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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엿뉘엿 넘어가는 황혼의 어둠에 조그만 초록색 등을 켠다
굴레안에 아집으로 가공되었던 지난 시간의 콘크리트 포장길에 작별을 고하고
먼지 폴폴 날리는, 키다리 플라타너스가 벗 삼아 주는,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신작로 위에서
내일의 씨앗을 호주머니 안에서 만지작 거리는 굼뜬,
그러나 소담스러워 보이는 정겨움으로 모두들 그렇게 마음 안에 꺼져 있던
그 젊은날의 초록등에 부옇게 쌓여진 세월의 허접쓰레기를 후하고 불어낸다.
콜록거리고, 기침으로 인하여 고통스러워도
꺼지려 하는 초록색 등의 불빛에 다시금 심지를 돋울 수 있슴에
그저 가물거리는 뿌연 시야를 깨우침의 눈물로 씻어내고
첫 팽이치기에 성공한 소년마냥 그저 기쁘다.
녹슬고 삐걱거리는 관념의 아룸다움과, 체면으로 감싸버렸던 이상의 부끄러움이
놋그릇 닦는 기왓 가루의 정성으로 가루되어지니
그래, 지금은 공부중.
98년 3.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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