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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 Poem & Etc

생각이 있는 풍경, 두 번째

빨간부엉이 2009. 2. 7. 15:15

생각이 있는 풍경, 두 번째

몇 줄의 세로로 아리워진 세월의 무게와 멸시와 천대의 슬픔어린 시선을 모두 아우른채 녹이 슬고 부식의 과정안에 놓여있는 우리 살아가는 년침과도 같이 침잠하고 잠식하여가는 무감의 쇳덩어리. 눈을 들어 보이는 것은 분명 거무스름한 쇠창살이건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스스로가 만든 감옥안에 갇혀 지내는 수인이고 보면 하루를 가지 못할 아름다움과도 같은 허접한 상념을 이런 시간에 지녀보는 것도 분명 나쁘지는 않겠지.

시선을 In focus 대신 Out focus 로 잡으면 나무들이 보인다. 나무들.. 사람에 의해 심어지고 사람에 의해 가꾸어지고 사람에 의해 소멸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과 동류다. 사람은 분명 사람에 의해 태어나고 가꾸어지지만 사람에 의해 소멸되므로. 비이성적이라고 비난하지는 마라. 세상에는 나무만 못한 증류되어 마땅한 인물들이 너무나도 많단 말이다. 열매를 주고 그늘을 주고 몸을 태워 보시하는 나무의 일생에 비추어 사람들은 열매를 빼앗고 그늘을 차지하고 타인의 몸을 태워 자신의 안위를 데우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난 그들을 위해서 은빛 번쩍이는 쇠창살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긴 장마비의 고독과 낙엽의 쓸쓸함과 눈 내리는 순결한 세상 풍경의 서글픔을 맛보도록 눈 높이의 창을 달아주고 싶다. 봄이 없는 그 회색방을 선물하고프다. 그리고, 그 은빛 번쩍이는 무감의 쇳덩이가 부식되고 부서져 바람에 날아갈 그날까지 종내 그 방에서 편하게 쉬게 하고 싶다. 열매를 맺게 해주고 그늘을 줄 수 있도록 지식을 주는 가르침을 주고 영원에 대한 무한진리를 깨우치는 과정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반대급부로의 선물을 줄 수 있도록 많은 재물을 지니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고프다. 하지만 나, 방 안에서 편히 쉬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닌지.

Zoom렌즈를 떼어 버리고 Open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두가 하나고 같은 공간안에 같은 시야에 같은 거리로 다가온다.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좋은 일을 하는가 하면 또한 어리석음을 행한다. 세상이 쇠창살안에 있는 것인지 쇠창살이 세상안에 있는 것인가는 단지 우리의 마음 밭의 터전을 어떻게 일구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격리는 사람의 이름으로 행할 수 있는 건 아닐거라 생각든다. 모든 것이 함께 존재하는 공존의 시간 안에서, 이상과 신념 또는 사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바라보는 일을 관념화 시키는 것은 결국 자신을 관념화 시킴에 다름 아니지 않을까. 누군가가 그러하였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보는데 있는 것이라고. 이제 이런 말로 끝을 맺고프다. 흐린 하늘과 쇠창살과 나무와 풍경과 사람과 생각은 분명 행복과는 거리가 있슴이고 그런 생각 안에서나 밖에서나 행복하고 싶다면 나 아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라고. 이런 말을 하고나니 조금씩 모든 것이 따뜻해져 온다. 모든 것이.

97.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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