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여름 - [손] / 2022 / 비스킷 사운드 List 1. 날씨 (9와 함께) 2. 걷는 이 (박혜리와 함께) 3. 불안에게 (이승준과 함께) 4. 착륙 (김사월과 함께) 5. 너는 내가 (권월과 함께) 6. 손과 손 (강아솔과 함께) 7. 녘 (김일두와 함께) 8. 소리들 (홍갑과 함께) 사운드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던져주는 음악은 없는 것 같지만 포크 특유의 감성 어린 질감이 굉장히 잘 배어나있다. 마지막곡 같은 경우 포크의 전형적인 쓰리핑거 주법의 경쾌함이 미소 짓게 한다. 생각의여름은 곱씹을 가사와 좋은 선율의 음악들을 들려줘왔다. 비록 짧디 짧은 러닝타임으로 본전 생각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고, 이번 음반에서도 간신히 30분을 넘기면서 여전히 그런 기분이 들게 한다. 따뜻한 선율과 시..

'황망하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 황당하고 어이없고.. 뭐 대충 그런 뜻인 줄 알았습니다. 위대한 네X버에 물어봅니다. 1. 마음이 몹시 급하여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면이 있다. 2. 사냥이나 주색의 즐거움에 빠지다. 라는 두 개의 의미가 있군요. 제가 미루어 짐작한 의미와 상당히 멀리 있습니다. 연말에 음반 두 장을 선물 받았습니다. 하나는 22년 봄에 음원으로 나왔던 신지훈 양의 1집 음반과, 4 반세기 전 나왔던 귀곡메탈의 레이니썬 보컬이었던 정차식 님의 솔로 1집 음반입니다. 그러니까 '황망하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은 두 음반을 엮어서 얘기해보는 말장난입니다. 음반 와 지훈 양의 싱글 '시가 될 이야기'의 첫 노랫말 '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를 변용한 셈이지요. 두 장의 음반..

서정민 - [Unspoken 5; 말하지 않는] / 2022 / 사운드 프레스 List 1. Unspoken 5 ; 말하지 않는 2. 3 털실로 짠 스웨터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요나 팝 음악들은 이미 다 쩔어서 내가 입기만 하면 되는 그런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연주 음악들은 대바늘, 코바늘이 준비되어있고 알록달록 예쁜 털실들이 구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가 실을 배치하고 형태를 만들어서 스웨터를 쩔어 기호에 맞게 입어야 하는 그런 음악? 실험음악이나 즉흥음악은 어떨까? 대기에 부유하는 실오라기들을 모으고 또 모아 손에 쥐어질 만큼 모이면 그걸 꼬아 실을 만들고 그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여 하나의 스웨터를 쩌는 일. 그런 것으로 비유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각본 없는 이야기들..

신지훈 - [별과 추억과 시] / 2022 / 자체제작 List 1. 스물하나 열다섯 2. 구름타고 멀리 날아 3. 봄비 4. 옛고향 5. 심해 6. 남은 이에게 7. 밤의 창가에서 8. lonely heart 9. 뭇별 10. 추억은 한 편의 산문집 되어 드라마에서 ‘추앙’ 을 얘기하고, 아이돌 음악에서 ‘광야’를 얘기하고, 인디뮤지션의 목소리에서 ‘나태함’을 듣는 세상. 표현은 좀 더 다채로워지고 비일상적이 되어가며 문학이 갖는 인간 내면의 희원에 대해 얘기하는 세상. 시적인 언어가 퇴보했던 20여년의 시간을 지나 지금은 풍요로운 표현의 시대를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시절을 지나쳐오고 그런 시대를 맞이한 지금에, 어디 선가 툭 하고 떨어진 것만 같은 뮤지션 신지훈의 음악은 한 번..

정은혜 - [단테의 신곡-지옥] / 2021 / BISCUIT SOUND List 1. 시간은 2. 꿈을 꾼다 3. 숲속에서 4. 왜 돌아보려 하는가 5. 지옥의 문 6. 카론의 강 7. 세례 없는 시대 성인 8. 애욕의 죄 9. 도시의 미래, 돈의 영역, 분노의 늪 10. 이교도의 무덤 11. 피의 바다, 자살나무, 불의 비 12. 사악한 열 개의 구덩이 13. 악마의 먹잇감 (Acustic Ver) 14. 지옥의 밑바닥 15. 꿈속 베아트리체 16. 빛이 춤추네 17. 악마의 먹잇감 (Electric Ver) 창작 판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뜻있는 소리꾼들이라면 고전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소리를 탐구하기 마련이므로 우리는 앞으로도 살면서 많은 창작 판소리를 듣게 되며 살 것이다. 소리꾼 정은혜..

VANN - [2012 천차만별 콘서트 실황음반] / 2013 / 악당이반 List 1. Breath 2. Ryu 3. 월정명 4. 태평 5. 바람도 태평은 태평하지 않음으로부터라는 Vann의 곡 ‘태평’의 개념은 이들 음악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세상 모든 개념은 안티 테제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고요를 추구함은 시끄러움으로부터, 생을 추구함은 죽음으로부터... 작년 한 해 구입해 들은 음반 중 가장 많이 들은 음반을 생각해본다면 Vann의 2012년 신진국악 실험무대인 천차만별 콘서트의 실황 음반이었던 것 같다. 2008년에 시작된 퓨전 또는 월드뮤직 밴드들의 경연 무대인가 본데 이 음반을 통해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굳이 ..

콩코드 - [초음속 여객기] / 2022 / 자체제작 (TAPE) List 1. 무지개꽃 피어있네 2. 이슬방울 3. 미워요 4. 바람불어 오면은 5. 봄날 6. 그대 그리고 또 그대 7. 정말 모르겠네 100개 한정으로 발매한 재즈 기타리스트 오지호의 1인밴드 음반인 음반을 들어본다. 사실 음원이 나오고 꽤 여러차례 들었다. 이전까지 재즈 트리오 밴드인 ‘오조트리오’의 기타리스트로 알려져있었기에 포크적이거나 사이키델릭하거나 국악의 농현의 느낌을 주는 빈티지한 기타톤의 사운드를 내고 연주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 였던 걸 몰랐던 셈이다. 기타에 베이스 연주를 하고 나머지 사운드는 미디로 만들어낸 원맨밴드 음반에서 건져 올려지는 오지호라는 개인의 가치는 이제 하나의 수식어에서 무한 변주될 수 있는 가치로 변모..

황진아 - [Short film] / 2022 / Mirrorball Music List 1. 새벽 2. Short film 3. 바람 wish 4. 휘몰이 5. 검은 숲 6. 속마음 7. 고독 애초에 인간은 카오스였다. 애초에 그러지 않은 게 무어 있었겠는가마는... 그 혼돈의 자유로움에 인의예지도덕仁義禮智道德 등을 덕지덕지 붙여서 인간의 본성은 세상에 관습을 만들고, 또 스스로 만든 것에 붙들리었다. 굴레에 빠진 인간은 함정에 빠지기를 자초하고 그 안에서 갇힌 자의 편안함을 추구한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참으로 지독한 역설이다. 황진아의 이 음악은 그렇게 스스로 형성해낸 모순안에 갇혀버린 인간 내면들을 혼돈의 원초로 돌려놓는다. 그 기이한 경험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태초로 돌아가는 의식의 정서가 ..