (지극히 개인주의자이므로..ㅎ) 작가들은 금전적인 이유로 글을 쓰겠지만 기본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의 희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직업군이라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또한 영웅이 아닐까 싶다. 사막여우님의 영웅심이 발로 되어 각고의 희생 끝에 협이 어떠함인가에 대한 정의를 세세하게 내려주실 날을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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