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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GUCKKASTEN 1 - [S/T]

빨간부엉이 2009. 3. 10. 17:33



GUCKKASTEN 1 - [S/T]
2009 / rubysalon


한때 '인디밴드의 앨범 = 펑크앨범' 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초창기 한국 인디밴드의 장르적 편식은 매우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무밴드나 프리다칼로같은 밴드들이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밴드들이 크라잉넛과 옐로우키친, 에브리 싱글데이, 노브레인등의 펑크 밴드들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그런 공식이 뇌리에 박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초기의 장르적 단순성으로부터 10년도 넘게 흐른 지금 인디씬의 음악적 다양성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거칠고 투박했던 사운드도 장비의 발전과 가격다운으로 좀 더 양질의 소리들을 낼 수 있게 되었으며, 연주력과 미디어에 대처하는 자세와 능력또한 일취월장했다고해도 과언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음악 장르의 인기에 휩씁리는 경향은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던록이 대세일 때는 모던록 밴드들이 와글거리고, 포크취향의 밴드들이 대세일 때는 또 그런쪽에 휩쓸려서 음악 판도가 형성되는 문제점은 확실히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또한 희망은 있다. 그것은 십수년의 인디씬이 깔아놓은 다양해진 장르적 지형도 위에서 대세론에 휩쓸리긴 하지만 생성된 장르적 적자들이 소멸되기도 하고 새롭게 창출되기도 하면서 명맥을 끊기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희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할 밴드는 그런 면에서 본다면 희망의 모든 끈들을 한데 묶어서 일궈낸 훌륭한 계승자가 아닌가라고 말하고 싶다. 독일어로 만화경 (요지경으로도 알려진) 을 일컫는다는 밴드명 [국카스텐] 의 음악은 만화경속 활홀경만큼이나 다채롭고 다양한 모습을 담고있다.
일렉트로닉적인 프로그래밍 사운드의 효과적 차용이나, 스카리듬과 락의 기본인 블루스적인 전개속에, 독특한 기타 선율이 빚어내는 펑크적인 느낌들과 익숙하지 않은 사운드의 실험적인 느낌들이 주는 프로그래시브한 느낌들도 있다. 때론 얼터너티브한 거칠음으로 때론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운드로,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보컬의 독특한 보이스 컬러와 카리스마는 이들의 데뷔앨범을 과연 신인그룹의 첫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점 마저 들게 한다.
상징성으로 가득찬 가사들은 오래토록 의미와 동기부여를 일컫게 만들 것이며, 다수의 곡에서 끊임없이 뒤따르는 어쿠스틱 기타의 원초적 소리들은 이들이 구현하는 사운드의 이상점을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록음악' 이라는 고색창연한 모티브 위에서 빚어내는 이 화려한 한편의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하다. 좀 과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이들의 사운드와 열정은 각종 소리라는 오브제를 이용한 꼴라쥬로 하나의 음반이라는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경지의 영역에 도달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게 들린다. 상업적 차원에서 음반의 만들어짐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잘 녹음된 음반들을 듣다가 이 앨범을 걸고 듣게 되면 차이가 느껴지는 음량의 떨어짐과 소리들의 선예도가 떨어지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요즘 앨범들의 레코딩 수준과 사운드 만족도가 일정이상으로 올라서 있기 때문에 인디앨범임에도 좀 냉철한 잣대를 들이밀어봤다. 계속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몇년 후 재발매가 이뤄진다면 한차례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카스텐] 의 음악은 터질듯한 에너지를 안으로 응축시킨 사운드의 절제되면서도 유의미한 분출로 정의해보고 싶다. 그들의 음악이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애초에 염두에 둘 필요도 없을만큼 다음은 염려되지 않는다. 시작을 이정도로 끊을 수 있는 역량이 된다면 그 이후 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하기에..
데뷔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의 부클릿에는 밴드명과 곡제목과 가사만이 실려있다. 밴드 구성원에 대한 홍보나 음반의 만들어짐에 대한 정보 따위의 곁가지들은 모두 날려버려도 좋다고 생각할 이 신인그룹의 무모한 도전은 그들이 만들어낸 소리 그 자체로 모든것을 대신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자신감이 일궈낸 분위기에 휩쓸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이 앨범을 듣고 있다. 이 앨범을 열심히 응원할 것이며 이들의 미래를 응원할 것이다.

List

1. 비트리올
2. 바이올렛원드
3. 파우스트
4. 가비알
5. 꼬리
6. 만드라크
7. 미로
8. 거울
9. 라플레시아
10. 림보
11. 씽크홀
12. 토들

*주의사항: 한곡듣기는 음반분위기를 소개하기 위해 최저퀄리티로 변환하여 감상해보는것이니 가급적 음반을 구입하셔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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