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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관하여
전선들이 아로 뉘인다.
흑기와가 보이고 몇 그루의 소나무가 거기에 있다.
소실점 밖으로 아련히 산들이 바라보고
붉은 벽돌 양옥이 한 켠에 놓인다.
마음이 섞이지 않아 언제나 무채색인 물감통을
꺼내놓고 이젤을 펼쳐본다.
파레트 안에는 온갖 색들이 날 선택해 주세요 라고
아우성 이지만 마음이 고사한 이에게는
모든 것이 하얗고 까맣다.
큰 맘 먹고 흰 색을 담뿍찍어 풍경의 한 켠에
칠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먼 산 안에 있는 승가람마의 색조였지만
묘하게도 그것은 하늘이었다.
시작의 일그러짐이 모든 것의 부조화로 잇닿아 갔고
모두가 바라보는 아름답고 일상적인 거리와 하늘과
가깝고도 먼 모든 것들이 붉게 충혈된 궁핍한자의
동공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모든 것이 극단적 이분법이었다.
하얗고 까맣고...
그는 만족스러웠다. 세상이 어떤 모습이든
그에게는 하얗고 까맣다는 것이
97년 8월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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