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꿈이 가난한 사람들 또는 꿈의 소박
울안의 모이 쪼는 병아리 같은 유약한 모습으로 너는 거기 서있었지.
아니, 스러져 있었던 것처럼 생각도 든다.
청사초롱 불 밝히고 너의 삶 안으로 '부' 라는 신부를 맞이한 너의 첫날밤에
그녀는 헐벗고 굶주린 두 눈을 공포스럽게 희번덕거리며
너의 울 안에서 허겁지겁 빠져 나왔지.
우린 너의 울 밑에 쪼그려 앉아 눈물만 흘리고 있었어.
아무도 너의 그녀를 네게 돌려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겐 소멸되어 말라버린 우물과도 같았거든.
아냐, 우린 너의 첫날밤의 화촉이 무서웠던 것인지도 몰라.
네 삶의 가족을 거리로 내어 몬 그 두려움과의 악수가.
젖고 마르고 불타오르던 삶의 연대기가 이제 너의 마지막에
종점을 부여하고자 할 때
넌 가난한 네 가족, 너의 힘들었던 사유의 시간에 동반 되어온
그러나 네 곁에 있지 않은 그녀를 찾았지. 그리고
처음처럼 넌 울안의 모이 쪼는 병아리 같은 유약한 모습으로 거기 그저 서 있었지.
아니, 스러져 있었어.
너를 지켜보고 있던 울 밑의 우리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지.
그렇게
97년 8월 21일
'Essay & Poem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이 있는 풍경, 두 번째 (0) | 2009.02.07 |
---|---|
편지글 중에서.. (0) | 2009.02.02 |
1997년 8월 7일 시민 여론조사...... (0) | 2009.01.31 |
같은 날에 (0) | 2009.01.29 |
사람, 그리고 空 (0) | 2009.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