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 [Acoustic+ Best]

박기영 - [Acoustic+ Best]
2008 / FLUXUS

오래토록 이 가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문득 이 가수를 다시금 발견했을 때 그녀는 이미 몇 장의 음반을 발표한 중견 가수가 되어있었다.
싱어 송 라이터 여성 록커의 이미지로 소비되었던 데뷔 시절의 'Blue Sky' 와 이후의 몇 곡 만을 기억하고 있던 내게 10년 음악 내공을 쌓아온 그녀의 지금은 살짝 충격이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피아노를 치며 조용한 감성의 이미지를 능수능란하게 조율하다가 때론 조율의 끈을 놓아버리는 폭발할 듯한 이미지로 다가온 지금의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하면 이상하려나..

지금의 모습에 감동 받은 것과는 별개로...
예전엔 'Blue Sky' 란 노래를 참 싫어해서.. 그리고 박기영씨에겐 죄송하지만 노래를 잘하고 작곡 실력이 출중하다고 인정해줄 수 있지만 여전히 그녀의 창법은 내겐 좀 거북스럽게 들린다. 많이 진보하였고 많이 깊이가 생겼지만 뭔가 눌러서 짜내는 듯한(?) 툭 터져야 할 곳에서 탁 걸려있는 듯한 창법이 개인적으론 그다지 맘에 들진 않는다.
그래서, 선택한 한장의 음반은 어떤 가수나 밴드의 음반을 사고 싶진 않은데 좋게 들리는 대표곡들은 듣고 싶을 때 선택하게 되는 베스트 앨범이다.
단순한 베스트 앨범이라면 역시나 절대로 구입해서 듣지 않겠지만 (음반 매니아 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베스트 앨범이라..ㅎㅎ) 이번 박기영의 베스트 앨범은 그동안의 대표곡들을 모아서 어쿠스틱 편곡으로 새로이 녹음한 앨범이기에, 그리고 몇 곡의 신곡이 실려있기에 충분히 구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던 앨범이다.

다만 국내 음반의 유통주기가 점점 짧아지는지 발매후 조금만 지나면 음반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 구입하려고 맘 먹었던 이 음반이 점점 품절 모드로 돌아서고 있어서 없는 살림에 부랴부랴 재고 있는곳을 파악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음반을 걸면 음반의 주제인 '어쿠스틱스' 에 어울리게끔 LP의 노이즈를 삽입한 인트로로 시작해서 감성적인 발라드곡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들려온다.
[이바디]의 호란과 함께하는 곡도 있고, [스윗 소로우]와의 듀엣곡도 있다.
매우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기에 강력추천 같은 것은 하지 못하겠지만 메마른 감성을 다시금 채워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매우 충분한' 감성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음반이라고 생각해 본다. 음반의 부클릿에 쓰여있는 박기영이 직접 썼다는 사랑에 대한 미니소설을 읽으며 음악을 들으면 더욱 그러할 듯 하다.
신경숙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그대 때문에' 같은 신곡도 이 앨범의 주제와 편곡에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음반을 구입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덧붙여 보자면 디지털 싱글로 발매되었던 음반의 마지막 곡 'Camino' 때문이다.
스페인 산티에고를 도보여행하며 겪었던 느낌을 담은 곡으로 알고있는데.. 이 한곡의 곡만으로도 사실 이 앨범의 구매 이유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 곡만은 필청必聽 이다.

List

1. Evergreen (Instrumental)
2. 그대 나를 보나요
3. 선물
4. 시작
5. Loving You
6. 동행(同行) - Duet With 호란
7. 마지막 사랑
8. 산책
9. I Do - Duet With 성진환 (Sweet Sorrow))
10. Blue Sky
11. The Day
12. 흐르는 강물처럼
13. 그대 때문에
14. 나비
15.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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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한곡듣기는 음반분위기를 소개하기 위해 최저퀄리티로 변환하여 감상해보는것이니 가급적 음반을 구입하셔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