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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 Poem & Etc

여름, 그리고 장마

빨간부엉이 2009. 1. 27. 14:43

여름, 그리고 장마

날을 세운 한 자루의 비수를 가슴에 품고 이 습하고 지리한 시간 속에서 상상 속의 쿠데타를 도모한다.

구름위의 맑은 햇살을 기대하듯 자신의 상상이 불러올 다른 시간, 다른 세상을 꿈꾼다.

거기에는 슬픔의 비도 없고 눈물나는 시간도 없다. 나를 배척하는 인습도 없고, 나를 외면하는 사랑도 없다. 없다. 없다. 없다. 그리고 없다.

바람처럼 자유롭고자 눈을 감는다. 질펀한 세상사 욕지기가 돋우는 비릿함도 사라지고 나 산 앞에 서있다.

순수라는 산, 사랑이라는 산, 내가 보듬어야 하는 모든 것의 산. 지금 난 그 산의 이정표 앞에 와있다. 내가 올라야 하는 것은 그런 산이 아니라 자유로워야 한다는 그 관념의 극복, 그것일 것이다.

바람은 진정 자유로운가. 너도 나도 바람이 되어보지 못했기에 바람이 진정으로 지유로운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단지 우리가 만들어낸 이미지로 세상과 조우하지 말자.

진정으로 자유롭고 싶다면 바람이 되어라. 바람처럼 이라고 말하지는 말라. 산 위에 무엇이 있는가. 난 순수도 사랑도 내가 보듬어야 하는 것들도 내 안에 두지 못했기에 나의 산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다.

무지개를 쫒아 가본 일이 있는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그 끝자락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은 상상뿐이다. 어느 애벌레가 올라가던 나무의 동화를 기억하는가? "그 위에 무엇이 있지?" , "아무것도 없어. 너도 그냥 빨리 내려가. 괜히 헛고생 하지말고." 하지만 주인공 애벌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동경의 추구는 상상처럼 아름답기도 두렵기도 한 것이다.

이제 산 위에 올라섰다고 느껴 지는가? 그렇다면 그대는 아직 바람이 될 수 없다. 창 밖을 바라보라. 길고 긴 장마비가 그대의 창 밖에서 대지를 학대하고 있지 않는가?

대지의 여신이 그대를 바람으로 만들어줄 그날이 서러움을 위하여.

97. 6. 26

덧붙임: 무슨 횡설수설 지껄여 놓은 것일까 모르겠다. 그냥 예전에 끄적거려 놓은 것들 다 없어지기 전에 어디라도 올려놓아야겠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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