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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 Poem & Etc

진실에 관하여

빨간부엉이 2009. 2. 10. 17:21

진실에 관하여

전선들이 아로 뉘인다.

흑기와가 보이고 몇 그루의 소나무가 거기에 있다.

소실점 밖으로 아련히 산들이 바라보고

붉은 벽돌 양옥이 한 켠에 놓인다.

마음이 섞이지 않아 언제나 무채색인 물감통을

꺼내놓고 이젤을 펼쳐본다.

파레트 안에는 온갖 색들이 날 선택해 주세요 라고

아우성 이지만 마음이 고사한 이에게는

모든 것이 하얗고 까맣다.

큰 맘 먹고 흰 색을 담뿍찍어 풍경의 한 켠에

칠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먼 산 안에 있는 승가람마의 색조였지만

묘하게도 그것은 하늘이었다.

시작의 일그러짐이 모든 것의 부조화로 잇닿아 갔고

모두가 바라보는 아름답고 일상적인 거리와 하늘과

가깝고도 먼 모든 것들이 붉게 충혈된 궁핍한자의

동공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모든 것이 극단적 이분법이었다.

하얗고 까맣고...

그는 만족스러웠다. 세상이 어떤 모습이든

그에게는 하얗고 까맣다는 것이

97년 8월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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