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Essay & Poem & Etc

편지글 중에서..

빨간부엉이 2009. 2. 2. 14:55

하늘은 우중충하고 존재하고 있슴은 항상 벗어날 시간만을 꿈꾼다. 언제라도 딛고 있는 이 땅이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건만 뜻이 아닌 여건에 의해 언제나 그곳들에 존재한다. 의심하고 그릇된 생각을 일삼는 동안에도 모래탑은 허물어지고 바람에 흩날려 시공간적인 평활함을 만들어내니 입안의 모래알같은 껄끄러움은 우리 흘려보낸 시간의 그림자였던가. 해가지고 창문을 열고 세상안에 빛을 내어보낸다. 섞이고 조화되고 어우러지는 빛과 어둠의 자유가 몸을 이끌어 어렵지 않게 거리에 서본다. 사람들은 유려하고 밝아보이지만 부유하는 이미지로 한뼘쯤 거리위에 떠다니는 유령과도 같아 보이고 자신의 무덤을 지키기 위한 작은 투쟁들 안에서 만남도 헤어짐도 사랑함도 미워함도 모두 바람에 휘둘리는 갈대와도 같아 보인다. 참하 부러지지 못하는 그 인내와 감내의 공간안에서 구악스런 고함을 질러대고 투박한 질곡의 깨우침을 배우지만 모든 것은 모래처럼 섞이지 못한다.

정말인가?

나도 없고 우리도 없고 그도 없고 그녀도 없다. 모든 것이 부재중인 평활적인 면안에서 선과 선은 결코 맞닿을 수 없는 간격을 유지하고 있으니 그 닿을 수 없슴이 주는 공간 구성의 미장센이 떠나 있는 모든 것을 회귀케 한다. 두 선의 거리 사이에 흐트러져 있는 시기와 질투, 오해, 오만과 편견 또는 그러함들을 무한 반복의 쳇바퀴 밖으로 튕겨내며 모두가 올라탄 삐그덕거리는 협궤열차를 타고서 고향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허나 협궤열차는 이땅에서 자취를 감춘지 이미 오래이고 모두는 꿈안에서의 티켓이 재가 되어 구천으로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허황한 웃음을 떠나있는 그 선의 끝에서 은빛으로 뿌리고 섰다. 눈이 부시고 응시하던 선과 선의 부딪힘이 보여짐은 희망만이 남은 판도라의 상자를 기억하게 한다.

눈이 내리는 걸 바라보며 포켓에 깊게 손을 찔러 넣고 구부정하게 막차를 기다린다. 불이 꺼졌고 그렇게 빛도 사라졌다. 아무것도 응시할 수 없는 그 좁은 공간에서 몇 남지 않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모두들 안식처를 그리고 있다. 따뜻한 술국과 웃음이 존재하는 그 밝은 시간을. 저마다의 손아귀에는 웃음을 위한 대가가 들려져있고 놓치기 두려운 듯 마디 마디에 뿌드득 거리도록 힘을 주어본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망가지 않는 그 많은 것들을 의심하는 버릇이 생기면서 눈빛들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막차의 불빛은 종내 나타날줄을 모르고 생각의 짧디짧은 교차안에서 모두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안한 그들에게 막차는 밤새 오지 않았다.

97년 8월 마지막날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중에서...

'Essay & Poem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실에 관하여  (0) 2009.02.10
생각이 있는 풍경, 두 번째  (0) 2009.02.07
꿈이 가난한 사람들 또는 꿈의 소박  (0) 2009.02.02
1997년 8월 7일 시민 여론조사......  (0) 2009.01.31
같은 날에  (0) 2009.01.2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